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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MLB

[나와 너의 야구 이야기 2] ‘우승할 팀’ 찾아 돌고 돌다 다시 ‘타이거즈’로

등록 :2022-04-05 17:48수정 :2022-04-15 08:24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해태 타이거즈 어린이회원 시절 선승규씨. 27번은 당시 해태 타이거즈 김봉연 선수 등 번호였다. 본인 제공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해태 타이거즈 어린이회원 시절 선승규씨. 27번은 당시 해태 타이거즈 김봉연 선수 등 번호였다. 본인 제공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맞아 〈한겨레〉 스포츠팀은 나와 너, 우리들의 야구 이야기를 전합니다. 당신의 ‘찐’한 야구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사연 보낼 곳>
hanibaseball@gmail.com 혹은 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6 한겨레신문사 6층 스포츠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아셨던 아버지는 어느 날 내 손을 잡고 서울 양평동 해태제과 공장을 찾아갔다. 공장 앞에는 해태 타이거즈 어린이회원을 모집하는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나는 흥이 나서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음은 가입 선물을 받는 순서였는데, 티셔츠 선택이 문제였다. 그때까지 나는 야구만 좋아했지, 프로야구란 것도, 해태 소속 선수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특히 누가 잘하는 선수인지는 더더욱.

티셔츠 전달 담당자가 말했다.

“여기 11번 티셔츠가 가장 많이 나가는데, 김성한 선수 알지? 그 선수가 잘하거든.”

그래도 망설이던 내 옆에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김봉연 선수 번호가 몇 번이에요? 야구는 홈런이 최고지. 아들, 27번 골라라~!”

나는 주저 없이 27번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동네 야구를 즐길 때마다 해태의 27번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 아니, 거의 매일 입고 다녔다. 그리고, 1년 내내 해태를 열심히 응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6개 팀 중 4위. 같은 동네 친구 중 1위 팀 오비(OB) 베어스 회원 아이들이 한국시리즈 우승 선물이라고 이것저것 보여주며 자랑하는 모습이 그저 부러웠다. 왠지 모르게 자존심까지 상했다. 4위라니!!!

이듬해, 아버지 때문에 ‘4등’ 해태 회원이 됐다며 아버지를 잔뜩 원망하며 1983년에는 시즌 개막 전에 전년도 우승팀 오비 어린이회원에 가입했다. 서울 살던 나에게 광주의 해태는 너무 멀리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던가. 그해 오비는 5위(후기리그 기준)를 했고 한국시리즈 우승은 해태가 차지했다.

1983년 오비 베어스 어린이회원 시절 선승규씨. 본인 제공
1983년 오비 베어스 어린이회원 시절 선승규씨. 본인 제공

두 번의 좌절에 상심해 있던 내게 1984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야구를 나만큼 좋아하던 친구가 다가왔다.

“너 이번에는 어느 팀 회원 가입할 거야?”

“글쎄, 잘 모르겠어. 내가 해태를 배신해서 그런가? 다시 해태 회원 할래.”

“정말? 아냐, 다시 생각해 봐. 내가 볼 때 이번 시즌에는 삼성 라이온즈가 잘할 것 같아. 너도 그냥 나랑 같이 가입하러 가자.”

친구의 말에 왜 혹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삼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친구와 나는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시청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내린 뒤 서울 중구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 도착, 삼성 어린이회원 가입 신청을 했다. 무려 왕복 세 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었다.

삼성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며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나는 3년 만에 처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때 삼성 어린이회원들에게 전기리그 우승 상품을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친구와 들뜬 마음으로 그 먼 여정을 기꺼이 감수하며 또다시 신세계 백화점을 찾았다. 그런데 막상 선물을 받고 나니까 많이 실망스러웠다. 학용품 위주로 소소했기 때문이다. 담당자에게 물었다.

“아저씨, 다른 팀은 우승하면 좋은 거 많이 주던데, 삼성은 이게 뭐예요?”

“왜? 별로야? 이번에는 전기리그 우승이라 그런 거야. 너무 실망하지 말고 한국시리즈 우승 때까지 기다려봐. 그때 우승하면 다른 팀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선물을 줄 테니까.”

장시간 버스 여정으로 몸은 너무 피곤했지만, 나와 친구는 아저씨의 말씀을 굳게 믿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참기로 했다.

‘그래, 전기리그 우승도 했는데 뭐. 그거 못 기다리겠어.’

드디어 대망의 한국시리즈 7차전. 삼성 투수는 에이스 김일융이었다. 점수는 4-3, 한 점 차이라 불안했지만 김일융 투수가 누구인가. 일본에서 건너온 천하무적 투수 아니던가.

TV 생중계를 지켜보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고 ‘이번 회만’, ‘이번 회만’만을 되뇌며 기도했다. 타자는 다행히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한 유두열 선수. ‘자, 이제 이 선수만 아웃시키고 위기를 벗어나자’ 생각하는 순간. “딱”하는 우렁찬 방망이 소리와 함께 공은 외야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역전 3점 홈런.

유두열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가 2016년 4월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장암으로 투병하던 유 전 코치는 그해 9월1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유두열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가 2016년 4월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장암으로 투병하던 유 전 코치는 그해 9월1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나는 “안돼~~!!”를 연신 내뱉으며 TV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나의 마지막 프로야구 어린이회원 시절은 그렇게 씁쓸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후 나는 다시 해태를 응원하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해태는 ‘왕조’ 소리를 들으며 1986년부터 내리 4년을 우승했다. 가정 형편 탓에 방황했던 청소년기에 그나마 나를 위로해주고, 마음을 다잡아주던 해태 야구는 이제 평생 나의 가슴에 남아 있다.

90년대까지의 해태 전성기를 마치고 씁쓸한 매각, 그리고 침체기. 그러다가 느닷없이 찾아왔던 2009년의 열 번째 타이거즈(기아) 우승. 나지완의 결승 홈런 장면에서 나는 또다시 눈물을 왈칵 쏟았다.

기아 타이거즈 나지완이 2009년 10월24일 2009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 5-5 동점인 9회말 1사에서 결승 홈런을 터뜨린 뒤 축하 샴페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타이거즈 나지완이 2009년 10월24일 2009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 5-5 동점인 9회말 1사에서 결승 홈런을 터뜨린 뒤 축하 샴페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마지막 우승으로 남은 2017년 기아의 야구도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팍팍한 삶에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됐다. 올해 기아 야구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야구 ‘찐’ 팬의 마음은 매년 이렇게 들뜬다.

(선승규·경기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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