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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보도자료로 ‘공군 성범죄 묘사·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록 :2021-06-03 16:14수정 :2021-06-06 17:24

공군 법무실 자료 토대로 보도자료 배포
범행 수법·피해자 가족 정보 등까지 공개해 물의

이 의원실 “유가족 동의 따로 구하지 않았다”
‘원본 제공’ 공군 ‘성인지 감수성’ 또 도마에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배포한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관련 보도자료가 ‘2차피해’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피해사실을 여과 없이 담은데다 함께 낸 ‘별첨문서’는 피해자가 숨진 장소와 방법, 피해자와 그 남편의 개인정보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료가 언론에 제공되기까지 2차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는 없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를 국회의원에 전달한 공군도, 이 정보를 언론에 제공한 정치인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채익 의원은 2일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군 보고 결과’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와 별첨 문서로 구성된 이 자료에서 이 의원은 공군이 해당 사건을 처리한 과정을 날짜, 시간 순서로 공개하고, 앞으로 수사에서 집중해 들여다볼 지점을 짚었다.

사건 실체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담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가족의 동의 없이 피해자의 피해사실과 개인정보까지 언론에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가해자의 행위(사건 정황, 신체 부위)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별도 첨부한 ‘사건관련 보고 문건’을 통해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소와 방식, 임관 일시와 소속 부대, 직무 등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도 상당 부분 노출했다. 이 자료에는 피해자 유가족인 남편의 출신 학교, 임관 일시, 직무 등도 공개되어 있었다.

이채익 의원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범행 당시 만취 상태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자세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며 “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유가족을 접촉해 따로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가해자가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가해 장소 등 정황, 신체부위 등의 적시가 꼭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가해자가 혐의 일부를 기억한 것으로 보아 만취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문구 정도면 사건 파악과 관련한 정보가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젠더인권본부장)는 “해당 보도자료는 만약 고인이 생존했다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피해사실에 대한 과도한 묘사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성범죄를 위력의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 개인의 일탈로 여기게 한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 또 가해자의 진술 등도 보도자료에 담아야 할 정도로 모두가 알아야 할 정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게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여과 없이 전달한 공군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공군은 피해자를 2차피해로부터 보호해야 할 주체이다. 그런데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핵심적인 정보도 아닌 피해사실과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거르지 않고 제공한 데서 군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자료 제출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때에도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료 제출이 이뤄져야 한다. 무분별한 정보 제출로 인해 피해자가 특정되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과거 이력 등이 가짜뉴스 형식으로 온라인상에 퍼지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국회는 자료요청 할 때 피해자 정보를 요청하지 말아야 하고, 요청받은 기관 역시 피해자에 대한 정보, 상세한 사건 내용 등을 무분별하게 제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군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채익 의원실에서 이 사건 관련 전반적인 사항을 대면 브리핑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 과정에 ‘별첨 문서’가 의원실에 제공됐다. 당연히 비공개로 다뤄줄 줄 알았으나 공개돼 이채익 의원실에 유감을 표했다. 앞으로 자료 제출 시 피해자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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