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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노동자’ 최숙현을 기억하기

등록 :2021-06-24 04:59수정 :2021-06-24 08:30

고 최숙현 선수. 트라이진 제공
고 최숙현 선수. 트라이진 제공

지난 4월 중요한 결정이 하나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이 고 최숙현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체육계 집단 따돌림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첫 사례다. 근로복지공단은 괴롭힘 등 팀 내 가혹한 노동조건과 연봉 계약직이라는 직업적 불안정성 등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스포츠 선수의 노동자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업팀 선수들은 4대 보험 적용을 받는 기간제 노동자다. 하지만 선수들조차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스포츠인권연구소가 최숙현 1주기를 맞아 지난 19일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그 후 일 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2회 스포츠인권포럼에서는 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스포츠계 특수성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왜 선수들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스포츠 선수의 노동자성에 주목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과 스포츠계가 선수를 쥐어짜 성적을 내려 하는 것은, 그 성적이 곧 이윤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스포츠 선수들은 그간 사회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을 뿐이다. 국위선양 같은 국가이데올로기가 다른 노동현장에 비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스포츠 선수의 노동자성을 은폐하는 데 일조해왔다.

선수가 아닌 노동자라는 관점으로 문제를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먼저 스포츠의 특수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어떤 기업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수시로 폭행하고, 강제로 합숙을 시킨다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스포츠계에서는 그런 일이 수시로 일어났고, 지금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합숙문제는 스포츠계 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적됐던 악습임에도, ‘성적을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논리가 여전히 횡행한다.

선수 당사자들의 주체화에도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그간 같은 세대의 다른 노동자들은 엠제트(MZ) 세대라고 불리며 ‘워라밸’을 외치는 동안에도, 스포츠 선수들은 특수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며 견뎌야했다. 노동자 정체성이 약하다 보니 문제제기가 힘들었고, 선수들은 개개인으로 파편화돼 산발적인 폭로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라는 틀을 이용하면 노동자성에 대한 교육은 물론, 일상적인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안정적인 연대의 공간도 마련된다. 노동자는 뭉쳐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원리가 스포츠라고 예외일 순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왕을 타며 혜성처럼 등장한 케이티(kt) 위즈 선발투수 소형준(20)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스마트뱅킹으로 틈틈이 적금을 든다고 했다. 영락없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이다. 취재하며 만난 다른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평범한 직장인에 가까웠다. 최숙현이라고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오는 26일은 최숙현의 1주기다. 이번 기일에는 스포츠 폭력과 관계기관의 외면 속에 죽어간 최숙현과 함께, 가혹한 노동환경에 시달렸던 ‘노동자’ 최숙현을 추모하면 어떨까.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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