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7)은 이번 시즌 각오가 남달랐다. 팀이 우승을 선언한 만큼 김하성도 “더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 다짐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김하성은 자신의 말을 지키고 있다. 현재 샌디에이고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다. 실제로 기록이 김하성의 가치를 증명해주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통계, 분석을 기반으로 한 세이버메트릭스가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공격과 수비, 주루를 모두 반영한 ‘승리 기여도(Win Above Replacement)’는 이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지표가 됐다. 간단히 설명하면, 쉽게 대체 가능한 선수에 비해 해당 선수가 얼마나 많은 승리에 공헌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단순히 특정 부문만 따지지 않고, 모든 부문을 포괄적으로 종합한 지표이기 때문에 널리 쓰이고 있다. 심지어 사무국도 새롭게 도입한 저연차 선수들의 보너스 배분에서 승리 기여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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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은 이 승리 기여도에서 대단한 강점을 보인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승리 기여도에서 이미 2.9를 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야수 중 코빈 캐롤(3.5)과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3.3) 프레디 프리먼(3.1)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지난 시즌 승리 기여도 5.0을 올린 김하성은, 최근 2년간 승리 기여도가 도합 7.9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야수 13위에 해당한다(1위 에런 저지 12.9). 지난 2월, 샌디에이고와 11년 3억5000만달러(4499억원) 연장 계약을 맺은 매니 마차도의 2022~2023년 승리 기여도가 7.4였으니, 김하성의 승리 기여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승리 기여도는 1.0당 700만달러(90억원)에서 800만달러(103억원)로 추정한다. 김하성의 최근 2년간 활약은 최소액인 700만달러로 환산해도 약 5600만달러(720억원)의 값어치가 있다. 참고로 김하성은 4년 계약의 총규모가 2800만달러(36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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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높은 승리 기여도는 역시나 ‘수비’에서 비롯된다. 김하성은 지난해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정상급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잰더 보가츠가 오면서 주로 2루수로 출장했는데, 2루에서 더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수비에 의한 실점 방지를 계산하는 ‘디펜시브 런 세이브(DRS)’에서 플러스 10을 기록해 2루수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최신식 수비 지표인 평균 대비 아웃 카운트 처리, ‘OAA(Outs Above Average)’도 플러스 6으로 전체 1위다. 이에,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는 김하성의 수비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지 스미스를 언급했다. 스미스는 수비 하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전설적인 유격수다.

승리 기여도는 <팬그래프닷컴>도 제공한다. 그런데 <베이스볼 레퍼런스>와 승리 기여도를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다. 사용하는 수비 지표에서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DRS를 쓰고, <팬그래프닷컴>은 ‘UZR(ultimate zone rating)’을 쓴다. 그러다 보니 김하성은 <팬그래프닷컴>의 승리 기여도는 <베이스볼 레퍼런스>보다 낮은 1.6이다. 하지만 이 역시 메이저리그 2루수 5위 기록이다(1위는 마커스 시미언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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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승리 기여도는 전부가 될 수 없다. 선수를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현재 김하성의 승리 기여도가 엘에이(LA) 다저스 무키 베츠와 같다고 해서 “김하성이 베츠와 같은 수준이다”라고 단언하는 건 무리가 있다. 김하성이 베츠와 마찬가지로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

다만, 김하성의 승리 기여도가 폄하돼서는 곤란하다. 야구는 공격만으로 이루어진 스포츠가 아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선수를 평가하는 데 있어 공격에 치우치는 경향이 너무 강했다.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지표가 바로 승리 기여도다. 김하성은 이 승리 기여도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던가. 김하성 역시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3년 차가 된 올해는 그 진면목을 발휘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