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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지구 지키는 옷이 지루하다고?…‘느림’에서 재미 찾아봐

등록 :2021-04-29 04:59수정 :2021-04-29 21:06

친환경 패션의 한 축
지속가능 슬로우 패션
소재만 친환경이 아닌
오래, 세련되게 입는 것
언제나 옷장 속에 있었던 것 같은 기본 디자인의 옷, 지속가능한 스타일링은 친환경 패션의 한 축이다. 재킷·바지 아르켓, 티셔츠 라코스테, 신발 올버즈 제품. 사진 윤동길(스튜디오어앱터 실장)
언제나 옷장 속에 있었던 것 같은 기본 디자인의 옷, 지속가능한 스타일링은 친환경 패션의 한 축이다. 재킷·바지 아르켓, 티셔츠 라코스테, 신발 올버즈 제품. 사진 윤동길(스튜디오어앱터 실장)

봄이 오면 대대적으로 옷장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째 입지 않고 모셔둔 옷들, 작아진 옷들, 언젠가 유행이 돌아오겠지 하고 넣어둔 옷들이 의류수거함에 처박힌다. 버려진 옷과 남은 옷들을 둘러보자. 꼭 새 옷이라고 살아남고 헌 옷이라고 버려진 것은 아닐 것이다. 버려진 옷 가운데 다른 옷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충동구매한 (거의) 새 옷들도 더러 눈에 띌 것이다. 싸게 많이 사고 쉽게 버리는 패스트패션이 낳은 결과다. 이런 고민, 친환경 패션이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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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오래 입자, 슬로우 패션

평소 제로 웨이스트나 친환경을 실천하는 이들은 좀 다른 옷장을 갖고 있을까.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쓴 허유정 작가에게 물었다. “(친환경 패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친환경적으로 옷을 입는 게 뭔지. 솔직히 말하면 옷을 사는 것을 가급적 줄이고 싶은데도, 계속 사게 되고. 어떤 옷을 사는 것이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지 소비자에게 정보를 줬으면 좋겠어요.”

일단 쉬운 길부터 가보자. 덜 사면 환경을 덜 오염시킨다. 터져나갈 것 같았던 옷장에 숨통을 틔워주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옷장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대신 핵심적인 아이템들은 채워야 한다. 두고두고 여러 스타일에 돌려 입을 수 있는 옷, 그래도 촌스럽지 않은 옷, 옷장 속 아이템을 약방의 감초 같은 것들로 구성하는 거다.

텐먼스 제공
텐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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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약방의 감초를 마련하자

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활동 중인 치도(박이슬)씨는 자신의 유튜브 〈치도_내츄럴사이즈모델〉에서 코디법과 스타일을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옷값만 100만원이 넘을 때도 있단다.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새 옷들이 옷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도 했다. “콘텐츠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옷을 구매했어요. 사무실과 제 방에 옷이 감당할 수 없게 많아졌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꾸만 마음이 불편했다. 패션 관련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여기저기서 패션 산업과 환경 문제에 관한 얘기도 들려왔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환경과 패션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해서 놀랐단다. “패션 유튜버로서 그동안 어떻게 보면 소비를 조장하는 입장이었잖아요. 그동안 그런 문제에 죄책감을 못 느꼈다면, 요즘은 환경에 대해 생각하면서 채널의 방향성까지 고민하고 있어요.”

새로운 것이 곧 멋진 것이라 생각했던 그는 이제 노선을 바꿔 친환경적인 것이 트렌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친환경 패션에 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기 위해 패션 산업에 종사하던 친구들과 ‘우푸푸’(우리 지구 푸르게 푸르게)라는 프로젝트 브랜드도 만들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패션의 세계에 한발을 들인 그에게 올 한 해 옷을 딱 3벌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사겠냐고 물었다. “단정한 재킷, 질 좋은 반소매 티셔츠, 유색 셔츠 한 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킷은 예의를 갖추고 나가야 할 자리를 위해서 하나 필요하기도 하고 초가을부터 다음 해 초여름까지 활용도가 높아서, 반소매 티셔츠는 여름은 물론 늦봄이나 가을에는 외투 안에 입을 수 있고, 겨울에는 다른 옷에 겹쳐 입기도 좋아 꼭 품질 좋은 제품으로 구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색 셔츠 또한 여름엔 외투처럼 걸치고 봄, 가을에는 단독으로, 겨울에는 외투 속에 입을 수 있다”며 추천했다. 지금 당장 옷장을 뒤져보자. 이런 ‘기본템’들, 어쩐지 너무 무난하고 평범해 보인다며 옷장 속 깊숙이 넣어둔 옷이 적어도 한 벌은 있을 것이다.

