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생존권을 보호해주십시오.’
평균기온 영하 10여도로 한파가 절정이던 지난달 23일, 이혼한 비양육자로부터 자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부모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중 “하나라도 하루빨리 통과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했다. 이들이 들고 있던 팻말에는 ‘여성가족위원회는 법안소위(법안심사소위원회)를 조속히 열라’, ‘21대 국회는 양육비이행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입법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 21일, 국회 여가위 법안소위에서 양육비 이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의결됐다. 8개월 만에 열린 회의였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에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비양육자에게 제재(운전면허 정지·출국 금지)를 할 수 있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는 양육비 이행 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감치(경찰서 유치장 또는 교도소, 구치소 등에 가두는 것)명령을 받은 이들에게 제재를 할 수 있는데, 이행 명령만으로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비양육자에 대한 제재 절차 간소화는 그동안 자녀를 홀로 키워 온 양육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감치명령을 얻어내기까지 최소 4~5년이 걸릴 정도로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도 “감치명령 결정의 문제점(장시간 소요, 감치인용률 저조) 해소를 위해 제재조치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현행법상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산하조직으로 되어 있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을 독립 기관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행원을 독립기관으로 만들어 양육비 이행 지원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현재 양육비 이행률은 이행원이 양육비 지급 소송을 직접 진행했을 때(58.9%·2023년 기준)가 대한법률구조공단·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위탁해 지원하는 경우(25.6%)보다 2배 이상 높다. 이용 만족도도 위탁 소송(65.2점)보다 직접 소송(83점)이 더 높다.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일부가 어렵게 첫발을 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가 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제재조치 요건을 완화한 법안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 처분과 출국금지는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보장하기 때문에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법원의 감치명령이 없이 운전면허정지 및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최소침해의 원칙 등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기재부는 이행원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이행원 업무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업무와 중복되고, 이행원 독립 시 추가 지원 인력·예산 부담 등이 발생해 “기관 간 중복·유사 기능을 일원화하는 정책 방향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의결된다 하더라도, 관계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하기 어렵다.
이날 여가위 소위에서 양육비 대지급제(선지급제) 도입과 비양육자 동의 없는 소득·재산자료 및 금융정보 등 조회 방안은 논의되지 못했다. 여야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인 오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 추가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