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크리스마스이브, 평소 운동하기에 인색한 ㄱ씨는 거나하게 취해 한 손에는 리모컨을, 다른 손에는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소파에서 그만 깜빡 잠이 들었다. 자정이 되자 크리스마스 유령이 나타나 2015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1월, 늘 잊지 않고 다짐하는 다이어트와 운동. 돌아오는 여름에는 기필코 멋진 식스팩이나 비키니로 노출에 맞서리라 굳게 마음먹으며 헬스장으로, 요가 스튜디오로 향한다. 그러나 곧 차일피일 핑계가 늘어가고 막상 여름이 돌아오자 건강하지 않은 몸을 펑퍼짐한 옷 안에 숨기며 빨리 시간이 가기를 빈다. 다시 운동을 다짐할 때쯤, 추워진 날씨에 움츠러들고. 결국 연말, 식스팩은커녕 두둑한 뱃살에 급격한 노화와 각종 성인병의 징후만을 남겼을 뿐이다. 잠에서 깬 ㄱ씨는 다시금 굳게 ‘운동’할 것을 다짐하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다행히 2015년 그의 굳은 결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패션 트렌드가 있다. 바로 애슬레틱(운동경기)과 레저(여가)를 합친 애슬레저(athleisure)룩이다. 운동을 일상화하고 이를 좀더 패셔너블하게 표현해 일상복으로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룩은 흔히 ‘추리닝’이라 말하는 트레이닝복부터 레깅스, 요가바지 등의 운동복과 기능성 웨어, 운동화를 기본으로 한다. 놈코어룩의 복장이 가벼운 일상복이라면 애슬레저룩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나 운동이 가능할 법한 경쾌한 스포티즘을 기반으로 일상복으로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느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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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왕은 2015 봄·여름 컬렉션에서 나이키 조던 운동화와 믹스 컬래버레이션을 한 조던 클러치(사진)를 선보여 각광을 받았으며 샤넬의 컬렉션에서도 역시 레깅스와 스웨트 셔츠를 볼 수 있었다. 국내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의 2015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역시 점프 슈트, 메시 소재의 스커트, 운동화 등으로 애슬레저룩을 세련된 해석으로 풀어냈다. 에이치앤엠(H&M), 자라(ZARA), 유니클로, 조 프레시 등의 스파(SPA) 브랜드에서도 역시 편안함과 활동성을 함께 갖춘 아이템을 속속 선보여 어디서나 쉽게 구입 가능하다. 거리에서도 운동화, 레깅스, 스냅백, 스웨트 셔츠, 후드티, 트랙팬츠, 야구 점퍼로 흔히 불리는 스타디움 점퍼 등 각종 애슬레저룩 아이템을 착용한 사람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만일 올봄 애슬레저룩에 기꺼이 도전하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갖춰야 할 아이템으로는 운동화를 꼽는다. 슈트, 레깅스뿐 아니라 하늘하늘한 시폰 스커트나 펜슬 스커트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도 잘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트렌디한 옷차림을 보증해 줄 효자 아이템 노릇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조금 더 세련되고 정중한 느낌을 원한다면 클래식한 아이템과 함께 매치하기를 권한다. 스웨트 셔츠에 단정한 정장 슬랙스나 펜슬 스커트도 좋고, 원피스와 후드가 달린 아노락 점퍼를 매치하거나 트랙팬츠에 니트나 트위드재킷을 입는 등의 믹스 매치는 어떤 자리에도 티피오(T.P.O, 시간·장소·상황)에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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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애슬레저룩을 도전할 때에는 핏에 신경쓰도록 하자. 자칫 너무나 헐렁한 핏은 집에서 자다가 그냥 나온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설사 내 몸의 약점이 너무 도드라져 보인다 하더라도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운동하러 나온 듯 경쾌한 자세. 그게 바로 애슬레저룩의 핵심이다. 또 혹시 아는가 애슬레저룩과 가까이하다 보면 그 경쾌함에 절로 흥이 나 매일매일의 운동이 너무너무 즐거워질지! <끝> ※‘장승은의 스타일 선발대’ 연재를 마칩니다.

장승은 홍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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