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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용화여고 ‘창문미투’ 가해교사 법정구속…“3년이란 긴 시간이 2차 가해”

등록 :2021-02-19 11:01수정 :2021-02-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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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 징역1년6개월 선고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창문에 미투 쪽지를 붙인 뒤) 한 선생님께서 화가 난 듯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학교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냐?’, ‘저렇게 붙이면 자랑스럽니?’라며 저희에게 잘못을 물으셨습니다… 그 뒤 방송에서 포스트잇을 떼라고 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에 대한 동정심과 학교 방송으로 인해 포스트잇을 뗐고, 다른 학생들은 ‘그걸 왜 떼냐’며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 2018년 6월 한 포럼, 재학생 ㄱ씨 실태 보고 중

10대들의 미투(Me, too)에 법원이 위드유(With you)로 응답했다. 3년 만이다.

19일 오전 서울북부지법에서 교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전직 국어교사 ㄱ씨(57)의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마성영)는 ㄱ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2011~12년 5명의 학생을 수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서 일관되고 상황 묘사가 구체적이다. 피고인의 행동은 추행 중에서도 죄질이 좋지 않다. 교육자로서 임무를 망각하고 피해자들을 추행했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미투 쪽지를 붙이며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가해교사의 형사처벌까지 3년이 걸렸다.

조사받고 돌아온 교사, “나 지목한 사람 찾겠다”

사건은 201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졸업생으로 구성된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가 SNS에서 ‘용화여고 성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교사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겪었다는 제보가 175건 접수됐다. 위원회는 그해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립학교 내 권력형 성폭력을 전수조사하고 처벌을 강화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교육청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 조사를 하기로 했다.

2018년 4월6일 교육청 조사가 있던 날, 3학년 학생들이 먼저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위 캔 두 애니씽(We can do anything)을 붙이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힘들어할까봐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걸 본 1학년, 2학년들이 ‘혼자가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지켜줄게’ 등을 적어 붙였다. 이렇게 ‘창문 미투’는 세상에 알려졌다. 학생들은 서로를 응원했고, 많은 시민들이 학생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응원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교육청과 학교법인은 18명의 교사를 징계했지만 15명의 교사가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검찰은 피해자가 가장 많았던 교사 ㄱ씨조차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2019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검찰에 진정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검찰청 앞 1인 시위를 한 끝에 검찰은 마지못해 재수사에 나섰다. 창문 미투 2년여만인 2020년 5월 ㄱ교사는 기소됐고, 이날 선고까지 3년여 동안 피해자들은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18년 4월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모습. 연합뉴스
2018년 4월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모습. 연합뉴스

미투 이후 학교에서 벌어진 2차 가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당시 재학생 ㄱ씨는 2018년 6월 ‘스쿨미투 운동의 과제와 전망’ 포럼에서 “조사를 받고 돌아오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지목한 사람을 찾겠다고 하셨다. 지금도 학생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피해자 색출 시도만이 2차 피해의 전부가 아니었다. 학교 이미지와 가해교사의 방어권을 학생들의 고통보다 먼저 생각한 교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미투가 시작되고 한 선생님에게 ‘밥 같이 먹는 한 가족 같은 사이에 이러는 거 아니다’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잘못된 걸 알면서도 학생이란 이유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미투 이후)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지쳐가면서 저희는 나뉘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수업배제 당했으면 된 것 아니냐며 많은 친구들이 바뀌어갔습니다… 포기할까 생각하며 많이 울었습니다.”(2018년 6월 용화여고 재학생 ㄴ씨 발언문)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공포감과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주변의 그릇된 시선에 시달렸다. 지친 학생들은 이 사안에 대해 공론화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공론화에 대한 찬반 투표가 벌어졌다. ‘학교 이미지가 나빠지고 오보가 생기니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말자’, ‘학교는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으니 최대한 외부에 알려야 한다’. 의견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이후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세간의 관심은 순식간에 사그러들었다.

기소된 가해교사 ㄱ씨에 의한 2차 가해도 있었다. ㄱ씨는 2020년 6월 기소를 앞두고 5명의 피해자 중 한 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피해자는 재판에서 ㄱ씨가 자신이 피해자인 사실을 알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 말하는 2차 가해에 해당된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는 피해자의 권리로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했다.

노원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페이스북 갈무리
노원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페이스북 갈무리

학교는 ‘피해자 보호’ 왜 없나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제기한 뒤 주변인과 가해자에 의해 벌어지는 2차 가해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 뿐만이 아니라 학교에도 만연해 있었다.

특히 10대가 피해자인 스쿨미투의 2차 가해는 학교란 이름으로 더 가혹하게 이뤄졌다. ‘애들이 몰라서 그런다’, ‘학생 말을 어떻게 믿냐’며 정당한 성희롱·성폭력 문제제기가 평가절하됐다.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사무처장은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학내 성희롱·성폭력에 공감하고 증언함에도 (미투 당사자들은) 폐쇄적인 학교에서 고립, 징계, 퇴출을 경험해야 하고, 마치 없는 목소리로 여겨졌다.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지지받는 운동이었음에도 미투 당사자들은 고립과 소외를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 없다보니 교사들 사이에서 가해 교사를 지지하는 대자보 연서명이 붙는 경우도 있었다. 스쿨미투의 2차 가해는 피해자가 청소년, 학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더 쉽게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창문미투의 시작부터 형사처벌까지 3년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스쿨미투 백서’ 작업이 시작됐다. 사건 발생 초부터 3년 간 지지 활동을 해온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최경숙 활동가는 학생인권운동인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번지는 역할을 한 용화여고 사건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결심했다. 교사에 의한 성폭력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에, 이번 사건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피해사실이 알려진 뒤 사법처리까지 걸린 3년이란 긴 시간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 사건 이후 경찰과 교육청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2018년에 마무리 됐을 것이다. 도대체 피해자들이 고소를 해서 얻을 이득이 무엇이라고 3년씩이나 마음 졸이며 이렇게 재판을 끌고 왔을까. 단지 교사의 행위를 막고 스쿨미투를 끝내고 싶었을 뿐이다.”

미투 당사자도 다시 희망을 이야기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 피해자 ㄱ씨는 19일 선고 후 서울북부지법 앞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방식이 옳았던 걸까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 가서 마주한 학생들은 여전히 선생님들의 팔을 붙잡고 웃고 있었다. 그리고 한 교사는 한 풀 꺾인 얼굴로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래도 학교 현장이 덕분에 깨끗해졌다고. 그리고 다음에 또 한 번 함께 밥을 먹자고. 그래, 그걸로 되었다. 나는 우리의 오늘이, 학생과 교사가 멀어지는 일 없이,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믿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피해자 기자회견 발언을 추가해 기사를 수정했습니다.(2월19일 오후 5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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