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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고통, 용서, 반성까지 피해자의 몫이었다

등록 :2020-01-18 09:20수정 :2020-01-18 09:21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티브이엔>(tvN) 단막극 시리즈 <모두 그곳에 있다>

이른 새벽 산속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중학생 수연(노정의)이 병원에 실려 온다. 평소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수연은 그날도 산으로 끌려가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과 보호자들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수연을 위협하고, 담임 선생님마저도 수연의 상처에 무관심했다. 충격으로 함묵증(특정 조건에서 말하지 않는 증상)까지 나타난 수연은 심리상담가 강일영(금새록)의 방문을 받는다. 극도로 불안해하는 수연을 보살피던 일영은 수연과는 정반대 성격인 쌍둥이 동생 정연(노정의)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티브이엔>(tvN)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테이지 2020>의 여덟번째 작품 <모두 그곳에 있다>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 사이의 폭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과정을 그리는 기존의 학교폭력 소재 작품들과 달리, 폭행 사건 이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해 학생들이 애초에 왜 수연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중요한 것은 수연이 일방적으로 고통을 당했고, 폭력 사건 뒤에도 아무도 수연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 역시 수연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인 수연을 전학시키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

<모두 그곳에 있다>의 이런 묘사는 최근 학교폭력 문제의 핵심을 잘 짚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가해자 상당수가 특별한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해 학생들의 진심 어린 사과는 피해자들이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조건이지만, 그들의 폭력 불감증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들이 전학을 가거나 망각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드라마는 과거 수연과 같은 트라우마를 겪은 심리상담가 일영의 대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이야기한다. “내가 그랬어. 수연이처럼 당했어.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매일 후회해. 고통받은 건 난데 용서도 내 몫이라 그러더라. 그럼 반성은 누구 몫일까. 놀랍게도 그것까지 내 몫이었어. 나한테 모든 잘못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수연이를 만나고 알았어. 세상은 나 때와 변한 게 없다. 그 애는 나처럼 후회하지 않게 해주고 싶다고.”

일영의 각성 이후부터 드라마 장르는 서서히 뒤바뀌기 시작한다. 수연과 똑같은 외모를 지닌 정연을 본 일영은 그녀와 함께 복수를 계획한다. 내성적인 수연과 달리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의 정연은 수연의 명찰과 교복을 빌려 입고 학교에 나간다. 오랫동안 폭력을 방관했던 반 아이들과 담임 교사는 너무도 달라진 수연의 모습에 당황하고, 정연은 가해 학생들을 찾자마자 그들의 잔혹한 폭력을 똑같이 되돌려준다.

<모두 그곳에 있다>는 학교폭력이 피해자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학교폭력의 심각성 때문에 촉법소년 연령 하한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지 않을까. 드라마는 슬픈 질문 하나를 던지고 끝을 맺는다. “그때 아무도 없는 그 아이 옆에, 우리가 아무도 지켜주지 못했던 그곳에 누구라도 있었을까.”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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