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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의 마지막 퍼즐

등록 :2021-05-14 20:54수정 :2021-05-15 02:3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2019년 3월22일 밤 10시49분. 법무부 출입국본부 내 ‘중점관리대상 알람’이 울렸다. ‘별장 성접대 사건’ 당사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0시20분에 출발하는 타이 방콕행 비행기표를 발권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늦은 밤 출입국본부 사무실엔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전 별장 성접대 사건 진상조사를 지시한 상황에서 김 전 차관이 국외로 출국한다면 여론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국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출입국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아, 김오수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어 차 본부장은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과 통화 중, 김학의 성접대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에게 연락하면 필요한 조처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출국금지 서류는 수사기관 검사만 작성 권한이 있기 때문에 차 본부장은 이 검사에게 출금 관련 서류 작성을 요청했고, 곧바로 이 검사가 만든 서류를 전달받아 출금 조처가 이뤄졌다. 급히 작성된 ‘긴급출국금지신청서’에는 가짜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가 적히는 등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출금 조치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던 중 23일 아침 7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문건의 내사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검찰 공소장에 담긴 김학의 출금 사건 발생 당일 8시간 동안 상황이다. 출금 과정에 관여한 검찰 고위간부와 청와대 관계자들 모두 수사선상에 올랐다. 출입국 관리 책임자인 차규근 본부장과 출금 서류를 직접 작성한 이규원 검사는 지난달 1일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차관 출금 조처에서 시작된 사건은 검찰 고위간부의 수사외압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검찰 공소장에는 사건이 2019년 3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로 시작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지검장이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팀의 ‘불법 출금 보고서’ 작성 경위를 따져 묻고,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도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연락해 “법무부와 대검이 승인해 이뤄진 일”이라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인 수사외압의 정황이 담겼다. 이 지검장 쪽은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정당한 수사지휘”라고 반박했지만, 검찰의 기소를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은 수사외압 의혹에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의 칼끝은 이제 김학의 차관 재조사와 출금 과정에 관여한 청와대에 겨눠졌다. 검찰 안팎에선 출금 과정과 수사외압 의혹에 모두 연루된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다음 타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이규원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해 유포했단 의혹과 함께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김학의 사건을 부각했다는 기획사정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연루 의혹도 정국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비서관을 겨냥한 것은 무리한 출국금지를 하게 만든 문 대통령의 재수사 지시를 겨냥한 것”이라며 “청와대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정권 말 정부-검찰 간 갈등이 더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이 별장 성접대를 받은 영상이 공개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처벌받지 않은 검찰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문제는 증발했다. 재수사를 피하기 위한 김 전 차관의 국외도피 시도는 무고한 시민의 국외출국 자유를 침해한 ‘절차적 불법’이란 프레임에 가려졌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는 “김학의 사건은 불법 출금뿐 아니라 검찰의 과오를 조사하는 과거사위에 대한 검찰의 비협조와 보이지 않는 반발, 윤석열 전 검찰총장-정부 갈등까지 함께 볼 때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의 사건과 정권 말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 친정부 성향으로 낙인찍힌 검사들에 대한 기소…. 검찰이 생각하는 법적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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