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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성

‘페미니즘 세뇌’시키는 교사조직?…‘불온사상’ 돼가는 성교육

등록 :2021-06-08 04:59수정 :2021-06-08 09:02

‘페미니즘 세뇌 지하조직’ 청와대 국민청원 한달
교육부·경북경찰청에 접수된 피해 제보는 0건
현장에선 “성교육 혐오 심각…교육 위축” 토로
지난 2018년 3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손경이 강사가 '젠더 감수성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 DB
지난 2018년 3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손경이 강사가 '젠더 감수성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 DB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을 세뇌시키는 교사 조직이 있다’는 글이 올라온 지 한 달이 지났다. 해당 청원은 ‘4년 동안 학생을 왕따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페미니즘을 세뇌시키는 교사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 글은 7일 오후 5시 현재 30만6519명의 청원을 받았다. 답변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오는 19일 청원이 마감되면 정부 또는 청와대에서 답변을 해야한다.

청원글이 최초 올라온 시점으로부터 34일이 지났으나 현재까지 ‘페미니즘 세뇌조직으로부터 교육 받은 것 같다’는 등 관련 제보는 전무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 관련해 자신이 피해자임을 밝히거나, 주변에서 의심 사례를 목격했다는 제보는 한 건도 없다. 혹시 이와 관련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해당 수사를 하는) 경북경찰청으로 제보해 달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도 “현재까지 피해 제보나 목격자 진술이 들어온 게 없다. 청원인이 지목한 웹사이트 아이피 주소가 미국으로 확인돼 국제 공조수사 요청을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페미니즘 세뇌 지하조직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성교육 위축 분위기는 분명하게 감지되고 있다. <한겨레>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통해 해당 청원이 올라온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한 달 동안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취합했다. 성교육을 의심하고 검열하는 분위기는 교사와 학생은 물론, 교육청 관계자와 학부모까지 다양한 교육 주체에게서 감지됐다.

“선생님, 사회적 성이 뭐예요?” 지역의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이 질문에 답했다가 다음날 6차례 항의전화를 받았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사회적 성(gender)이란 ‘생물학적 성’과 구별되는 사회·문화적 성을 말한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이튿날 자신을 학부모라 밝힌 민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페미니즘 세뇌조직’ 글을 보고 혹시나 싶어 전화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사회적 성을 가르치고 안내할 수가 있느냐. 그쪽(성소수자,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으로 이끌려고 한 것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여섯 차례 걸려온 전화번호는 각기 달랐는데, 학교가 민원에 대해 추가적으로 답변을 하려고 다시 걸어보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학부모 비상연락망에도 없는 전화번호였다. 이 학교 교사 ㄱ씨는 “이런 사건을 접하다 보니 수업시간에 가족 형태에 대해 설명하거나 할 때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검열을 하게 된다”고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또 다른 교사는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성교육이 너무 급진적으로 이뤄졌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교사는 “성폭력 사건 해결을 지원하고 성평등한 교육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업무를 담당하는 주체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일을 근거로 판단하고 교육 정책의 방향을 틀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성교육에 대한 의심과 검열은 학교 밖에서도 거세다.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이하 성폐연)는 지난 3일 단체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오세라비 성폐연 상임대표는 “교사가 페미니즘 사상 교육을 주입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성교육, 성평등 교육 등이 전부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 합류한 전국학생수호연합 김화랑 대표도 지난달 2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제자를 따돌리는 사례에 대한 피해 제보가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피해 사례’를 교육부나, 경북경찰청에 제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보 중에는) 시간이 좀 지난 사건도 있고, 또 최종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교육부와 경북경찰청에 내가 직접 제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성교육이 주춤하는 사이, 교실 안 백래시는 더 거세지고 있다. 한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메갈놀이’가 성행한다고 한다. 교사가 수업 도중 자료를 가리키느라 우연히 ‘집게 손’ 모양을 했는데 그걸 본 학생들이 그 손 모양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웃었다는 것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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