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맹아학교 졸업생 7명이 11일 선물받은 ‘3D촉각 앨범’을 들고 함께 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제공
전북맹아학교 졸업생 7명이 11일 선물받은 ‘3D촉각 앨범’을 들고 함께 했다. 사진 전북맹아학교 제공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자신을 배려한 선물을 받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전북 익산의 전북맹아학교는 1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학생과 교직원들만으로 조촐한 졸업식을 열었다. 이날 고3 졸업생 7명은 이날 자신과 급우들의 얼굴이 담긴 ‘3D 촉각 앨범’을 선물로 받았다. 이 앨범은 시각장애인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며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미국 머서대팀과 탈북인 드림학교 학생들이 협업제작한 3D촉각 앨범. 사진 전북맹아학교 제공
미국 머서대팀과 탈북인 드림학교 학생들이 협업제작한 3D촉각 앨범. 사진 전북맹아학교 제공

이 앨범은 “시각으로 봐야만 하는 사진집이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기념이기 보다는 고통”이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졸업앨범이 사라진 지 10년이 넘었다. 맹아학교 쪽은 지난해 5월부터 미국 머서대학 엔지니어팀(지도 현신재 교수)과 협력해 제작을 추진됐다. 2014년 교육과정 공유 협약을 맺은 조지아맹학교에서 머서대팀과 3D촉각 졸업앨범을 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전자우편을 통해 도움을 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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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작과정에 탈북인 대안학교인 드림학교도 참여하면서 의미가 더해졌다. 충남의 한 드림학교가 이미 머서대팀에게 기술전수를 받고 있었던 덕분이다. 드림학교 학생들은 맹아학교 졸업생의 얼굴 스캐닝과 프린팅 출력, 1차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 과정 등을 도와줬다. 한국의 남과 북, 미국의 학생이 함께 진행한 셈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드림학교 학생들이 맹아학교에 앨범을 전달하는 기증식도 있었다.

지난해 5월 공동작업을 통해 처음으로 제작한 3D촉각 졸업앨범 1차 결과물을 시각장애 학생이 비교하면서 만져보고 있다. 전북맹아학교 제공
지난해 5월 공동작업을 통해 처음으로 제작한 3D촉각 졸업앨범 1차 결과물을 시각장애 학생이 비교하면서 만져보고 있다. 전북맹아학교 제공

졸업생 이윤호군은 “일반적인 사진 앨범이 아니라 내 얼굴을 느껴볼 수 있어 너무나 좋다. 대학에 들어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평생 동안 간직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정문수 이 학교 교장 직무대리는 “저희 학교 사례를 통해 기술의 발전이 소외된 이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 사회가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