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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속보] ‘삼성 노조와해’ 이상훈·강경훈 징역형 선고…법정구속

등록 :2019-12-17 15:19수정 :2019-12-17 15:48

이상훈·강경훈 징역 1년6개월
강경훈, 에버랜드 노조 사건서도 징역 1년4개월 선고
재판부, “노조 와해, 고사화 전략 표방한
문건 수 헤아리기 어려워”
삼성 미래전략실에 의한 ‘조직적 범행’ 인정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삼성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을 와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 등 삼성 고위 임원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삼성이 노조 운영에 개입해 노조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해 불이익을 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삼성의 조직적인 노조와해 범행에 대해 2013년 첫 검찰 수사가 이뤄진 지 6년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인정보보호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피고인 32명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당시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에서 노사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피고인 7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모두 법정구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본인이 실제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증거가 너무 명백해 재판부가 모두 눈감아줄 수 없었다”며 단체교섭 방해나 표적 감사, 노조원 개인정보 수집 혐의 전반에서 공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의장은 노조와해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등으로 있으면서 미전실이 수립한 노조 와해 지침을 실행하고 이를 미전실에 보고하는 등 미전실과 삼성전자서비스 간 ‘다리’ 역할을 했다.

노사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소속이었던 강경훈 부사장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강 부사장의 형을 정함에 있어 노조 와해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과 다른 사건에서도 실형이 선고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지난 13일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재판에서 이미 징역 1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에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노사관계 전반을 관리하면서 이 의장 등에게 이를 보고한 목장균 전 삼성전자 인사지원그룹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에게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대응 조직인 종합상황실 실장으로 근무하며 노조를 무력화하는 ‘그린화’ 작업 등을 진행한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게도 징역 1년2개월이 선고됐다.

다만 협력업체 ‘위장폐업’ 혐의로 함께 기소된 협력사 사장 7명 중 부산 해운대와 충남 아산 등 협력사 사장 3명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서비스 쪽에서 폐업 계획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외 다른 협력사 대표들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삼성의 ‘조력자’로서 노조 와해에 가담한 이들도 처벌을 면치 못했다. 노조 관계자와 핫라인을 구축해 삼성을 대리해 교섭에 개입하는 대가로 61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김아무개 전 경찰청 정보국 경정은 3100여만원 상당을 받은 점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벌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서비스 자문위원을 맡아 거액의 자문료를 받고 기획 폐업, 노조탈퇴 종용, 불이익 처분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 전략을 코치한 송아무개 전 삼성전자 자문위원도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로부터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은 뒤 교섭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은 경총 관계자 세 명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삼성이 만든 수천여 건의 노조 와해 문건을 삼성그룹부터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조직적인 공모’의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로부터 하달돼 각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과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모의 훈련, 비상대응 시나리오 등 노조를 와해시키고 고사화하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기재한 문건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며 “미전실의 강경훈 부사장과 시에프오였던 이상훈 의장에 이르기까지 노조와해 및 고사화 전략 수립과 실행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13일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재판부는 “미전실은 삼성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한 사령탑”이라며 미전실이 작성한 노사전략 문건이 각 계열사에 미친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룹의 주도 아래 노조 와해가 이뤄진 점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 삼성 쪽은 노조와해 활동의 최종 책임자로 상황실 운영 등 실무 관리 전반을 맡은 목장균 전 그룹장을 지목해, 그 윗선의 임직원들은 검찰이 발견한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보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하부조직처럼 운영돼 실질적인 독립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서비스와 수리기사들이 ‘파견’ 관계에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인정했다. 2013년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를 근로감독한 뒤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정현옥 노동부 장관이 근로감독 결과를 뒤바꿔 불법 파견을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도 받았으나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 미전실이 수립한 노사전략을 토대로 노조 설립을 조기에 와해하는 전략을 펼쳤다. 삼성전자 본사와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사대응 티에프팀을 구성하고, 삼성전자서비스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서비스 안정화 마스터 플랜’ 등을 따라 체계적인 노조 와해 작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은 노조원이 강성인 곳으로 평가받거나 노조 가입률이 높은 협력업체를 폐업시키거나 노조원에게 업무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킨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강 부사장이나 이 의장 등 삼성의 노사담당 핵심 관계자들은 각 협력업체로부터 ‘문제인력’으로 지정된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 여부나 경제 상황, 개인 비리는 물론 가족 관계와 친분관계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개인정보보호법 위반)해 노조 탈퇴를 설득할 때 활용하기도 했다. 폐업한 협력업체의 서비스 기사들 중 문제인력으로 지목된 조합원들은 향후 인근 협력업체 채용에서 제외하도록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도 있다.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 과정에서 2013년 표적감사 대상이 돼 탄압 대상이 됐던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서비스센터 노조원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다음 해에는 염호석 양산지회 분회장이 같은 선택을 하는 일마저 발생했다. 삼성은 고 염호석씨 사망 후 시신을 탈취하면서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을 치르는 대가로 염씨의 아버지에게 합의금 6억원 가량을 전달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강 부사장이나 이 의장 등은 “(염씨 사망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합의 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선고로 2013년 삼성그룹에서 작성한 ‘에스(S) 그룹 노사전략’이 처음 공개된 뒤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의 1심 재판이 모두 마무리됐다. 두 노조와해 사건은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6천건 가량의 노사전략 관련 문건을 확보하면서 검찰 재수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문건 내용을 기반으로 전방위적 수사에 나선 검찰은 에버랜드 사건에선 13명을,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선 32명을 기소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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