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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추미애 “구치소 감염, 거듭 송구…민생 직결된 검찰개혁 계속돼야”

등록 :2021-01-06 04:59수정 :2021-01-08 00:43

박용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추미애 법무부 장관

‘3밀 시설’에 동선관리 등 대처 미흡…수용자 징계 없을 것
대규모 수용시설은 관리책임자가 응급조처 권한 보유해야

사건을 캐비닛에 넣어두고 기소 안 하면 그만큼 민생 피해
검찰, n번방 사건 등 둔감…사회적 요구에 민감성 키워야

사문화된 지휘·징계권 가동…민주적 통제 선례 보인 의미
‘검사 향응 접대비 쪼개기’ 보며 수사·기소 분리 필요 재확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총장 징계 후회하느냐’ 질문은 억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정부과천청사 장관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과천/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정부과천청사 장관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과천/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뉴스의 중심에 있었고, 첨예한 논란의 표적도 됐다.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수사지휘권을 거듭 발동했고,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징계를 추진했다. 지난달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제청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뒤 후임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고,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뒤 법무부가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먼지는 일시적으로 가라앉는 듯하다.

하지만 ‘추-윤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한정할 수 없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검찰의 독립·중립성’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자장은 여전히 크다. 우리 사회 최대 권력기관의 하나인 검찰을 둘러싼 오래됐으면서도 낯선 구조적 문제들과 민주주의 원칙들이 긴 물음표를 던진다. 충분한 되새김질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추 장관은 임기를 마무리짓는 시점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로 확진된 수용자가 1천명을 넘었다. 교정시설이 3차 유행의 최대 감염지가 된 데 대해 비판이 매섭다. 추 장관은 두 차례 사과했다. 지난 4일 오후 법무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추 장관은 “최종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급격한 감염 확산이 이뤄진 원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11월 말에 발생한 직원 확진 사례와 12월의 대규모 수용자 감염의 연관성 등 정확한 원인을 질병관리청이 직접 조사하고 있다. 조사에 2주 정도가 걸린다. 동부구치소는 고층에 건물 간 이격거리도 촘촘하고 건물 사이에 가림막도 설치되는 등 밀집·밀접·밀폐 ‘3밀 시설’이다. 공기 흐름이나 환기장치 같은 구조상의 문제와 수용 인원의 동선 관리 문제점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발생 초기에는 동선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방역 당국이 과학적으로 볼 때와 우리가 행정 차원으로 볼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에 따라 매뉴얼을 만들어 다른 수용시설에도 전파하고, 동부구치소만의 문제점도 개선하려 한다.”

―확진자 발생 뒤 전수검사가 즉시 이뤄지지 않는 등 대처가 늦었다.

“확진자가 발생했을 무렵 접촉한 직원과 수용자들을 중심으로 지침에 따라 진단·검사가 실시됐다. 12월14일 수용자 가운데 최초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역방역당국과 협의해 12월18일 전수검사가 이루어졌다. 지금은 재난관리법상 지역별로만 재난지역을 선포하게 돼 있는데, 교정시설 같은 대규모 수용시설은 관리책임자가 시설별로 응급조처를 하고 다른 당국의 협조를 받을 권한을 보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도 경증 확진자를 분류해 국방어학원에 보내는데, 구속·형집행 정지를 해서 내보내면 더 이상 교도인력이 맡는 게 아니어서 경찰이나 군 당국이 경비에 협조를 해줘야 한다. 그런 게 시일이 좀 걸린다. 재난관리법에 의해 응급수단을 갖고 있으면 좀 더 빨리 인원을 소개시키고 방역을 철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태를 처음 겪어보면서 좀 더 신속히 조처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건용 마스크를 구매하게 해달라는 재소자의 진정을 법무부가 각하한 일도 있었다.

