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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뉴스AS] 역학조사관 줄어든 게 자유한국당 때문?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등록 :2020-02-05 14:44수정 :2020-02-05 21:05

역학조사관, ‘중앙 역학조사관’과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으로 나뉘어
자유한국당 반대로 막힌 중앙 역학조사관 증원
지자체 예산 문제로 충원 안 된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지자체 역학조사관 역할 중대…예산 부족해도 예산 내야”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중국발 여객기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국내 연락처를 확인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공항/공동취재사진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중국발 여객기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국내 연락처를 확인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공항/공동취재사진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이란 범인을 쫓는 ‘형사’입니다.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처럼, 감염병에 걸린 사람을 찾고 동선을 파악하며 그 원인까지 분석하고 예방하는 구실을 맡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발생 초기 진화를 맡기 때문에 ‘감염병 소방수’로도 불립니다. 최근 전세계에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감염병 유행사태에서 역학조사관은 병의 확산을 막는 필수적인 존재로 꼽힙니다.

‘총체적 방역 실패’라는 평을 받았던 메르스 사태 이후 내놓은 ‘메르스 백서’(2015)에서 보건복지부는 부족한 역학조사 인력을 초기 방역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백서 내용을 보면, 메르스 대응 과정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신종감염병 대응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중점 과제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도 ‘역학조사관 확충 및 양성’(16.8%)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그만치 역학조사관 확충은 국가 방역체계 구축에 핵심 열쇠로 꼽혔지만,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당시 43명이던 중앙 역학조사관은 2020년 77명으로 일부 늘었을 뿐 여전히 그 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났습니다. 확진자가 늘자 역학조사관들은 쪽잠을 자며 의심 환자들을 쫓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역학조사관이 충분히 증원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누리꾼들도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 역학조사관 문제는 이번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얘기를 댓글 등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어, 2018년 예산안 심의 당시 보건복지부가 역학조사관을 포함한 각급 검역소 현장검역 인력 45명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부안의 절반에 못 미치는 20명만 증원하는 예산안이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줄어든 검역인력 예산은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부터 2019년 예산안까지 55명분에 해당합니다. 야당이 명시적으로 검역 인원을 줄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검역 인원을 포함한 공무원 증원에 반대했다는 게 정 의원 쪽의 주장입니다. 정춘숙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속기록엔 검역 인원 자체를 줄이자는 말은 없다”며 “하지만 야당이 정부의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검역 인원 충원도 막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주장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역학조사관은 보건복지부에 소속된 ‘중앙 역학조사관’과 ‘시·도 광역단체 소속 역학조사관’으로 나뉘는데, 보건복지부 예산 감액은 17개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충원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광역단체도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광역단체 소속 역학조사관은 시·도지사가 채용하고 광역단체 예산에서 급여를 줍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에 따라 역학조사관을 채용하는데, 중앙 역학조사관 임금은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임금은 각 지자체 예산으로 지급한다. 중앙 정부에 따로 보조금 받는 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전국 17개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숫자는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51명보다 되레 6명 줄었습니다. 이 역시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며 예산을 깎은 야당만의 책임일까요? 2016년 인천과 대전, 충남·전북·전남·경북에는 각각 3명의 역학조사관이 있었습니다. 현재 관문 도시인 인천의 광역단체 역학조사관은 0명이고 대전은 1명,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2명으로 줄었습니다. 2016년 2명이었던 울산의 역학조사관도 1명으로 줄었습니다.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대전엔 2년의 교육과정을 온전히 이수한 역학조사관이 없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역학조사관 1명 없는 인천시…전체 규모도 파악 못한 정부)

이 가운데 대구와 경북을 빼면 모든 지역의 단체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광역단체의 예산을 심의해야 할 광역의회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 뒤 대부분 여당이 승기를 쥐고 있습니다. 방역예산 삭감의 책임을 놓고 ‘남탓’을 할 자격은 여야 모두에게 없다는 뜻입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역학조사관이 전문적 지식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지자체에 역학조사관이 없어) 인지가 늦거나 대응이 비전문적이면 감염병 대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광역단체의 예산이 부족해도 예산을 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여야 모두 정치 공방보단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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