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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성

내 동년배들 요새 다 차별금지법 청원하러 간다!

등록 :2021-06-01 13:52수정 :2021-07-06 14:50

[내 이름은 김쿵쾅]
내가 차별금지법 청원인으로 나선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월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면접 당사자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면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게 기득권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잖아요. ‘예민하다’는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예민한’ 그가 <한겨레> 온라인 칼럼으로 독자를 찾아갑니다. 20대 여성인 자신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독서 경험을 엮어낸 칼럼 ‘내 이름은 김쿵쾅’입니다.

※ ‘쿵쾅’은 단단하고 큰 물건이 서로 부딪칠 때 크게 나는 소리를 뜻합니다. 일부에선 성차별에 분노하고 성평등을 말하는 페미니스트를 가리켜 ‘쿵쾅이’라고 부릅니다. 페미니스트를 입막음 하려는 이들이 ‘쿵쾅’의 의미를 변형·독점하려는 시도를 ‘김쿵쾅’이라는 필명을 통해 유쾌하게 맞받아주려 합니다.

맥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있던 어느 날 저녁,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청원인이 되어줄 수 있냐고 말입니다.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차별금지법만 있었더라면 저는 A4용지 23장 분량의 글을 써가며 어렵게 사과를 받아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황금 같은 주말에 굳이 시간을 내어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진정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피 같은 연차를 써가며 몇 시간씩 사건 조사를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동아제약에 대한 법의 심판만 기다리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젠더학이나 여성학, 장애인 인권, 이주민 역사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딱 한 가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개인, 조직,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발전에는 ‘다양성’이 필수라는 사실입니다. 청원글에도 언급했지만, 경제지리학에는 관용(Tolerance)이 높은 도시에 인재(Talent)가 모이고, 이 인재들이 기술 혁신(Technology)을 만들어낸다는 ‘3T 이론’이 있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독일의 인종청소를 피해 도망친 유대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대인 도피자’에는 한나 아렌트가 있었고, 아인슈타인이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웹 홍보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누리집 갈무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웹 홍보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누리집 갈무리

벽은, 세우는 쪽이 무너집니다. 외부와 단절되고 자신을 고립시킵니다. 세계대전 중 ‘순수 아리아인의 보존’을 위해 유대인을 향해 벽을 세웠다가 전후에 붕괴한 쪽은 독일이었습니다. 사람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에도 적용된다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삿대질할 때, 두 손가락은 상대를 향하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기 자신을 향한다고 하지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그러니까 누군가를 향해 마음의 벽을 세우면, 자신을 향한 세 손가락 때문에 결국 본인이 더 먼저 무너지고 쓰러진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없는 혐오의 세상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벽을 세우고 있을 것인데, 그러면 오늘 이 사람이 쓰러지면 내일은 저 사람이 쓰러질 겁니다. 그 끝에는 모두가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없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혐오와 차별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건 그에 대한 무지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선 혐오와 차별의 대상을 실제로 많이 만나고,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랬거든요. 부끄럽지만, 저는 얼마 전까지도 장애인을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대하며 마음의 벽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죠. 이들이 비장애인과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한 모임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 모임에는 시각장애인들도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곧 여름이라며 트레이너에게 PT를 받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제가 보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들도 나와 같은 일상을 즐기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요. 무지에서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이렇게 옅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총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왜 주변에서 이주민과 장애인과 성소수자를 보지 못하고, 버스와 지하철에서 아이들을 잘 보지 못하며, 최종 합격자에서 여성들을 보지 못할까요? 이들이 애초에 우리와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없었기에, 차별받는 집단이기에 함께 있을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약자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첫걸음에 디딤돌이 될 겁니다. 차별금지법이 있어도 사적인 혐오와 차별 발언까지 없어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공적인 영역에서 모든 시민이 차별받지 않고,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간 보이지 않던, 볼 수 없었던 이들이 내 옆자리에 앉는 동료가, 내 옆집 이웃이, 내 짝꿍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랬듯, 무지에서 비롯한 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이 사회에서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질 거라 믿어요.

자 그럼 요즘 우리 동년배들 다 차별금지법 찬성한다는데, 국회 국민동의청원 같이하실래요?(국회 국민동의청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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