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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기간제를 향한 차별, 내 딸 초원이가 떠나니 보이더군요”

등록 :2020-04-16 05:00수정 :2020-04-16 08:15

단원고 교사 김초원씨 아버지 인터뷰

죽어서도 계속된 ‘기간제’ 꼬리표
3년여 만에 순직 인정받았지만
쪼개기 계약 등 불합리 제도 만연
또 다른 ‘김초원들’ 위한 활동가로
복지제도 적용 소송 대법 판결 앞둬
“높은 경쟁률 뚫고 담임도 맡고…
정규직 교사 업무와 다름없어
떠난 자식은 돌아오지 않지만
차별 철폐를 위해 싸웁니다”
14일 경남 거창군의 집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는 고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씨
14일 경남 거창군의 집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는 고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씨

“규제가 너무 많아 사업하기 어렵다”고 불평하던 평범한 가장은 어느덧 “기간제 교사 차별 철폐”를 외치는 열성적인 ‘활동가’가 됐다. 2014년 4월16일 딸을 잃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일어난 변화다.

김성욱(62)씨는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다. 김초원 교사는 이지혜 교사와 함께 기간제 교사 신분이어서 참사 초반엔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김씨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불합리한 결정에 맞서 싸웠다. 그 결과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3년여 만에 뒤늦게 순직이 인정됐다. 김초원 교사는 2018년 1월 다른 8명의 교사들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6년째 여전히 싸우고 있다. 2016년 10월 안산을 떠나 고향인 경남 거창으로 이주한 그는 지난 9일에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14일 거창에서 만난 김씨는 “한달에 두번은 서울과 안산을 찾아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소속 교사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거나 병원 진료를 받고, 4·16기억교실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2014년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당일이자 고 김초원 교사의 생일인 4월16일을 앞두고 김 교사를 위해 만든 사진집
2014년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당일이자 고 김초원 교사의 생일인 4월16일을 앞두고 김 교사를 위해 만든 사진집

그가 싸우는 이유는 교사들을 위해 공무원 단체보험 등을 지원하는 경기도교육청의 맞춤형 복지제도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그 대상에서 빠져 있어서 김초원 교사에게 사망보험금이 한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순직 인정 문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이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 11월 차별 개선 권고를 하면서,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8월 뒤늦게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 단체보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제 교사 맞춤형 복지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김초원 교사와 이지혜 교사 두명에게는 제도가 소급 적용되진 않았다.

이에 김씨는 2017년 4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경기도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기간제 교사를 배제한 것은 차별이 아니다’라는 취지였다. 김씨는 지난 1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우리 초원이처럼 온 마음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차별을 받지 않길 바라요. 그런데 1심과 2심에서는 우리 딸이 받은 차별을 차별이 아니라고 판결한 거죠.” 지난 9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대법원은 최고법원이니 부디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누군가는 김씨의 싸움이 “돈 때문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여전히 보낸다. 김씨가 거창으로 이주한 배경에는 그런 시선 탓도 있다. “2500만원 손해배상금 가운데 변호사 비용과 서울까지 오간 비용을 빼면 저한테 돌아오는 건 없습니다. 혹시 돌아오더라도 전부 단원고에 기부할 생각이에요. 억만금을 줘도 떠난 자식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딸과 같은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차별을 없애려고 소송하는 겁니다.”

일반 회사원으로 25년 동안 살아온 그에게 ‘활동가’로서의 삶은 생경하다. 김씨는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기 위해 2015년 9∼10월 온 몸을 땅에 던지는 오체투지를 5번이나 감행했다.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서 3년3개월 동안 9급 공무원부터 국무총리, 여야 국회의원을 다 만났습니다. 초원이가 단원고에서 근무할 때 ‘아빠, 나는 기간제라도 차별받는 건 없어’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초원이가 세상을 떠나니 차별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던 거지요.”

기간제 교사는 2019년 기준 5만4천여명(교육통계서비스)에 이른다. 차별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초원이도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수업도 하고 담임 업무도 맡았는데, 기간제 교사는 3~4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고, 방학 때는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계약도 하지 않는다고 해요. 병가나 출산 휴가를 내면 재계약도 어렵지요. 대법원이 이를 차별이라고 판결하면 판례로 남아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김초원 교사의 묘. 김성욱씨 제공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김초원 교사의 묘. 김성욱씨 제공

김씨는 딸의 생일인 16일 국립대전현충원 묘소를 찾을 예정이다. “초원이는 피자를 좋아했어요. 26명의 반 아이들과 하늘에서 나눠 먹을 피자 한판을 사들고 갈 생각입니다. 초원이는 항상 ‘가루가 돼도 꼭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도 했었어요. 그렇게 선생님을 좋아했으니, 하늘에서도 아이들의 선생님 노릇을 잘 하고 있지 않을까요.” 김씨가 차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 총총 돌아섰다.

김성욱씨의 6년 싸움 일지

2014년 4월16일 오전 세월호 참사 발생

4월18일 오전 2시 김초원 교사 주검 수습

6월12일 김성욱씨, 김 교사 순직 인정 신청, 공무상 사망 신청

11월28일 인권위, 15개 교육청에 맞춤형 복지제도 기간제 교사 차별 개선 권고

2015년 7월12일 인사혁신처, 순직 인정 신청 반려

9∼10월 김씨, 순직 인정 촉구 오체투지 5차례

2016년 3월25일 김씨, 김 교사 순직 인정·공무상 사망 재신청했으나 재차 거부

6월20일 박주민 의원,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등 담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발의

6월28일 김씨, 공무원연금공단 상대로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 청구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

8월 경기도교육청, 기간제 교사도 공무원 단체보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시행

10월6일 김씨, 경기 안산에서 고향인 경남 거창으로 이주

2017년 3월30일 김씨,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촉구 9만1800여명 서명지 서울행정법원에 제출

4월4일 인권위, 기간제 교사도 순직 인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

4월14일 김씨, 기간제 교사 보험 미가입 관련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상대 2500만원 손해배상청구 소송

5월15일 문재인 대통령, 김 교사 등 기간제 교사 2명 순직 인정 지시

7월5일 공무원연금공단,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7월14일 인사혁신처, 위험직무 순직 인정

8월16일 김씨 등 세월호 유가족,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면담

2018년 1월16일 김 교사 등 순직한 단원고 교사 9명,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

2019년 1월15일 수원지법,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원고 청구 기각

2020년 1월8일 수원지법, 손해배상청구 소송 2심 항소 기각. 김씨, 대법원에 상고

4월9일 김씨, 대법원 앞에서 ‘세월호 기간제 교사 차별 시정하는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

거창/글·사진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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