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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꽂이로 들어온 디자인

등록 :2009-10-14 20:06수정 :2009-10-17 11:53

내 책꽂이로 들어온 디자인. 곽윤섭 기자
내 책꽂이로 들어온 디자인. 곽윤섭 기자
[매거진 esc] 전문가 영역에서 대중·교양서로 확장되는 디자인 관련 서적…
글쓰는 디자이너의 증가도 한몫
대형 서점의 예술 관련 코너에 가보면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 하나 들어온다. 디자인 관련 책 진열대가 그림 관련 책 진열대만큼이나 커졌다. 디자인 책 진열대를 빙 둘러 있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책 표지를 훔쳐보면 또 하나의 풍경이 엿보인다. 디자인 실무나 실습과 관련된 책보다 디자인 관련 일반서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 명화나 현대미술 등 예술과 관련된 책들이 어느새 대중서와 교양서로 자리잡은 것처럼 디자인 관련 책 역시 디자인에 대한 대중적 관심에 힘입어 디자이너만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반 독자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북유럽 디자인 관심 타고 관련 서적 판매 늘어

최근 2~3년 동안 조금씩 변해온 디자인 책 지형도의 한가운데에는 출판사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출판사는 디자인 전문서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관련 책을 펴내온 안그라픽스다. 디자인을 뿌리에 둔 출판사인 만큼 안그라픽스는 내용 면에서 디자이너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는 책을 내고 있다. 2007년 출간된 이후 디자인 책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디자인의 디자인>은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 겐야가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 등 자신이 해온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의 원칙에 대해 쓴 책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60명의 디자인 철학을 짧지만 명료하게 정리한 <디자인 생각>(박암종 지음)과 하라 겐야의 또다른 책 <백(白)>, 세계적인 아트디렉터 10명의 작업을 섬세한 분석과 눈이 즐거운 도판으로 정리해 500쪽이 이르는 분량으로 담아낸 <세계의 아트디렉터 10>(전가경 지음)도 안그라픽스에서 지난해와 올해 펴낸 책이다.

스위스의 디자인을 소개한 <스위스 디자인 여행>의 한 페이지.
스위스의 디자인을 소개한 <스위스 디자인 여행>의 한 페이지.

디자인과 여행을 엮은 안그라픽스의 디자인 여행 시리즈도 눈에 띈다. 2005년 나온 <스위스 디자인 여행>(박우혁 지음)을 시작으로 <독일 디자인 여행>(장인영 지음), <유럽 디자인 여행>(문무경·김성곤 지음),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최성민·최슬기 지금)까지 네 권이 나왔다. 디자인과 나라를 연결시킨 책으로 출판사 나무[수:]가 출간한 <핀란드 디자인 산책>(안애경 지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8월 출간된 다음부터 예술 서적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 책은 핀란드에 살며 디자이너, 큐레이터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애경씨가 담담한 어투로 핀란드 디자인에 대해 적어간 책이다. 이 책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나무[수:] 이규상 대표는 “북유럽 디자인의 매력과 그에 대한 관심이 책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산문체로 핀란드의 디자인 철학을 전달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의 ‘에세이스 온 디자인’ 시리즈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01년 나온 시리즈 첫 책 <디자인, 세상을 비추는 거울>(박인석 지음)부터 지난 3월 나온 <약한 건축>(구마 겐고 지음)까지 일곱 권의 책이 나왔다. 이 중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책은 지난해 출간된 <디자인의 꼼수>다. 일본 디자이너 사카이 나오키가 젓가락과 이쑤시개, 지팡이 등 일상 속의 물건에서부터 자동차, 지하철역에 이르기까지 80개의 디자인에서 그 속에 숨은 의미, 다시 말해 꼼수를 찾아내 글로 옮겼다. 디자인하우스 장다운씨는 “디자인의 원리보다 아이디어에 관해 썼기 때문에 누구나 이 책을 한번 읽으면 디자인에 관해 얘기할 거리가 생긴다는 게 독자들이 꾸준히 책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에 대해 얘기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브루노 무나리 지음)와 <디자인의 꼼수>의 작가 사카이 나오키가 평범한 물건들의 진화 과정을 찾아가는 <디자인의 꼴: 물건의 진화론>도 이 시리즈에서 찾아볼 만한 책이다.
(왼쪽부터) <세계의 아트디렉터 10>, <인터페이스 연대기>, <백(白)> 표지.
(왼쪽부터) <세계의 아트디렉터 10>, <인터페이스 연대기>, <백(白)> 표지.

