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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이 순간]피해자를 넘어 기록자로…참사의 기록

등록 :2021-04-23 06:59수정 :2021-04-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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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피해자를 넘어 기록자로.
“진실 찾기, 절대 포기 말아요”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윤석기씨(왼쪽부터), 건설 현장 산재사고 유가족 김도현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영주씨는 자신의 목소리로 재난·참사를 기록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윤석기씨(왼쪽부터), 건설 현장 산재사고 유가족 김도현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영주씨는 자신의 목소리로 재난·참사를 기록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진짜 범인인 사람들의 약속을 너무 쉽게 믿었어요.”(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윤석기)

“사람이 죽어도 제대로 죄를 물을 수 없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요.”(건설 현장 추락사망 산재사고 유가족 김도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스텔라데이지호 피해 가족 허영주)

2003년 이후 발생한 재난참사 피해 당사자가 직접 기록한 증언집이 공개됐다. 증언집에는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부터 2020년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창고 산재 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18년간 17개 참사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히 기록됐다.

윤석기씨는 증언집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윤석기씨는 증언집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대구지하철참사 피해 유가족인 윤석기씨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참사 당일 대구시장은 전동차를 현장에서 차량기지로 옮기고 다음날 지하철공사 직원과 군병력을 동원해 현장을 청소했다. 실종자 유족들의 문제제기로 야적장에서 희생자 신체 14점과 140여점의 유류품을 찾아냈다. 하지만 검찰, 경찰, 대구시, 지하철공사, 그 어떠한 이도 현장 훼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석기씨는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도현씨는 증언집을 정리하며 2년 전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어디라도 동생의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소아 기자
김도현씨는 증언집을 정리하며 2년 전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어디라도 동생의 기록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소아 기자

김도현씨의 동생 김태규씨는 2019년 4월, 일용직으로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5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사건 발생 뒤 회사와 경찰은 태규씨가 현실을 비관해 술을 마신 뒤 자살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도현씨와 어머니는 시민단체와 함께 재수사를 요구했고, 시공사와 책임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도현씨는 “기록집을 만들며 2년 전 그때로 되돌아간 것 같아 고통스러웠지만 비슷한 일을 겪을지도 모를 미래의 참사 피해자를 위해 증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허영주씨는 증언집을 정리하며 울다 쓰다를 반복했다고 했다. 허씨는 이 증언집이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백소아 기자
허영주씨는 증언집을 정리하며 울다 쓰다를 반복했다고 했다. 허씨는 이 증언집이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백소아 기자

2017년 3월31일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피해 가족 허영주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스텔라데이지호가 가라앉고 피해자 가족들은 한달 동안 회사 상황실에 머물렀지만, 제대로 된 브리핑조차 없어 현장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그때는 언론에 제 이름이 나오는 것조차 겁났어요.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죠.” 영주씨는 증언집이 참사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무엇보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피해 당사자가 포기하면 진실은 묻혀버리게 되니까요.”

기록집에 목소리를 낸 이들 누구도 자신이 하루아침에 재난 참사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들은 고통 속에 기록을 남기며 강요된 피해자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윤석기, 김도현, 허영주씨와 피해 당사자들은 안전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두 눈을 뜨고 지켜볼 것이다.

증언집은 생명안전 시민넷 누리집 (http://weeklysafety.blogspot.com)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1년 4월 23일자<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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