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연합뉴스

류현진(36)이 돌아온다. 11년간의 메이저리그 시간을 정리하고 한국 복귀를 결정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부상 때문에 공백기가 길었지만, 메이저리그 선발 한 자리를 맡을 수 있는 투수였다. 참고로, 평균자책점 3.27은 2013년 이후 1000이닝을 던진 투수 중 8위에 해당한다. 1위 클레이튼 커쇼(2.72·LA 다저스).

당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가 유력해 보였다. 많은 팀이 선발 투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좌완이라는 희소성도 있었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도 작년 12월 윈터 미팅에서 “다음 시즌 류현진이 뛸 무대는 메이저리그”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원하는 계약을 보장받지 못했다. 여러 요소가 불리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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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메이저리그 에프에이(FA) 시장이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보통 메이저리그 계약은 하향식으로 진행된다. 최대어로 분류되는 선수들이 계약한 뒤, 다음 수준급 선수들이 계약한다. 대다수 구단이 첫 계획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차례와 순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여전히 대형 계약을 노리는 선수들이 남아 있다. 블레이크 스넬(31)과 코디 벨린저(28)도 미계약 상태다. 투수 2위 조던 몽고메리(31)도 아직 팀을 구하는 중이다. 이 선수들이 요지부동이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정리가 늦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에프에이 계약 마감 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또 다른 문제는 이 선수들이 모두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라는 점이다. 스넬과 벨린저, 몽고메리를 비롯해 맷 채프먼(31)과 제이디 마르티네스(36)도 보라스가 관리하는 선수들이다. 보라스는 기존에 책정한 계약 규모를 최대한 고수하는 협상가로 유명하다. 이 방식은 특급 선수에게는 유효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여러 선수가 계약하지 못하면서, 류현진의 계약에 온전히 집중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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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에프에이 계약은 보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미래지향적이다. 다음 달 37살이 되는 류현진을 더 엄격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특히 잦은 부상 경력은 구단이 안전장치(옵션)를 둘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류현진이 생각하는 ‘조건’들은 협상할 수 있는 구단이 제한되는 것을 의미했다. 선택지가 줄은 가운데, 구단 입장에서는 류현진이 오직 선발로만 뛸 수 있는 자원인 점도 고민이 됐을 것이다. 불펜투수로 활용하기엔 구위가 너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류현진의 KBO리그 활약은 기대가 크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지 않았다. 지난해 약 14개월 만에 복귀한 이후 성적도 준수했다(3승3패 평균자책점 3.46·52이닝 투구).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노련한 경기 운영과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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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이하 포심) 평균 구속이 시속 142.6㎞였다. 지난해 KBO리그 투수들의 평균 구속(시속 143.8㎞)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구속은 토미 존 수술 2년 차에 더 올라온다. 또한 공인구 차이로 KBO리그에서 구속이 더 상승하기도 한다. 김광현도 2021년 시속 143.3㎞였던 포심 평균 구속이, 2022년 KBO리그로 돌아온 뒤 시속 145.4㎞로 뛰었다.

KBO리그 타자들은 ‘달라진’ 류현진을 상대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커터를 장착해서 성과를 거뒀다. 포심의 약점을 커터로 보완할 만큼 커터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KBO리그 타자들은 커터를 장착한 류현진을 마주한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평가를 받은 체인지업에, 더 다양한 볼 배합을 갖춘 류현진은,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나 다름없다. 전성기 시절 기량은 아니지만, 그동안 KBO리그를 찾은 대부분의 외국인 투수보다 한 수 위다.

관건은 건강이다. 건강하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겪어본 적이 없는 로봇 심판(ABS)이 변수지만, 건강한 류현진이면 이 변수는 상수가 될 것이다.

류현진이 돌아온다. 금의환향이다. 동시에,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의 한 시대가 끝이 났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