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출장한 이강인. 돌파력과 발재간을 갖춘 그의 몸놀림에 상대 수비수 2~3명도 움찔했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반칙 유도까지. 실력과 인기성을 겸비한 그의 플레이에 팬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열광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피파 25위)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피파 16위)와의 평가전에 1-2로 졌다. 클린스만 감독도 취임 이후 첫승을 다음 A매치로 미뤘다. 역대 우루과이와 맞전적은 1승2무7패. 지난해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무승부(0-0) 뒤 최근 전적은 1무1패가 됐다.
공격축구를 표방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최전방에 황의조를 배치하고, 이재성-손흥민-이강인을 공격 작업조로 꾸린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중원엔 정우영과 황인범이 연결 고리를 맡았고, 포백 수비진에는 이기제, 김영권, 김민제, 김태환이 발을 맞췄다. 골키퍼는 9개월 만에 A매치에 등장한 조현우.
시작부터 우루과이의 파상 공세가 이뤄졌다. 공격형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와 공격수 막시 고메스 등을 앞세운 우루과이는 노련한 미드필더 마티아스 베시노 등을 앞세워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우루과이의 강력하고 빠른 경기 진행, 좌우 배후를 노리는 롱패스에 한국팀은 초반 움찔했다.
전반 6분 발베르데의 골문 앞 발리슛을 조현우가 신들린 듯한 방어로 쳐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국 주도권을 쥔 우루과이가 전반 10분 선제골을 기선을 잡았다. 측면에서 올라온 발베르데의 코너킥을 견제 없이 치솟은 세바스티안 코아테스가 머리로 받아 넣었다. 워낙 예리하게 구석을 파고드는 골에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위기 때 더 강해지는 한국팀의 공격 물꼬는 세계적 스타인 손흥민이 텄다. 손흥민은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잡고, 속도감 넘치는 드리블로 상대를 무너뜨린 뒤 적절하게 공을 연결하는 돋보이는 플레이로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손흥민의 출력을 뒷받침한 것은 킥력과 돌파력을 갖춘 이강인이었다. 그동안 주로 교체 투입돼 왔던 이강인은 이날 선발로 낙점돼 좌우 측면을 파고드는 첨병 구실을 했다. 전반 15분에는 손흥민과 합작해 골 지역 근처에서 터닝슛, 전반 26분에는 왼발 중거리포, 전반 39분에는 돌파 뒤 어려운 크로스 성공으로 이기제의 총알 같은 슈팅 연결, 추가시간 프리킥 반칙 획득까지 맹활약했다.
한국은 분투 속에 전반에서의 흐름을 후반으로 이어 갔고, 후반 6분 황인범의 통렬한 동점 추격골로 6만3천여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트렸다. 빠르게 공을 운반하며 치고 나간 한국은 이기제가 우루과이 골문 왼쪽에서 컷백으로 공을 뺐고, 골 지역 정면으로 달려오던 황인범이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한국은 후반 18분 우루과이의 골문 앞 프리킥 상황에서 실점하며 다시 뒤졌다. 호아킨 피케레스의 킥을 조현우가 막아냈으나, 튕겨 나간 공이 베시노의 발에 걸리면서 점수를 내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후 한국의 젊은 공격수 오현규를 황의조 대신 투입했고, 오현규는 특유의 저돌성을 뽐냈다. 후반 39분께는 이강인의 측면 패스를 아크 앞에서 받은 뒤, 상대를 등지면서 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그의 멋진 골은 비디오판독 결과 미세한 차이의 오프사이드로 드러나 취소됐다.
비록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지향하는 공격축구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박강수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