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1.1%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누군가를 혐오하는 시선·행위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1.1%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누군가를 혐오하는 시선·행위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코로나19가 ‘차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10명 중 9명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7명은 ‘성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5%는 차별 금지를 법제화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 인권위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72.9%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 데 견줘 1년여 새 찬성 비중이 15.6%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인권위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22~27일 전국 성인 1000명(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벌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이 주로 공격해온 ‘성적 지향·정체성’ 항목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73.6%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21대 국회 개원 뒤 정의당 등 소수 야당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힘이 실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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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가 차별과 혐오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넓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응답자의 91.1%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누군가를 혐오하는 시선·행위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차별·혐오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이들(69.3%)에게 차별·혐오 대상이 된 집단을 묻자 종교인(48.3%), 외국인·이주민(14.4%), 특정 지역 출신(13.6%)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한국 사회가 차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였다. 응답자의 72.4%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응을 이어갈 경우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81.4%는 차별이 범죄까지 유발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대책을 묻는 질문에선 ‘국민인식 개선 교육·캠페인 강화’(91.5%), ‘인권·다양성 존중 학교교육 확대’(90.5%), ‘차별 금지 법률 제정’(88.5%)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은 성별, 나이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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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론에 힘입어 인권위는 보수단체의 반발에 밀려 좌초된 지 14년 만에 다시 한번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법안의 내용을 직접 마련해 국회에 행동을 촉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오는 30일 전원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국회에서도 장혜영 의원 등 정의당 의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