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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뒤에 들어와 마음 편했어”…3위 동생 껴안은 4위 형

등록 :2021-08-08 12:17수정 :2021-08-09 02:43

【근대5종 첫 메달 전웅태, 그리고 정진화】
힘든 훈련과정 버티며 동고동락
“포디움 함께 오르자” 약속했지만
정진화, 아쉽게 4위로 결승선 통과
최은종 감독 “웅태, 진화 보며 성장
동메달 따서 좋지만 아쉬운 심정”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의 맏형 정진화(오른쪽)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마지막 레이저 런 경기에서 전웅태를 쫓아 역주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의 맏형 정진화(오른쪽)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마지막 레이저 런 경기에서 전웅태를 쫓아 역주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형, 수고했어.”(전웅태)

“웅태 뒤에 들어와 마음이 편했다.”(정진화)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부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일군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와 선배 정진화(32·LH).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둘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웅태는 메달을 땄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지만, 4위로 들어온 형 정진화가 마음에 걸렸다. 4위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정진화가 다가와 전웅태를 껴안았고, 둘은 그동안 수고했다며 눈물로 서로를 위로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최은종 근대5종 대표팀 감독은 <한겨레>와 한 국제전화를 통해, “정말 감정이 왔다갔다 했다. 웅태가 메달을 딴 것은 좋았지만, 진화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둘은 한국 근대5종의 간판이다. 이번엔 전웅태가 우뚝 섰지만, 전웅태가 입상하기 위한 발판은 선배 정진화가 닦았다. 정진화는 2012 런던올림픽 11위, 2016 리우올림픽 13위에 오르며 국내에선 불모지인 근대5종에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 2017 세계챔피언십 우승으로 후배 전웅태가 목표를 높여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최은종 감독은 “정진화가 세계대회에서 처음 금메달을 땄고, 그것을 같이 봤던 웅태가 자신감을 얻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정진화가 경기 뒤 전웅태를 껴안고 울먹인 것은 그동안의 고통과 추억 때문이다. 수영은 어려서부터 기초가 돼 있어야 하고, 펜싱과 승마는 전문 지도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특히 펜싱은 남자부 경쟁의 핵심 요소이고, 무작위로 말을 뽑아 타야 하는 승마에서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여기에 800m를 4바퀴 돌면서, 중간에 4번의 사격을 하는 레이저 런(달리기+사격)은 지구력과 집중력 싸움이다. 50초 안에 5발을 맞추면 출발할 수 있는데, 마음이 급할 수록 오발이 나온다.

지난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 런 경기에서 전웅태(오른쪽)와 정진화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옹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 런 경기에서 전웅태(오른쪽)와 정진화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포옹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힘든 훈련 과정에서 둘의 우정은 더 단단해 졌다. 최은종 감독은 “둘은 형제 이상으로 친하다”고 소개했다.

정진화는 숙소에서 전웅태와 함께 눈을 뜰 때마다 “포디움에 같이 오르자. 4위만큼은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레이저 런에서 2위로 출발했던 정진화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를 만났다. 입상권으로 여기지 않았던 이집트의 아흐마드 겐디가 2위로 끼어들어 온 것이다.

최은종 감독은 “애초 출발할 때 웅태에게 1위와 경쟁할 것을, 진화에게는 3위 입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겐디가 레이저 런에서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치고 들어왔다”고 짚었다.

5년을 준비한 경기는 끝났다.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정진화는 경기 뒤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다른 선수 등이 아닌, 웅태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 마음이 좀 편했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는 대견하다는 믿음을 보내고 있다. 정진화는 “오래 부상을 달고 선수 생활을 해왔다. 오늘도 진통제 약 먹으면서 많이 뛰었다. 잘 버텨줘서 정말 고맙다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북받친 듯 울먹였다.

3년 뒤 파리올림픽은 어떨까. 전웅태는 “이제 은과 금이 남았다”고 도전 의지를 밝혔지만, 정진화는 “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어렴풋이 답했다. 험난한 길이다. 그럼에도 이번 올림픽은 두 선수 앞에 더 밝은 미래가 있음을 보여줬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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