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들이 연이은 성소수자의 죽음에 대해 추모하고 사회 변화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심리상담사’ 600명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어 최근 숨진 이은용 작가·김기홍 성소수자운동 활동가·변희수 하사에 대해 “완고하고 차가운 사회의 철벽을 용기 있게 두드렸고, 그 두드림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며 추모했다. 한국상담심리학회·한국상담학회 등에 소속된 심리상담사 600명과 5개 심리상담 단체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상담의 중요한 목표”라며 “당연하게 존중받아야 할 이 권리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비정상’이라고 간주되는 사람들에게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소수자가 일상에서 겪는 지속적인 차별과 폭력은 우울 등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성소수자의 극단적 선택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모든 사회 구성원들과 구조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타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을 돕는 심리상담사로서 세 분의 죽음에 슬픔과 책임을 느낀다”며 “동시에 현실 세계의 변화 없이 상담실 내에서 심리적 변화만을 도모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절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담실 밖의 사회에서 성소수자와 연대하고자 한다”며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를 위해 계속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 메모장 공간을 열어 연대의 메시지를 모으고 있다. 11일 오후 6시 기준 763개의 메모가 올라왔다. “차별금지법 통과”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연대하고 동참합니다” “존재가 죄가 되는 법은 없다” “상담실 밖에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성명을 주도한 박도담 심리상담사(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나를 수용하려면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수용되는 경험을 해야 하는데, 성소수자 내담자가 이러한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실 내에서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내담자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계속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마주한다면 그 도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상담사는 “특히 최근 연이은 성소수자 사망 소식을 보며 결국 사회의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없애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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