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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슬퍼도 ‘메리 나홀로 크리스마스’

등록 :2015-12-23 20:43수정 :2015-12-24 13:49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솔로들의 메리 크리스마스
솔로들의 솔직담백 요절복통 크리스마스 보내기 ‘단톡방’ 중계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추억의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캔디> 주제곡 가사다. 만화 속 주인공의 외로운 심정을 담은 노랫말이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이어지는 이즈음엔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솔로’들이다. 솔로들이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은 연말 즈음에 더할 수밖에 없다. 애인을 두고 외로운 친구를 만나주는 의리파 친구도 이맘때만 되면 사라진다.

 에스엔에스(SNS)는 솔로들에게 치명타다. 예전에는 후일담으로나 전해들었을 커플들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이 이제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스마트폰 안에서 중계된다. 더군다나 이번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금토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솔로 10년차인 회사원 안지현(38)씨는 “사흘 연휴가 크리스마스와 1월1일까지 연거푸 이어지니 과거 주중에 하루 쉴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방안에서 귤만 까먹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크리스마스에 방안에서 귤을 하도 까먹어 손톱이 노래졌다”는 눈물 섞인 사연이 종종 올라온다.

크리스마스의 외로움이 강요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종교적 기념일일 뿐인데, 마치 연인이 만나서 선물을 교환하고 데이트를 해야 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만들어져 필요없는 외로움이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 김현영(36)씨는 “그냥 휴일일 뿐이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사고의 전환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이에스시(ESC)>는 솔로들과 크리스마스에 대해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 어떻게 보내왔을까? 솔로 직장인 4명이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크리스마스 솔직담백 수다를 중계한다.

이맘때면 ‘내가 솔로구나’ 인식
혼자 가서 밥 먹을 데도 없어
술 취해 넘어져 곤죽 된 케이크에
홀로 맥주 마시다 잠든 기억도

 

이정국님이 진아님, 혜지님, 상민님, 현미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정국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다들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할게요.

혜지 저는 33살 영어강사예요.

진아 31살 간호사요.

현미 36살 사무직 회사원요.

상민 39살이고요. 건축가입니다.

이정국 솔로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혜지 혼자 있으면 부모님한테 괜히 미안하고, 집에 혼자 있기 싫어 밖에 나가면 커플들이 혼자 앉아 있는 날 보며 불쌍하다 생각할 거 같고. 그런 자기 연민이 자꾸 들죠.

현미 일상에 치이다 보면 스스로 솔로라는 생각 안 하고 사는데, 이맘때가 되면 ‘내가 솔로구나’ 인식하게 되죠. 회사 동료나 주변에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뭐 해?”라고 묻는 것도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예요. 장점도 있어요. 누구한테 선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죠. ㅎㅎ

진아 짜증 나죠. 좋은 점이 뭐가 있겠어요. 그나마 어렸을 땐 설레기라도 했는데. 밖에 나가면 커플들 발에 치이죠. 속에선 열불 나고.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밥 먹기도 힘들어요. 크리스마스에 여자 혼자 가서 밥 먹을 데가 없어요. 차 한잔 마시려고 해도 줄이 어마어마하죠.

상민 저는 십수년째 혼자 보냈기 때문에 싫고 좋고도 없어요. 초탈했다고 해야 하나.

일동 ㅠㅠ

이정국 그동안 보낸 크리스마스 가운데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혜지 이십대 중반 때였어요. 남들 다 커플인데 혼자 보낼 수 없어서 크리스마스 즈음 인터넷 등산동호회에 가입했어요. 거기 사람들하고 지리산 종주를 했어요. 날씨도 너무 좋았고 사람들도 좋았고 너무 완벽했어요. 완전 ‘폭망’했던 기억도 있죠. 2년 전쯤인데 크리스마스이브날 수업 끝내고 혼자 집에 가기 싫어 솔로였던 직장 동료하고 술을 마셨어요. 술을 마시다가 시간이 길어져 다시 회사로 들어와 술을 마셨는데, 소파에 뻗어서 잠이 들었어요 자다가 화장실 다녀오려고 깼는데 그만 화장실 문이 망가져 안에 갇힌 거예요. 당시 휴대폰도 없어서 한 3시간을 오들오들 떨었던 거 같아요. 제가 없어진 걸 알고 동료가 찾아다니다가 겨우 발견했죠. 정말 하루 꼴딱 새울 뻔했어요. 그 뒤로 화장실 갈 때 꼭 휴대폰 가져가는 버릇이 생겼어요.

일동 대박!

