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고우석. 연합뉴스
LG 트윈스 고우석. 연합뉴스

엘지(LG)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25)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5일(한국시각) 공식적으로 포스팅이 발표되면서,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현지에서도 고우석이 어떤 투수인지 본격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고우석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2022년 구원 부문 1위(42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평균자책점 1.48도 불펜 투수 1위였다. 올해는 부상 여파로 44경기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성적이 흔들렸지만, 투수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세부 지표들은 여전히 준수한 수치를 보여줬다. 특히, 9이닝당 탈삼진 수 12.07개는 4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리그 1위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대중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세부 지표도 중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 시즌 고우석의 성적 하락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20대 중반의 나이는 30대 투수가 많은 불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각 구단은 고우석이 아직 젊은 투수인 만큼 메이저리그에서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검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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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정비는 모든 팀이 정성을 들이는 작업이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뒷문을 단단히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당장 우승을 노리지 않는 리빌딩 팀도 불펜에 신경을 쓴다. 선발진이 약하기 때문에 불펜이 이닝을 대신 책임지는 경우가 많고, 뛰어난 불펜 투수는 시즌 중반 트레이드 카드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에 고우석은 많은 선택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의 강점은 포심 패스트볼(이하 포심)이다. 강력한 포심을 앞세워 타자들을 압박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평균 구속이 1㎞ 떨어졌지만(152.5㎞), 이 구속도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포심 평균 구속(152.4㎞)을 넘어선다. 구속만으로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메이저리그가 요구하는 구속을 갖춘 건 분명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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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의 성공 관건은 포심 패스트볼 외 구종들이다. 짧은 이닝에 전력투구를 하는 불펜 투수는 많은 구종을 갖출 필요가 없다. 하지만 포심을 보조할 수 있는 두 번째 구종은 장착해야 한다. 유망주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이하 BA)’는 〈2024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국제 유망주 리스트〉에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정후와 함께 고우석을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고우석의 두 번째 구종으로 커브를 소개했는데, 현재 커브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세 번째 구종인 커터도 마찬가지(현지에서는 고우석의 고속 슬라이더를 커터로 보고 있다)였다. 스카우트들이 점수를 매기는 20-80 스케일에서 고우석의 포심은 평균 이상인 55점을 받았지만, 커브는 45점, 커터는 40점이었다. BA는 고우석에 대해 “포심은 중요도가 낮은 불펜 투수가 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입지가 높아지려면 보조 구종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고우석과 가장 밀착된 팀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지난 시즌 71승91패로 추락한 세인트루이스는 내년에 명예 회복을 노린다. 체질 개선을 위해 마운드 보강에 힘쓰고 있고, 고우석도 영입 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상태다. 고우석이 당장 마무리로 뛰는 건 힘들지만, 불안정한 불펜 사정은 고우석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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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엘지는 고우석을 “헐값에 보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몇 차례 개정을 거친 포스팅 시스템은 원 구단이 크게 남는 장사는 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최고 입찰액을 써야 단독 협상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팀이 공평하게 협상할 수 있다. 계약 규모에 따라 포스팅 비용이 달라지는데, 고우석의 경우 추가 금액이 산정되는 ‘2500만달러’를 넘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2500만달러가 되지 않는 계약은 총액의 20%를 원 구단에 지불한다. 2019년 12월, 김광현과 800만달러 계약을 한 세인트루이스가 총액의 20%인 160만달러를 에스케이(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준 사례가 있다.

과연, 고우석은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까. 도전 의지만 확고하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다만, 내년에 FA로 다시 도전하는 건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그 무대 또한 메이저리그여야 한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