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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누가 ‘넘버2’래?…사실, 그때 많이 배웠습니다”

등록 :2021-12-17 05:00수정 :2021-12-17 08:45

[‘찐’한 인터뷰] KT 위즈 창단 첫 우승 이강철 감독
해태 시절 선동열 등에 가렸지만
키움·두산 수석코치 경험 큰 도움
“2인자 때 인내력·리더십 생겼다”

2019년 부임할 때 하위권이던 KT
“선수에 역할 주고 믿으니 좋은 결과”
박경수 “항상 열린 대화 가능하신 분”
이강철 케이티 위즈 감독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1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케이티 위즈 제공
이강철 케이티 위즈 감독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1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케이티 위즈 제공

그는 타이거즈 ‘넘버 2’였다. 갓 프로 입단했을 때는 ‘선동열’이라는,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넘지 못할 산”이 있었다. 선동열 이후에는 조계현, 이대진이 ‘검빨’(하의 검정, 상의 빨강) 유니폼 군단의 에이스였다. 타이거즈 투수 통산 최다승 기록(151승)을 보유하고도 그는 화려한 이름들 뒤로 가려졌다.

이강철 케이티(KT) 위즈 감독은 최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한겨레〉와 만나 “2인자로 있으면서 많은 인내력이 생겼고 리더십도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그가 프로 감독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만년 넘버2’ 그림자 속에서 잊힌 자신의 기록(KBO리그 통산 다승 3위·152승)에 대한 강한 자부심 때문도 있었다. “감독이 되면 내가 쌓아온 기록들이 다시 언급될 것 같아서”였다.

그가 자긍심을 느낄 기록이 올해 하나 더 추가됐다. 케이티 창단 첫 우승감독이 됐다. 케이티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4전 전승으로 왕좌에 올랐다. 창단 팀으로는 가장 빠른 속도(7시즌)로 정상에 섰다. 이강철 감독은 “우승 확정 뒤 더그아웃에 혼자 앉아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우승했네’, ‘나도 해냈네’, ‘나도 이제 우승감독이네’, ‘나 참 잘했네!’ 같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창단 첫 우승까지 고빗길이 없던 것은 아니다. 전반기 승승장구하다가 후반기 막판 흔들리면서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 감독은 “시즌 144번째, 마지막 경기(SSG 랜더스전)가 제일 힘들었다. 정규리그 1위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였기 때문”이라면서 “타이브레이크(순위 결정전)는 고마운 경기였다. 이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이 더 값지게 됐고 한국시리즈에 앞서 고도의 긴장감이 풀어졌다”고 했다. 케이티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우승 경쟁을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고, 삼성을 1-0으로 꺾으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 감독은 “시즌 전에 지인이 ‘올해 우승할 운’이라고 했는데 힘들 때마다 그 말을 믿었다”면서 웃었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뒤 만년 하위권이던 케이티는 달라졌다. 선수들의 패배 의식을 걷어낸 게 컸다. 이 감독은 “지더라도 끝까지 싸우다가 지고 경기마다 최대한 컨디션 좋은 투수를 쓰면서 한 번씩 어려운 경기를 이기니까 선수들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에서 수석코치를 했던 경험이 선수별 역할 부여에 도움이 됐다. 이 감독은 “선수를 보는 눈은 그때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 중 선수들에게 가급적 말을 아낀다. 힘들어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지나가다가 “신경 쓰지 마”라거나 “절대 주눅 들지 마”, “(못해도)거기는 네 자리야”라는 말만 건넨다. 이는 케이티 선수들의 말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허슬 플레이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박경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말씀하신 것은 반드시 지키신다. 부드러움 속에 카리스마가 있고 인내심 또한 진짜 대단하시다”면서 “선수들에게 절대 나쁘게 말씀을 안 하신다. 항상 열린 대화가 가능하신 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전지훈련 전 고참들과의 식사자리에서 감독님은 ‘나를 위해 야구하지 말고, 팀을 위해, 너 자신을 위해 야구하라고 말씀하셨다. 감독을 위한 야구를 했을 때 망가지는 팀을 많이 봤다고 했다. 전체 미팅 때도 ‘우리 팀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야 하는 팀이다. 하지만 고참들 도움 없이 어린 선수들이 절대 클 수 없으니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고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해주셨다. 그렇게 1년을 겪어보니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는 감독님을 위해 야구를 잘해야만 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9년 6위로 가능성을 확인한 케이티는 2020년 정규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올해 개인 타이틀 홀더 한 명 없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강철 감독은 “고참들에게 자율을 부여하니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선수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주고 믿어주니까 부임 3년 차에 우승으로 돌아온 것 같다. 선수들이 참 고맙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타이거즈 출신 사령탑으로는 선동열 전 삼성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우승감독이 됐다.

KBO리그 역대 최고 언더핸드 투수로 평가받는 그는 “강철처럼 야구를 했다”고 말한다. 지도자가 된 뒤에는 그의 투구폼처럼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인내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외유내강의 지도자로 변모한 ‘강철매직’의 이강철 감독이었다.

수원/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이강철 케이티 위즈 감독. 케이티 위즈 제공
이강철 케이티 위즈 감독. 케이티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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