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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숙대 트랜스젠더 합격생 결국 입학 포기 “신상유출 등 무서움 컸다”

등록 :2020-02-07 15:38수정 :2020-02-08 02:35

7일 등록금 납부 마지막날 포기 결정 내려
“앞으로 학교생활 감당할 자신없어…이날 새벽에 결정”
숙명여자대학교 정문. <한겨레> 자료 사진
숙명여자대학교 정문. <한겨레> 자료 사진

성전환 수술 뒤 법원에서 성별정정 허가를 받고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2020년 신입생으로 합격한 ㄱ(22)씨가 결국 입학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합격 보도가 나간 뒤 불거진 학내 반대 여론 등에 대한 부담이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날 새벽까지 고민했는데 등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결국 무서운 것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ㄱ씨는 “신상 유출의 두려움이라던지 색출될 가능성이 있어서 앞으로 학교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숙명여대 신입생 대학 등록금 납부 마지막 날이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합격한 학교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배경으로는 학내 반대여론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ㄱ씨는 이날 오후 3시께 본인의 온라인 일기장에 ‘숙대 등록 포기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일기장에서 ㄱ씨는 최근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다시 수험서를 보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 이유를 설명하며 “올해 수능 점수에 불만족해서도 아니고 법전원이 설치된 대학 학부로 진학이 유리하다는 말을 들어서도 아닌, 작금의 사태가 무서워서였다”며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또한 ”성숙한 사람에게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며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을 지지해준 분들에게는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호해 주기를,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제 바람에 공감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 개인, 단체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실제 ㄱ씨의 합격 사실이 보도된 후 학내 커뮤니티에선 “여성들을 위한 공간에 들어오지 말라”, “트랜스젠더 여성이 자신이 여자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비약적이다”, “애초에 트랜스젠더가 조용히 있었으면 난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고, ㄱ씨 입학을 반대하는 대자보들도 학내에 부착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 ㄱ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합격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온종일 너무 무서웠다. 온갖 욕을 다 먹더니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라며 “만약 입학하더라도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에 등록할 수 있을지 무섭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숙명여대 최초 트랜스젠더 합격생 “마음 너덜너덜해졌다”)

ㄱ씨의 입학 포기 결정에 대해 올해 2월 숙명여대를 졸업한 김아무개씨는 “여대가 처음 만들어진 이유가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트랜스젠더 학생의 입학을 그 여대 학생들이 반대한다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 학생이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이상 같이 공부할 기회는 똑같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재학생 이아무개씨도 “재학생들이 반대하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인권이라는 큰 관점에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숙명여대의 책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ㄱ씨의 입학 포기 결정 사실이 알려지자 ㄱ씨가 롤모델로 삼았다고 밝혔던 박한희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교 내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해 단순 부정을 넘어 증오 감정까지 나타났는데, 왜 숙명여대는 가만히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숙명여대 쪽이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면 학내에서 더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페미니즘은 비주류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토대이자 핵심적 가치인데, 입학 반대 성명이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나온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젠더는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 성정체성 선택 권리는 누구도 억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숙대 법학과 입학은 포기했지만, 법대 진학에 대한 꿈은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전원 진학을 목표로 다시 대학을 준비하겠다”며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하는 ㄱ씨가 온라인 일기장에 올린 글. ㄱ씨의 허락을 받고 전문을 게재한다.

숙대 등록 포기에 부쳐

내게도 일상은 있다.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특별하지 않은 삶을 견뎌낸다. 꿈이 있고, 삶의 목표가 있으며, 희망이 있다. 그러니 내 삶은 남들에게 확인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 그 속의 꿈 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의 대상이고, 조사의 대상에 불과하다. 또한,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 그렇게 나는 일상을 영위할 당연함마저 빼앗겼다.

얼마 전 서점을 다녀왔다. 더는 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험서를 다시금 뒤적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금 수험서를 사러 와야만 했던 이유는, 올해 수능 점수에 불만족 해서도 아니고, 법전원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법전원이 설치된 대학 학부로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던 말을 들어서도 아닌, 작금의 사태가 무서워서였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

서점을 가는 길에는 전철을 탔었다. 전철역의 계단 앞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나는 사회적 다수자였고, 다양한 색으로 도배된 지하철 노선도 앞에서, 세 가지 색각을 전형적으로 지닌 나는 다수자였다. 그 누구도 항상 사회적 다수자일 수는 없으며, 그 누구도 항상 소수자인 것은 아니다. 사람 모두는 소수인 측면과 다수인 측면을 다층적으로 쌓아나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자신을 늘 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약자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대로 자신을 늘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떠한 면에서는 강자일 수도 있음을 잊고, 다른 약자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고에서는 혐오만 재생산될 뿐이다.

나는 서점 나들이를 정말 좋아한다. 그 다양한 의견의 각축장을 통하여, 보다 나은 의견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은 어떠한 근거를 갖는지를 찾아보는 행위가 재미있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방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성숙한 사람에게 있어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 이러한 혐오는 진정한 문제를 가리고, 다층적인 해석을 일차원적인 논의로 한정시킨다. 이러한 무지를 멈추었을 때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이 사회가,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호해 주기를,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그런 길 만이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제 바람에 공감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 개인, 단체에 감사를 표한다. 만약 그분들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연약한 개인은 쉬이 지치고야 말았을 것이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아주시는 여러 사람들께 감사를 표한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일상은 일상일 수 있다.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또 감사한다.

2020. 02. 07.

하나의 날갯짓이 커다란 폭풍이 되었음을 바라보며.

PS. 저를 지지해 주신 여러분께 일일이 감사의 말씀 전하지 못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연대의 정신 잊지 않고, 또 다른 곳에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권지담 강재구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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