“진정 건은 지난해 2월 천식환자가 보건마스크를 일반구매 할 수 있도록 요청한 사안으로 방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방역과 관련해서는 마스크 5부제가 정착되기 전이고 시중에도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상황이었다. 교정시설 내 환자 발생도 없을 때니까 수용시설이 일반 시민들이 겪는 것보다 좀더 안전한 상태여서 면마스크를 제작해 착용하도록 했다. 11월30일부터는 수용자들에게도 KF80 이상 마스크 구매를 허용했고, 지금은 1일1매씩 KF94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

―동부구치소에서 창문 밖으로 손팻말 등을 내밀어 도움을 호소했던 수용자들이 징계를 당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

“보고받지 못했다. 신체의 자유가 박탈되면 우선 공포와 불안이 온다. 거기에 감염병까지 확산되니 더욱 불안했을 것이다. 음식물을 거부하고 교도관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불안감을 드러낸 행위의 하나다. 전담 의사들이 대면·비대면 상담도 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도록 심리 치유도 하고 있다. 징계는 있지 않을 것 같다.”

―교정시설의 평소 문제들, 이를테면 과밀수용 등도 대규모 감염의 원인이 되지 않았나?

“그게 가장 심각한 원인이다. 전염병이 3밀의 약한 고리부터 때리는데 인천·수원구치소는 정원 대비 수용률이 130%를 넘어 140%에 육박한다. 다른 나라는 90% 정도 수용되면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제한을 가하는데 우리는 현실 여건이 130%를 넘는 상황이니 감염병 시대에는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면 수용시설을 확충해야 하지 않나?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면역 체계의 문제니까 교정시설이 운동장을 갖추고 채광도 잘돼야 한다. 기존의 시설들을 동부구치소처럼 빌딩형으로 고치는 정책 방향부터 바꿔야 한다. 또 혐오시설이다 보니 확충이 정말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설 확충으로 다 할 수는 없고 재판제도와 수사관행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개혁과도 관련 있는 문제다. 법정에서 당사자주의 법제도 아래서 충분히 유무죄를 다툴 수 있게 하고 구속재판 원칙을 지양하면 수감자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지금 전체 수감자가 5만명 정도 되는데 그 숫자는 10년 이상 변함이 없다.”

―교정시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추가 대응 방안은?

“일단 수용인원을 어제까지 절반으로 줄였다. 비확진자는 지방 시설로 보내고, 가급적 개인별 관리가 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치료받는 환자들 가운데 예후가 심각한 분들은 없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 심각한 환자가 생길 때를 대비해 외부 병원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될 수 있도록 총력체제로 대응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다.

“제가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2016~7년 당 대표 때 촛불집회의 외침이 귓가에 쟁쟁하고 그 절실한 마음은 빛바래지 않았다고 본다. 사회변화가 어느 정도 불가역적인 상황이라면 아마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분들도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개혁에 대한 저항이 훨씬 더 큰 상황이고 개혁의 고비고비마다 숨가쁘게 넘기 힘든 상황에서 사면이란 용어 자체가 끼친 큰 충격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지금은 사면을 선뜻 이야기하는 게 상당히 가슴 아프다.”

―장관 취임 뒤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뤄낸 성과 중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우선 새해부터 시작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이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두번째는 장관으로서 대검찰 관계에서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을 통해 바람직한 민주적 통제를 행사했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 장관일 때는 일상적으로 편하게 지휘를 하고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받들었던 것인데 이른바 비검사 출신 장관이 들어서면 어색해하고 언론을 통해 과도하게 왜곡시키고 시끄러워진다. 그러다 보니 장관의 지휘권이 사문화되고 불편한 제도처럼 돼 있었다. 형사사법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종국적 책임을 지닌 장관으로서 사문화된 검찰청법 8조 수사지휘 조항을 살려내 가동함으로써 문민통제의 선례를 보였다.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본래적 모습을 보인 원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다음으로 검찰총장도 잘못이 있으면 징계 받을 수 있다는 민주적 통제의 원칙을 선언했다. 권한 남용에 대해 성역이나 예외가 없다는 것을 보인 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통제는 검찰의 독립·중립성과 상충하는 가치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상충은 당연하다. 민주주의 원리가 견제와 균형인데 시끄럽지 않은 견제가 가능한가. 나한테 뭐라고 하면 그냥 ‘저 틀렸습니다’ 하는 건 견제가 아니다. 상충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고, 민주주의의 모든 시스템에 필요한 ‘모니터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관이 수사권도 갖고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 형사사법 정의가 실현되는지 위에서 지켜보는 것, 그것이 검찰청법 8조의 취지다. 형사사법 정의를 검찰 스스로 무너뜨릴 때는 모니터링을 통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도 ‘형성권’이라고 받아들였다. 반대로 정치권이 장관을 통해 수사를 공정하게 못하도록 압력을 넣을 때는 검찰이 ‘왜 독립성·중립성을 무너뜨리느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충돌이라기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이고,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적 통제를 위한 권한 행사가 너무 잦았다는 시각도 있다.

