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전술과 훈련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헌신을 끌어내는 것이다.”

하재훈 K리그 경기 감독관의 ‘감독론’이다. 전략·전술, 심리, 체력 등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 관리의 핵심은 헌신성을 끌어내는 일이라는 뜻이다. 1월31일 아시안컵 결승 호주전 패배(1-2)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투혼의 명승부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의 부진 이후 6개월 새 한국 축구를 회생시킨 슈틸리케의 힘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진솔함, 임기응변, 비전 제시의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 밝은 눈과 솔직함 골키퍼 김진현과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은 새 얼굴이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아시안컵 주전 발탁을 통해 한국팀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최경식 해설위원은 “K리그 10경기보다 대표팀 경기에서 한 번 뛰는 게 선수의 눈을 트이게 만든다. 벤치에만 있어도 경험이 쌓인다”고 했다. 좌우 풀백 김진수와 김창수도 확실하게 입지를 굳혔고, 장현수도 다양한 포지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고정관념 없이 투명하게 보는 눈은 그의 진솔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13일 조별리그 쿠웨이트전 승리(1-0) 뒤 내용의 빈곤함을 두고 “우리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솔직한 자기반성은 선수들을 낙담시키기보다는 의욕을 자극했다. 진정성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승컵을 놓쳤지만 “우리는 11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뛴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말했다.

광고
김진현·이정협 등 발굴…투명한 눈과 진솔함 이청용·구자철 부상에 전술 변형 ‘임기응변’ 훈련·경기 때 한결같은 근면성·카리스마 보여 경기 뒤 “학교서 즐기는 축구 가르쳐라” 지적도

■ 임기응변의 귀재 초반부터 이청용, 구자철의 부상 낙마로 힘겨운 상황에서 그는 21명의 선수를 풀가동했다. 결승전 후반 40분께는 총력전을 펴기 위해 수비수 김주영을 투입한 뒤 곽태휘를 최전방에 내세워 결국은 손흥민의 동점골을 끌어냈다. 하재훈 감독관은 “보여주는 경기보다 결과의 경기를 추구한다. 토너먼트에 강한 감독이다. 경기 중 전술이나 선수를 바꿔도 선수들이 잘 적응한다. 선수들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훈련을 지도할 때 소리를 지르며 몰입하고, 경기 중에도 적극적인 액션으로 기를 북돋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감독의 근면성과 카리스마가 신뢰의 축구를 구축했다. 투지와 근성, 정신력 측면에서 선수들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 학교축구가 바뀌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 뒤 엉뚱하다 싶을 정도의 발언을 했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하나를 얘기하고 싶다. 대다수 선수들이 학교에서 배우는데 학교에서는 선수들에게 승리하는 법을 가르칠 뿐 축구를 즐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 발언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만이 아니라 풀뿌리부터 한국 축구 개조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 선수들은 체격이나 체력, 기술적인 면에서 재질이 있다. 하지만 공을 받는 첫번째 터치가 나쁘고,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면 허둥댄다. 결승전 호주의 첫 골은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공을 차기 좋은 위치에 갖다 놓은 마시모 루옹고 개인기의 힘이 컸다. 일본 축구가 경쾌한 논스톱 패스로 진화한 바탕에는 즐기며 하는 유소년 축구가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보여주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목표인 월드컵 무대에서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위아래로 더 많은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