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총파업이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1인 시위와 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참여연대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공의 총파업이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1인 시위와 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참여연대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확산 속에 전공의들이 13일째 집단휴진을 이어가자 의료현장 곳곳에선 진료 공백을 넘어 ‘시스템 붕괴’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들이 위법한 시술이나 약 처방에 나서야 하는데다 피로도 역시 높아져 한계에 다다랐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뒤 각 병원들은 대부분의 수술을 연기하며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거듭 연기할 수 없을 만큼 긴급한 수술 일정들이 닥쳐오면서 일부 병원에선 전공의 없이 교수와 진료보조인력인 피에이(PA) 간호사들이 수술을 진행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피에이 간호사 ㄱ씨는 2일 <한겨레>에 “피에이 간호사들이 의료법상 불법인 줄 알면서 전공의들이 하는 진료행위를 대신 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간호사들이 교수의 처방 계정에 접속해 약을 처방하거나 동맥혈 채혈에 나서는 등 의료법상 간호사에겐 허용되지 않는 업무들을 대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휴진 사태가 장기화하며 피로도 또한 극심한 상태다. ㄱ씨는 “8월 하순 예정돼 있던 휴가를 취소하고 연장근무에 투입됐을 뿐 아니라, 비번인 날에도 응급환자 발생 전화를 받고 출근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늘면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병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국가지정 전담병원이지만 전공의가 집단행동으로 자리를 비운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선 환자를 돌보는 인력이 부족한데다 중증 환자들이 밀려오면서 경증 환자와 한데 섞이는 등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간호사 1명이 중증 환자 1명만 담당할 수 있지만 보라매병원에선 중증 환자 3명과 경증 환자 1명을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라매병원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ㄴ씨는 “최근 중환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중증 환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간호인력도 보충되지 않아 현장 인력의 피로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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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사협회는 앞서 성명을 내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에서 업무를 대신 하고 있는 피에이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 의사들은 집단휴진을 당장 중단하고 의료인이 모두 힘을 합쳐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사협회는 아울러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에서 피에이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 의료인의 윤리적 책임으로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가 의료법으로 억울한 일을 당해선 안된다”며 피에이 간호사 합법화를 요구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