“장관으로서 직무유기를 하지 않고 열심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이 바라는 시스템의 본모습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고 본다.

“아니다. 시점을 면밀히 보면 그 주장이 견강부회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장관으로 부임했을 때 조국 전 장관 수사는 이미 끝나서 기소된 상황이었고, 울산 사건도 곧 기소가 됐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수사도 끝났을 때다.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총장 인척·측근 관련 사건이나 검찰 내부비리 사건 등이다. 라임 사건의 경우 무리하게 여당 정치인을 엮으려 했지만 수사 결과 야당 정치인이 구속기소됐다.”

―인사를 통해 정권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두 차례 인사에서 특정 부서 출신에게 주요 보직이 편중되는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 우수 여성 검사 발탁 등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특정 수사를 제어하기 위한 인사였다고 비난하는 것 또한 동의할 수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는 결국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지금 돌아볼 때 반드시 징계가 필요했다고 보나?

“검찰총장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이고, 고도의 정치 중립을 보장받기도 하고 스스로 지켜야 하기도 한다. 총장의 지위가 외딴섬처럼 성역이어서가 아니라 형사사법 정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치 외풍을 타서 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장관이 병풍이 돼줘야 하지만, 거꾸로 검찰 스스로 정치를 하는 경우는 장관이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조직 전체를 개인조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장관이 지휘감독권을 행사해서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징계위가 총장 임기제 등 종합적인 고려를 했을 텐데, 그럼에도 사안의 엄중함은 해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지금 와서 징계 청구가 무리했다고 할 이유는 없다. 징계를 봐준다면 오히려 제 직무유기다. 징계 과정에서 징계사유가 된 비위들은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징계위원들에 대한 흠집내기 보도 등은 많았다. 그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징계를 후회하냐’는 건 억울한 질문이다.”

―이른바 ‘추-윤 갈등’이 불거지고 검찰총장 개인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검찰개혁의 제도적 측면 등은 오히려 흐려지는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나?

“검찰개혁이 훨씬 상위개념이다. 지금의 총장만 개혁할 점이 있다기보다는 70년간 이어져온 검찰권의 남용이 형사사법 정의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 총장 개인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윤 총장 개인의 문제는 장관으로서 민주적 통제권을 행사함으로써 경고도 하고 각인도 시켰다. ‘추-윤 갈등’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프레임이고, 이를 통해 검찰개혁의 본질을 물타기 해버렸다고 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정부과천청사 장관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과천/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정부과천청사 장관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과천/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대해 항고를 포기했는데.

“본안 소송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참모들의 전반적인 권고를 받아들였다. 동부구치소 감염병 사태 등 법무행정 분야에 여러 우려스러운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소송은 본안에 집중하고 현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분위기였다.”

―법원 판단을 수긍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지 않다. 기피당한 사람이 의사정족수에 포함되지 않았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서는 여러 판례에서 보듯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말씀드렸다.”

―새해 들어 여러 매체의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일제히 대선 주자 1~3위에 올랐다. 언론은 사실상 대선 주자로 다루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보도를 보니 ‘폴리페서’가 우리나라에서는 문제인데 미국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능력을 점검받은 분들이 봉사하러 정치에 들어가는 거라 논란이 안 된다고 한다. 전문성도 없고 봉사할 자세도 안 되어 있으면서 권력을 향한 욕망의 열차에 타는 것이 문제다. 대학교수는 정당에 가입할 자유도 있는 신분임에도 폴리페서 행태가 논란거리인데, 법적으로 고도의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은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폴레페서를 차용한 ‘폴리시큐터’(폴리틱스+프로시큐터: 정치검찰)라는 신조어가 생각난다. 이미 그렇게 된 것 아닌가.”