디자인 책이 폭을 넓히고 있는 또 하나의 부분은 인문학과 사회학이다. 현실문화연구의 서브브랜드 디자인플럭스는 실용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디자인 관련 담론을 사회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비평의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책을 만든다. 올해 1월에 나온 <인터페이스 연대기>(박해천 지음)와 <디자인 멜랑콜리아>(서동진 지음)는 디자인을 기술, 윤리, 자본주의, 소비 등 사회적인 키워드와 연결해 지금의 디자인 산업과 디자이너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이달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에서 열리는 ‘인덱스 어워드 2009’에 맞춰 출간한 <인덱스: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은 ‘말라리아 모기 퇴치 램프’, ‘친환경 홍수 조절 스펀지’ 등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담았다.

(왼쪽부터) 북유럽 핀란드 디자인을 산문으로 풀어낸 <핀란드 디자인 산책> .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등 디자이너 60명의 철학을 담은 <디자인 생각> . 친환경 홍수 조절 스펀지 등 삶과 디자인이 결합된 디자인을 소개하는 <인덱스: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 .
(왼쪽부터) 북유럽 핀란드 디자인을 산문으로 풀어낸 <핀란드 디자인 산책> .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등 디자이너 60명의 철학을 담은 <디자인 생각> . 친환경 홍수 조절 스펀지 등 삶과 디자인이 결합된 디자인을 소개하는 <인덱스: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 .

출간되고 있는 디자인 책의 한 가지 경향은 일본 디자이너들이 쓴 책의 번역서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디자인 책 시장과 국내 시장의 규모 차이에서 기인한다. 출판 시장이 탄탄한 일본은 이미 디자인 책 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디자인 관련 필자층이 디자이너부터 평론가, 비평가까지 두텁다. 디자인 책을 읽는 독자층도 넓어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디자인 책이 소화된다.

환경 문제 등 사회적 키워드와도 맞아떨어져

국내에서는 디자인 책 시장이 조금씩 커지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 만한 필자가 많지 않았다. 청신호는 최근에 나오고 있는 디자인 책 필자층이 점점 젊어지고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그라픽스 정은주씨는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글도 쓰는 30대 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필자층이 젊어진다는 점이 디자인 책이 대중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현실문화연구 김수기 대표는 “젊은 디자이너가 글쓰기 훈련을 통해 디자인에 관련된 생각이나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디자인계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도있는 디자인 읽기를 위한 추천서 3

조금 더 깊고 넓은 디자인 책 읽기를 위해 <세계의 아트디렉터 10>을 쓴 디자이너 전가경씨와 북 디자이너 정재완씨가 책 세 권을 추천했다.

<디자인적敵: 당신에게 디자인적이란 무엇입니까?>(베반 패밀리 엮음, 아이아르 프레스 펴냄) | 텍스트로만 이뤄진 이 책은 신문 기사 등에서 ‘디자인적’이라고 쓰인 문구를 뽑아서 모아놓았다. ‘디자인적’ 대신 들어가야 할 올바른 표현도 찾아놓았다. 디자인과 상관없는 부분에서도 쓰이는, 정체가 모호한 수식어 ‘디자인적’의 쓰임을 통해 진짜 ‘디자인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상상, 행동>(아지 소사이어티 지음, 아지북스 펴냄) | 인권과 소수자, 다문화,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디자이너·사진가 그룹 아지 소사이어티(AGI Society)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포트폴리오. 1998년 지하철에 붙어 있던 ‘실업자 김씨’ 포스터부터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 등 디자인으로 사회적 발언을 했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형태의 탄생>(스기우라 고헤이 지금, 안그라픽스 펴냄) | 일본의 1세대 아트디렉터이자 디자이너로 일본 디자인의 대가이기도 한 스기우라 고헤이가 아시아의 문화인류학, 인문학, 종교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쓴 책이다. 디자인을 넘어 ‘형태’에 대해 평생 연구한 그의 철학이 그대로 들어 있다. 그림과 자료사진 등 도판도 풍부하게 삽입돼 보는 재미도 있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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