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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여성

“판결 바꿔달라고 한 적 없다, 사법부 잘못 끝까지 바로잡겠다”

등록 :2021-11-25 17:59수정 :2021-11-25 18:24

‘56년 만의 미투’ 최말자씨, 1인 시위 나서
1964년 성폭력에 저항한 행위로 유죄 판결
재심청구 2차례 기각…대법원 판단 앞둬
“나 같은 피해자 더는 없도록 싸우는 것”
18살이던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씨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최씨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2월과 9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8살이던 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씨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최씨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2월과 9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57년 동안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습니다. 사법부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뀐 제 사건을 이제라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재심을 허가해주세요.”

일흔다섯살 최말자씨가 25일 1인시위에 나서며 외쳤다.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로 재심 개시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1964년 5월6일, 18살 최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저항하다 이듬해 중상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20년 5월6일, 어느덧 75살이 된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하며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2월, 9월 연이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고,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도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최씨는 즉각 재항고했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을 앞두고 있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이날 최씨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과 1인시위에 나섰다. 최씨를 도와 기자회견을 연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오늘, 여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여전히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최말자님이 1인 시위를 진행하려 한다”며 “피해자는 57년 전 제대로 된 조사조차 받을 수 없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본사건의 정당방위 여부를 공정하게 조사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재심을 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1인시위는 전국 지역 곳곳의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앞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씨 사건을 보도한 당시 기사들.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씨 사건을 보도한 당시 기사들.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최씨가 1인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는 “제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나. 억울한 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도 있지만, 판결을 바로잡아서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기각 결정을 내린 재판부에 그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제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고 57년이나 흘렀지만 사법부는 조금도 변한 게 없다”며 “기각한 내용을 보면 반세기가 넘었다는 것, 이제 와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저는 바꿔달라고 한 적 없다. 그저 잘못된 판결에 대해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재심 개시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연대의 목소리도 전해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4차 재심 개시 촉구 서명운동을 진행 중(바로가기 https://bit.ly/30Khx8C)”이라며 참여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사법부는 성범죄자한테 감정 이입해 법을 해석하는 관행을 끊어라” “과거의 여성부터 현재의 여성까지, 모든 여성은 보다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재심은 사법부의 그릇된 판단 때문에 피해를 입은 여성뿐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여성이 겪을 불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사건을 뒤집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건의 판결이 잘못되었으니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

연이은 기각 결정에 힘이 빠졌을 법도 하지만, 최씨는 오히려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저는 혼자서 56년의 아픔을 안고 살아왔다. 그런데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까 혼자가 아니었다. 많은 여성이 연대해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혼자 그 큰 아픔 끌어안고 살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한다.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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