―검찰개혁이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도 시민의 일상이나 민생과는 동떨어진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도 있는 듯하다.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 장관으로 오면서 무엇을 비전으로 내걸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국민이 존중받는 편안한 나라’라고 하고 싶다고 답했다. 검찰권이 세지면 국민이 존중받지 못한다. 강제수사를 너무 많이 하고, 변론이 통하지 않는 수사 방식과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늘 부딪치는 법률 문제로 어느 누구나 다 그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검찰권 행사가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이 존중받는 나라의 기본권인 것이다. 장관으로 와서 제일 먼저 부딪친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수사를 만들기도 하고 거기에 매몰되기도 하고 거기에 투입되기를 원하는 검사들만 요직을 차지하고, 묵묵히 일하는 형사·공판부 검사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선에서는 200~300건씩 미제사건을 끼고 매일 열심히 일해도 감당이 안 된다는 하소연을 많이 들었다. 이는 결국 민생이 적체돼 있는 것이다. 사건을 캐비닛 속에 넣어두고 기소도 안 해주면 그만큼 민생이 피해를 입는다.”

―검찰의 오래된 문제인데 그 원인은 뭐라고 보나?

“어떤 책을 봤더니 ‘responsiveness’라는 단어가 있더라. 뭘까 하고 봤더니 공직자가 사회적 요구에 대해 귀를 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지칭하는 것 같더라. 검찰조직에 그것이 상당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인권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회적 요구, 문화적 이해에 민감하게 응답하는 검찰조직이 될 것을 강조했는데, 거기엔 계기가 있었다. 엔(n)번방 사건이다. 피해자들이 국회에 청원도 하고 직접 가해자들을 잡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을 했다. 그게 없었다면 범인이 잡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조직이 이런 문제에 어떻게 이렇게 둔감할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 그 전에 잡힌 관련자들을 보면 구형도 기대 이하로 굉장히 낮았다. 여성단체는 오랫동안 노크를 했는데 법무부가 그동안 장관 면담에 한번도 응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만나 드리니까 처음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에 응답할 수 있는 탄력적인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에 앞으로 수사권 조정에 따라 6대 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하더라도 수사·기소팀을 분리하겠다고 했더니, 기소권 없는 검사는 생각할 수 없다거나 수사는 기소에 복무한다는 등 조직적 반발이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선진 사법체계에선 다 그렇게 하고 있고, 검사실에 직접 수사 인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 빼곤 없다. 라임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를 하고 난 뒤 검사 향응이 드러났다. 접대비 100만원을 안 넘기기 위해 쪼개기를 했는데, 접대를 제공한 쪽은 분모에 들어갈 수 없는 것 아니냐. 실체와 동떨어진 결론을 내고 기소편의주의를 남용한 것이다. 그걸 통해 수사·기소 분리가 맞다는 생각을 더 갖게 했다. 지금은 검찰 스스로 검찰개혁을 불러낸다고 생각한다. 또 윤 총장 징계사유 중에는 측근 관련 사건들이 있다. 검찰 내에서 수사팀의 중립·독립성이 안 갖춰진다는 것을 보고 ‘과연 저 안에서 자기 식구를 감쌀 때 수사할 방법이 있느냐’ 사람들이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공수처 출범이 너무 당연시되고, 수사·기소 분리도 그런 분위기가 잡히는 것이다.”

―장관직을 내려놓으며 아쉬운 점은?

“검찰개혁을 궤도 위에 올려놓은 뒤 점검하고 싶은 게 있었다.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은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경찰 수사관은 현장에서 범죄인 체포 등의 활동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검사는 수사 과정이 적법한지 법률이 제대로 적용되는지를 모니터링하면서 정의를 실현한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을 밥그릇 싸움으로 봤기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 정립을 아무도 관심있게 못 지켜봤다. 검경의 지휘복종 관계를 협력 관계로 문언만 바꿨을 뿐 구체적 전범이 없는 상태다. 일본 같으면 복잡한 사건의 경우 자문 형식으로 검사의 지도를 받는다고 돼 있다. 자문·지도는 지휘복종은 아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 같은 것이다. 법률전문가로서 법적 구성을 지도해주는 것을 수직적 관계라고 보고 거부하면 안된다. 형사사법절차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런 관계 정립을 이끌어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사직하게 된 주된 이유는?

“하다보면 돌부리에 걸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이 할 수 있다.”

―장관직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다가올 선거에 출마할 계획은 없나?

“검찰개혁이 되기까지는 정치적 상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아직 상상해본 적이 없다. 직이 끝나면 그때 생각하겠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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