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섬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꽃섬이 있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화도. ‘바다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도시’(麗水市)의 ‘꽃우물 마을’(華井面)에 속한 ‘꽃섬’(花島)이란 뜻이다. 윗꽃섬(上花島)·아랫꽃섬(下花島), 두 꽃섬이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는데, 여행객 발길이 특히 많이 몰리는 곳이 아랫꽃섬이다.
하화리 마을 하나에 32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작은 섬이 도보여행 코스로 떠오른 건 8년 전, 섬을 한 바퀴 도는 3시간짜리 산책로가 조성되면서다. ‘꽃섬’이란 이름값도 한몫했다. 영화와 드라마, 연예 프로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하화도는 인기 트레킹 코스로 자리 잡게 됐다.
여수 하화도 막산전망대 입구의 바위절벽. 왼쪽 절벽 밑에 자연동굴인 ‘큰굴’이 있다. 절벽 위쪽에 현재 보행교 공사가 진행중이다.
왜 꽃섬일까. 임진왜란 때 인동 장씨가 피란 와 정착하면서부터 꽃이 많아 화도라 불렀다지만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주민들 말로는 30~40년 전까지도 하화도는 동백과 구절초(선모초), 진달래 등으로 덮여 있었다고 한다. “선모초가 어마어마했제라. 섬 전체가 아조 흐옇게 꽃으로 깔렸는디, 동백도 겁나 많았고. 시방은 다 없어져부렀소.”(주민 조순엽씨·67)
꽃이 사라진 건 외부인들이 약으로 쓴다며 온갖 식물을 마구잡이로 채취해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키 큰 나무들이 자라 숲을 이룬 탓도 있다. 한동안 ‘꽃 없는 꽃섬’이 됐던 이곳에 둘레길과 야생화공원 등이 만들어지면서 하화도는 다시 꽃섬의 이름값·꽃값을 하게 됐다. 봄이면 유채꽃·제비꽃 등이, 가을이면 구절초와 부추밭의 부추꽃도 한몫을 한다.
탐방객 발길이 잦은 건 유명세 덕이기도 하지만 아기자기한 섬 경관이 내뿜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아늑한 숲길과 바위절벽 이어지는 해안, 그리고 주황빛 지붕들 모인 아담한 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걷는 맛을 돋워준다. 탐방로 주변엔 벌써 청매·홍매 매화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동백꽃·유채꽃도 일부 볼 수 있다.
하화리 선착장~낭끝전망대~시짓골(시집골)전망대~순넘밭넘~큰산전망대~큰굴~막산전망대를 거쳐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6㎞ 코스다. 큰굴이 있는 바위절벽에 건설 중인 보행교 ‘꽃섬다리’는 오는 6월 완공 예정이다.
하화도(여수)/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개도·하화도 여행정보
배편 여수시내의 연안여객선터미널(신아해운)과 백야도여객선터미널(태평양해운·좌수영해운)에서 개도행 차도선이 뜬다. 연안터미널~개도 1시간 소요, 백야도터미널~개도 25분 소요. 1인 왕복 8000원, 승용차 왕복 2만6000원. 선사마다 운항시간과 운임, 선착장이 다르다. 개도~하화도는 10분 거리. 태평양해운 (061)686-6655, 신아해운 (061)665-0011.
먹을 곳·묵을 곳 개도 화산리 선착장에 갯마을식당·개도횟집·화산식당 등 허름한 식당 3곳이 있다. 화산리엔 농협 하나로마트와 민박집 서너곳도 있다. 1박 4만~5만원. ‘개도사랑 마을버스’ 1대가 하루 4차례 섬의 6개 마을을 순환 운행한다. 하화도 선착장에 민박을 겸하는 식당이 마을회관을 포함해 서너 곳 있다.
여행문의 여수시 관광과 (061)659-3876,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061)662-5454, 화정면사무소 (061)659-1225, 개도출장소 (061)659-1741, 개도사랑마을버스 (061)666-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