아르켓 제공
아르켓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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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입고 못 배기는 옷을 사자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작가는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다. 카라 동물영화제 포스터, 덴마크 전력회사 오스테드의 환경 캠페인 그림책 작업 등에 참여했다. 최근엔 코오롱스포츠의 멸종 위기 동식물 보호를 위한 ‘노아 프로젝트’에 참여해 직접 옷을 입고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그에게도 친환경 옷 입기에 관해 물었다.

평소 편하지만 멋스러워 보이는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그는 “한번 손에 들어오면 끝까지 입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팔꿈치에 구멍 난 카디건이나 니트 스웨터도 여러 벌이다. 그는 “옷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입는 옷은 중고 마켓에 내놓거나, 새로운 걸 살 때는 충동 구매하지 않고 1주일 정도 고민하고 그래도 사고 싶으면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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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디자인에 재밌는 반전을 찾아라

오래 입는 것도 좋고 덜 사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이런 걱정이 생길지도 모른다. 혹시 후줄근해 보이면 어쩌지? 스타일링이 어렵다면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자. 텐먼스라는 브랜드가 있다. 1년 중 10달을 입을 수 있는 시즌리스 콘셉트를 지향하는데, 무난하고 기본적인 아이템들이 많다. 입체패턴 명장인 서완석씨가 제작에 참여해 실루엣이 깔끔하고 단정하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라 가격 또한 합리적인 편이니 도전해볼 만하다.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노르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켓 관계자의 팁도 새겨들을 만하다.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진 옷이란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을 기본으로 재미있는 반전을 담은 스타일”이라는 것. 옷장의 기본을 탄탄히 세운 뒤라면, 단순하지만 ‘한끗’ 있는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해보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올버즈 제공
올버즈 제공

■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지 말자

친환경 속옷

싸이클린 여성의 건강과 깨끗한 지구를 모토로 하는 브랜드. 합성 소재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에 가까운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생리 기간 일회용 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입을 수 있는 팬티가 주력 상품(2만~3만원대)이다. 유기농 면, 대나무 섬유, 방수 투습 특수원단 등을 여러 겹 겹친 부분이 패드 역할을 대신해준다. 생리 때마다 힘들어하던 디자이너와 섬유공학을 전공한 그의 남편이 힘을 합쳐 만든 제품이기도 하다.(www.cyclean.co.kr)

올버즈 올버즈는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인사들이 많이 신는 신발로 알려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데, 의외로 속옷, 양말 등 제품도 품질이 좋다. 패드와 와이어가 없는 ‘트리노 브라렛’(3만8천원)은 유칼립투스 나무와 메리노 울을 결합해 자체 개발한 소재인 ‘트리노’ 원단을 사용했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통기성과 흡습성이 뛰어나다. 이 브랜드는 울, 유칼립투스 나무 등 원재료 생산과 원단 제조 과정에 있어 공정거래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준수하며 생산했다고 강조한다.(www.allbirds.co.kr)

르리프 사람과 자연이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다는 브랜드 철학을 갖고 있다. 베스트 아이템은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면으로 만든 ‘오가닉 코튼 핀턱 브라렛’(5만8천원) 등. 피부에 자극되지 않도록 라벨까지 염색하지 않은 100% 면으로 제작하고, 택배 배송 때 종이 테이프를 사용하는 등 섬세한 배려와 일관된 태도가 돋보인다. (www.leleaf-offici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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