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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이 필요한 시절

등록 :2016-12-08 10:29수정 :2016-12-08 11:03

Let's ESC
제주 서귀포 한 식당의 소고기해장국. 조혜정 기자
제주 서귀포 한 식당의 소고기해장국. 조혜정 기자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제가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은, 제주 서귀포의 작은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소고기해장국입니다. 맛집 기사나 프로그램에 소개되지 않은, 흔히 말하는 ‘제주 토박이들이 찾는 집’이지요. 무겁지도 느끼하지도 않게 뽑아낸 소고기 육수에 신선한 선지와 소고기, 콩나물, 우거지, 대파가 듬뿍 들어 있는,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가 제 앞에 놓이면 그냥 술이 깨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칼칼한 고춧가루 양념이 든 국물에, 자연스럽게 단맛을 내는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한바탕 땀을 뻘뻘 흘리며 해장국을 비우고 나면 영혼까지 정화되는 기분이랄까요.

그렇다고 해장국 한 그릇 먹겠다며 서귀포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 아쉬운 대로 회사나 집 근처에서 먹는 ‘대체재’가 몇 가지 됩니다. 물, 평양냉면, 김밥, 짜장면, 짬뽕밥,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것들이죠. 요즘 제가 꽂혀 있는 건 콩나물국밥입니다. 재료로 치자면 소고기해장국과 대척점에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다른 음식이지만, 이건 이것대로 시원한 매력이 넘칩니다. 전날 술 마실 때 집어먹은 ‘칼로리 폭탄’ 때문에 느끼는 죄책감도 조금 덜 수 있고요.

물론 해장국의 효과도, 음식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술을 적당히 마셔야 누릴 수 있습니다. 신난다고 또는 기분 나쁘다고 ‘발동’이 걸려 폭주하면, 다음날 맞이할 장면은 화장실을 들락대며 구역질을 반복하는, 스스로를 한심해하는 모습이죠. 그걸 알면서도 가끔 과음을 하는 건 제가 어리석어서일까요, 술이 나빠서일까요.

이래저래 술자리가 많아지는 날들입니다. 연말모임에 더해, 특히 요즘엔 어떤 분 때문에 토요일마다 촛불 들러 ‘강제 외출’을 해야 하니 더 그렇지요.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음주에 지친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해장국이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쓰린 속을 달래기에 좋은 음식들이니 울컥울컥 분노가 치솟는 분들끼리 같이 먹어도 좋겠네요. 그러다 해장국이 술국으로 용도변경되는 일은 주의해야겠지만요.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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