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현장 점검 차 들린 경기대 기숙사에서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현장 점검 차 들린 경기대 기숙사에서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대학 기숙사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 “병상 확보 취지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의 임시주거지 마련 등 후속 대책 또한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서울시는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생활치료센터 확보를 위해 시내 대학과 협의 중이며 현재 3개 대학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대·연세대 등 8개 대학에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현재 서울시립대 기숙사에 520개 병상을 확보했다. 이는 서울시 9개 생활치료센터 1929개 병상 중 즉시 이용 가능한 비율이 8.2%(159개·16일 저녁 8시 기준)까지 떨어지자 나온 대책이다.

그러나 방학 중 기숙사 거주를 계획했던 일부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에 당혹감을 보인다. 김성중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계절학기 수강, 곧 있을 변호사시험 준비 등으로 500명가량이 이미 기숙사 입주를 신청하고 예치금까지 낸 상황에서 사흘 전 갑작스레 퇴사 통보를 받게 됐다”며 “지금도 학생들은 기사로만 관련 상황을 알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시립대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대책에 매우 공감한다”면서도 “학생들 여론 수렴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통보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시립대 총학생회는 기숙사 입주 불가를 계절학기 수업 취소 사유로 허용할 것과 코로나19 관련 회의에 총학생회 대표 배석을 학교에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서울시와 함께 학교 인근 호텔을 학생들의 임시 거주지로 확보하고 있으며 입주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기숙사에 생활하는 학생들이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학교 인근에 대체숙소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추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고

지난 14일 경기도가 생활치료센터 활용 방침을 밝히면서 경기대 학생들도 학기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갑자기 기숙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영훈 경기대 총학생회장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학생들도 병상 확보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좀 더 주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경기도는 설명자료를 내어 “기숙사 체류를 희망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대체시설을 마련했다.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기도는 경희대, 한경대, 한양대, 경인교대, 대전대, 평택대 등에 대해서도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박윤경 박태우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