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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성

댓글로 이어가는 이야기…“우리 같이 열심히 살아남아요”

등록 :2020-12-02 14:07수정 :2020-12-02 19:15

[조용한 학살을 멈추자]
20대 여성들이 서로에게 남긴
분노, 공감, 위로, 연대의 메시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동년배들이 죽고 싶지 않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바라지만 않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이 영상을 본 여러분도 그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디 Hooooooo oooo

중앙자살예방센터 월별 통계(잠정치)를 보면, 올해 1~9월 전체 자살사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 줄고, 남성은 8.9% 줄었는데 여성은 4.8% 늘었습니다. 늘어난 여성들은 누구였을까요. 올해 1∼8월 전체 자살시도자의 32.1%는 20대 여성이었습니다. 상반기 20대 여성의 극단적 선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20대 여성의 고의적 자해 증가폭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진단합니다. 이런 현실을 다룬 <한겨레> 젠더 미디어 <슬랩>의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유튜브 콘텐츠가 14만5천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적지 않은 반향을 얻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영상에는 2700여개 댓글이 달렸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남성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2∼3배 높다는 통계를 들며 남성의 죽음은 가볍게 여기는 것이냐 했지만, 대부분은 갑자기 늘어나는 죽음을 다른 이들의 죽음으로 반박하거나 가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댓글에는 90년대생 여성들의 공감과 나름의 진단, 응원이 담겼습니다.

“학창시절을 함께 한 개그맨, 아이돌 여자 가수들, 아니면 정말 평범한 일반일 여성들”의 죽음에 서늘함을 느꼈던 또래 여성들의 목소리, 그럼에도 “살아서 멋진 롤모델이 되자”는 다짐이 담겼습니다. <한겨레> 기자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소리내어 읽어봤습니다. ▶‘목소리 듣기’를 누르면 목소리가 나옵니다.

“개그맨·아이돌…20대 여성들은 이미 너무 많은 죽음을 봐왔다”

20대 여성들은 이미 너무도 많은 비슷한 죽음들을 봐왔거든요. 학창시절을 함께 한 개그맨, 아이돌 여자 가수들, 아니면 정말 평범한 일반일 여성들. 다 내 또래였어요.

그들이 죽은 이유는 가지각색이었겠지만, 그들의 죽음이 멀어보이지 않은 이유는 내가 아주아주 운이 좋거나 아니면 아직 그런 상황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인 거겠죠. 하지만 그들이 느꼈던 수치감, 모멸감을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나도 이해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죄책감마저 느껴질 때가 있어요. 더 괜찮다고 해야 했는데, 더 목소리를 냈어야 했는데…. 이런 감정들이 쌓여서 무력감마저 느껴지는데…. 이건 20대 여성이라면 다 느끼는 거겠죠. 아이디 전oo

저는 열심히 하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다고 믿고 살았고 가정에서 교육도 뒷받침해줬는데, 이상과 현실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아 상실감이 큽니다. 내가 노력한다고 되지는 않더라고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학교 추천으로 어떤 기업에 지원하게 되었고 서류조차 못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 내가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학교 취업담당관님께 연락해서 여쭤봤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다 남자만 뽑혔다’라는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제 이력서에 뭐가 부족할까요?’라는 질문에요. 저는 그때 사실 자신 있었어요.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해놨으니까요. 그런데 서탈이 되니 토익을 조금 더 올려야 하나? 인턴 경험이 있는데 하나 더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선생님께서 저런 답변을 해주시고 별말 못하고 끊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이디 joooo

“밤에 도어락 잘못 치는 소리에 떨지 않아도 되는 사회 되었으면”

나는 19살 여자다. 주변 친구들에게 가끔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성별로 태어날래?’ 라는 질문을 했을 때 단 한 번도 ‘여자로 태어날래’라는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다들 남자로 태어나고 싶단다. 이유를 물어보면 여자보다는 자유롭게 다니고,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살 수 있어서라는 느낌의 대답들이 다수다.

또한, ‘아이를 낳고 싶으냐’는 질문에도 열에 아홉은 ‘낳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다. 정부는 아직 20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조차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출산율이 저조하다고 난리 친다.

출산율을 올리고 싶다면, 여성들에게 아이 좀 낳으라고 징징댈 게 아니라 더 좋은, 더 안전한,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중화장실에 갈 때 휴지로 십자 나사 하나하나를 막을 필요 없는, 길 가다가 묻지 마 폭행을 당할 일이 없는, 술에 취해도 안전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밤에 도어락 잘못 치는 소리에 요리 칼을 들고 벌벌 떨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거다. 아이디 푸oo

“‘이 세대의 여성들은 인간답게 살고자 움직이는 신인류”

저는 제 주변의 남자들과 티비 속 가득한 남자들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 역시도 그런 삶을 살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현실은 애초부터 여성은 출발선도 밟지 못하고, 선을 넘지 못하게끔 ‘여성’으로 만들어 지고, 인간다움을 쫓을 때마다 사회로부터 받은 경고를 내 몸에 새기고, 늘 배제당한지도 모르지요. 여성을 홀로 남겨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삶을 이어지도록 설계된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엄청난 압박과 비난이 들어오는데 지치지 않는 것이 기이할 것입니다.

지금 이 세대의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인간답게 살고자 움직이는 신인류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많은 여성이 자신들이 운동장을 빼앗기고 밀려나 같은 여성들과 협동심을 기르고, 자신감을 기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나를 믿고 야망을 키워가며 한 인간으로서 성장해나갈 자신감이 거세됐고, 누군가의 아내로 선택받기 위해 요구된 외모 가꾸기에 내 많은 건강·돈·시간이 빼앗기고,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끔 만들어진 것을 이제 압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쉽지 않을지라도, 이제라도 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여성들과 함께 빼앗긴 내 권리와 기회들을 되찾아 살아봅시다. 내가 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니 완전히 내 선택과 취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강요받은 것들이고, 새로 도전하니 내 새로운 면모를 알아가면서 내가 비로소 내 삶을 살고 있음을 인지하게 됩니다. 식사를 잘 챙기고,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고, 자신의 기분을 북돋워 줄 여러 취미를 만들고, 내 가치를 높일 공부와 기술을 익히고, 돈을 벌고 모으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시하고, 나를 위해 삽시다. 도움이 필요할 때 마음으로 삼키지 마시고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힘이 들 때 혼자지만 고립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립할 수 있음을 잊지 마시고 죽지 말고 삽시다. 아이디 ㄱ

이런 통계를 보면 당연히 안타까운 동시에 한국에 사는 여성으로서 나만 힘든가, 내가 이상한가, 의심하며 살아왔던 세월의 막막함이 덜해집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발견해서 함께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위안이 있네요.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같이 열심히 살아남아요! 아이디 ㅇoo

90년대생인데요, 죽고 싶을 때 ‘한 여자가 또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신기하게 힘이 생겨요. 살아서 멋진 롤모델이 되자는 다짐을 하고 그런 미래를 생각해보면 너무 좋더라고요…! 동년배들 다 같이 힘내요! 아이디 hoooo ooo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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