진아 한번은 길 가다가 누군가 저에게 헌팅을 걸어왔어요. 연락처 교환하고 알고만 지냈는데 크리스마스에 미팅을 하자는 거예요. 친구들 6명 데려나가 단체 미팅을 했는데 ‘오 마이 갓’, 예전에 썸타던 오빠가 거기 나와 있는 거예요. 얼마나 황당했던지. 그래도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나요. 오빠나 나나 정말 뻔뻔했죠. ㅋㅋ

현미 대부분 크리스마스 시즌에 외국 여행을 갔던 거 같은데, 몇년 전에 스윙동호회 친구들과 홍콩에 가서 그곳 스윙 클럽에 갔어요. 외국 나가서 춤추니까 기분이 묘하던데요. 작년에는 솔로들 미팅 주선해준다는 제주도 펜션에 갔는데 상대 남자들이 너무 어려서 그냥 웃기만 하다 나왔어요.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덧 남녀 만남의 자리에 가면 저보다 어린 남자들이 더 많아진 거 같아요. 그러니깐 남자 만나기도 더 힘들어지는 거 같고요. 한번은 친구들끼리 호텔방 잡아서 파티 하기로 한 적이 있었어요. 친구들과 호텔 가기 전에 예쁜 파티복 사러 갔다가 가게에서 대왕 바퀴벌레를 본 거예요. 다들 기겁해서 도망 나왔어요. 결국 파티복 없이 호텔방에 모여 잠만 잤죠. 여자들끼리 이게 무슨 쇼냐며 서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상민 2012년 크리스마스가 생각나네요. 그해 12월1일 여자친구한테 차였어요. 홧김에 소개팅을 했는데, 보기 좋게 또 차였죠.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거예요. 그 뒤 계속 술로 보낸 거 같아요. 결국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술 먹고 혼자 케이크 사서 들어가다가 길에서 넘어졌어요. 곤죽이 된 케이크에 맥주 마시다 잠든 기억이 있네요.

일동 (침묵)

이정국 미팅이나 소개팅은 안 하나요? 요즘 결혼정보업체에서도 단체팅을 주선하는 거 같던데요.

상민 몇년 전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그래도 좋은 인연을 만나리라 기대를 갖고 갔는데, 그곳에서 전 직장 남자 동료를 우연히 만나서 둘이서 소주를 마셨던 기억이 있네요.

진아 그거 돈 내고 참석한 거 아니에요? 여자를 만나야지 왜 남자랑 술을 마셔요? ㅋㅋ

상민 그러게 말이에요. 그냥 이게 내 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현미 대학 시절 뒤로 남자친구가 한번도 없었어요. 사회 초년생일 때 그런 단체팅 행사에 혹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다 부질없는 거 같아요. 굳이 그렇게 인연을 만드는 것도 우스운 것 같고.

이정국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혜지 일단 혼자 할 수 있는 여행을 검색하고 있어요. 좋은 곳은 이미 다 예약이 끝났지만, 잘 찾아보면 ‘땡처리’ 등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어요. 휴가 내고 연말까지 푹 쉬다 오려고요. 정신 건강에 그게 좋아요.

현미 동호회 사람들하고 파자마 파티를 하려고요. 저희 집이나 친구 집에 와인 한병씩 들고 모여 밤새 와인 마시는 파티요.

진아 저는 일찌감치 콘서트 예매해 뒀어요. 운이 좋았죠.

상민 저는 나홀로 드라이브를 준비중입니다. 25일 새벽에 출발해서 목적 없이 무작정 떠나려고요. 무작정 남쪽으로 달리다가 바다 나오면 통영 쪽도 들러서 굴도 먹고 오려고 합니다. 중간에 피곤하면 찜질방에서 좀 쉬고요. 몇해 전만 해도 솔로인 친구들끼리 만나 술도 마시고 했는데 이제 다들 가정이 생겨서 연락하기도 부담스러워요. 혼자가 편합니다.

진아 맞아요 혼자가 마음 편하죠. 괜히 미디어에서 ‘연인’, ‘커플’ 노래하는 거 같아요.

현미 그렇죠. 그냥 직장인들에겐 휴일인데 굳이 연인하고 보내야 하는 건 아니죠. 갑자기 주어진 겨울휴가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덜하죠.

혜지 전에는 “내년엔 꼭 둘이서 보내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누구와 보낼 거냐고 묻지 마세요. 그건 실례예요.

일동 맞아요!

이정국 결국 연인이든 솔로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핵심이네요.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일동 메리 크리스마스!

진행·정리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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