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1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 평가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빈/AP 연합뉴스
‘벤투호’가 두 차례의 유럽 평가전에서 ‘빌드업’ 쳇바퀴에 빠졌다. 선수들은 감독의 의도를 알았지만 실행력은 떨어졌고, 차출 어려움과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감독은 변화된 환경에서 창조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황희찬(라이프치히)과 황의조(보르도)의 골로 2-1로 이겼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안컵 8강전 패배를 설욕했고, A매치 500승째를 기록했다. 황희찬이 시작 16초만에 넣은 골은 한국의 A매치 최단시간 골이었다.
벤투호는 15일 멕시코전(2-3패), 17일 카타르전에서 빌드업 축구를 고수했다. “만들어 나간다”는 뜻의 빌드업은 주로 골키퍼나 수비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전방으로 공을 날라 득점까지 하는 ‘점유율 축구’를 뜻한다. 한국 축구팬들한테는 부정적으로 인식된 ‘롱볼축구’와 대비된다.
하지만 멕시코와 경기에서 나온 두 차례 실점이 수비진의 패스 실패 등 빌드업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었고, 카타르전에서도 골키퍼와 포백 수비진이 압박하는 상대를 두고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하면서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애초 김민재(베이징 궈안)와 김영권(감바 오사카) 등 중앙 수비수들이 합류하지 못했고, 현지에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조현우(울산) 등 6명의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가용 자원은 온전치 못했다.
실제 두 차례 경기에서 상대는 강하게 압박해 들어왔고, 수비에서 시작해 미드필드를 거쳐 공격수까지 연결되는 빌드업 축구 구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압박 상황에서 여러 명이 달라붙어도 약속된 위치에 선수들이 있으면 활로를 뚫을 수 있지만, 수비가 물러나면서 허점을 드러냈다.
대표팀 중앙 수비진에 새로운 선수가 기용되고, 가끔 롱볼로 최전방에 공을 보내기도 했지만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의 한계를 드러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비 공백과 코로나 악조건으로 어려움이 있어 대표팀이 완전체로 구성되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후방 패스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다른 방식으로 가용 자원의 능력치를 끌어내야 했지만 그렇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최전방의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 이재성(홀슈타인킬) 등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에게 득점을 의존하는 형태가 됐다. 손흥민은 카타르전 전반 36분 황의조에게 날카롭고 맞춤한 크로스를 넘겨, 황의조가 멕시코전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득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 벤투 감독은 멕시코와 카타르전에서 손흥민을 풀타임으로 기용하는 등 그에게 많이 의존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전체적으로 뭘 하려는 것인지 보여줘야 하는데, 빌드업 말고는 없었다. 월드컵 2차 예선을 거쳐 최종예선으로 가서 만나는 상대는 빌드업만 가지고는 안 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손흥민만 믿어도 안 된다. 좀 더 진화된 빌드업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지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