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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소라넷 계보 잇겠다”…올초 어느 블로거의 ‘n번방’ 선언

등록 :2019-11-27 05:00수정 :2020-03-31 14:51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③ 텔레그램 성착취물의 시초

여성 성착취물·신상정보 올린 텔레그램 1~8번방 링크 공유
블로그로 매개체 역할하며 수익…신고로 방 입장 막혀도
금세 새 방 만들어 다시 우르르…‘평등방’‘넘버원’ 등 끝없이 생겨

‘박사’ 이전에 ‘감시자’가 있었다. 성착취물 세계의 파워블로거라고 불리는 이다. 감시자의 텔레그램 닉네임은 ‘와치맨’(watchmen)이다. 텔레그램에서 그를 추종하는 이들은 그를 ‘시자님’ 혹은 ‘와치맨님’이라고 부른다. 감시자는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부터 이어져온 성착취물 사이트의 계보를 잇겠다고 공공연히 발언했다. 그는 공언대로 또 다른 국내 최대 성착취물 사이트였다가 2017년 폐쇄된 ‘에이브이스누프’(AVSNOOP)의 이름을 딴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리고 그 블로그에서 텔레그램 비밀방을 홍보했다. 비밀방 이름은 ‘고담방’이다.

고담방은 ’엔(n)번방’으로 들어가는 매개다. 지난 2월 개설된 엔번방은 텔레그램 성착취 세계의 시초다. 8개의 텔레그램 방에서 1번부터 8번까지 각각 이름이 따로 있고, 방마다 다른 캐릭터를 지닌 피해 여성들의 신상 정보와 성착취물이 올라온다. 고담방은 엔번방의 링크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1번방에 어떤 여성들의 영상이 있고, 이 영상의 링크를 알고 싶으면 메신저 라인 아이디 ○○○로 연락하라”는 글이 고담방에 올라오면 누군가에게 반응이 오고, 그들에게 문화상품권 등을 받고 엔번방의 링크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엔번방을 만든 사람은 텔레그램 닉네임 ‘갓갓’이라는 인물. 갓갓은 엔번방 방 하나당 피해 여성들 3~4명의 성착취 영상을 수백개씩 올렸다. 이 방들에는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700명의 이용자들이 들어와 있다. <한겨레> 확인 결과, 엔번방 여성 피해자는 최소 30명 이상이다.

복수의 제보자 설명을 종합하면, 여성들의 신상을 털고 협박해 성착취 영상 촬영을 강요하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하는 박사의 범죄 수법은 엔번방에서도 이뤄졌다. 특히 갓갓은 경찰을 사칭해 “음란물 유포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니 개인정보를 다 보내라”는 식으로 피해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받아냈다. 엔번방의 공지사항에는 “여기 공유되는 영상 및 사진들은 일탈계하는 여성들을 협박해 얻어낸 자료들”이라고 나와 있다.

텔레그램 비밀방 ‘관전자’들은 고담방에 엔번방 링크가 올라올 때마다 피라냐떼처럼 1번방부터 8번방을 쫓아다녔다. 그러면 영상은 유사 엔번방인 ‘카피방’들이 만들어져 순식간에 재배포됐다. 1번방과 같은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1번방 같은 내용’, ‘넘버원’ 등이다. 이런 카피방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텔레그램에 성착취 세계가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비밀방 마스터들과 관전자들은 점점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텔레그램 비밀방에는 성착취물 생산자나 소비자만이 아니라 이를 신고하기 위해 잠입한 이들도 있다. 신고 횟수가 올라가면 ‘음란물 유포 신고로 방의 입장이 차단된 상태’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방이 ‘폭파’된다. 하지만 관전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따로 만들어 둔 ‘대피소’라는 방에 상시 대기하고 있다가 어떤 방이 폭파되고 대피소에 새로 만들어진 방 링크가 올라오면, 그쪽으로 다시 모이면 된다. 그렇게 생겨난 또 다른 방들이 ‘완장방’, ‘링크 정보 공유방’, ‘당나라’ 등의 파생방이다. <한겨레>의 텔레그램 성착취 세계 최초 고발(▶관련 기사 : [단독] 청소년 ‘텔레그램 비밀방’에 불법 성착취 영상 활개) 이후 경찰에 검거된 인천의 한 고등학생이 운영하던 방인 ‘공식 링크 ○○○○방’도 이 파생방 가운데 하나다.

서로의 알력 다툼으로 생긴 방도 있다. 감시자가 영향력을 얻게 되면서 감시자에게 자신의 방을 홍보해달라는 요구가 늘었다. 하지만 감시자는 자기 맘에 드는 이들 방만 홍보해줬다. 그러자 이런 ‘완장질’이 싫다며 ‘평등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가 어떤 남성들이 권력을 형성하고 완장질을 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를 수사하고 있는 한 경찰은 “감시자는 홍보 권력을 이용해서 텔레그램 불법촬영물 유포 시스템을 확대했고, 후원금을 받아 영리를 챙기려는 목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게 활발히 확장하던 엔번방은 지난 9월 초부터 자취를 감췄다. 감시자가 운영하던 블로그도 폐쇄됐다. 감시자가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문이 돈 것도 그때쯤이다. 하지만 지난 7월 1천여명이었던 고담방의 인원은 26일 현재 4천여명까지 늘었다. 이날까지도 여전히 “엔번방 어디서 구하나요” “엔번방 초대 링크 누구한테 받아야 하나요” “엔번방 누구한테 사야 돼요?”와 같은 ‘성착취물 구걸’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들은 여전히 외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신고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엄연히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들이기 때문에 신고와 피해 지원 요청을 통해 구제받아야 할 존재들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피해 상담과 수사법률지원, 심리치료연계지원 등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화 : 02) 817-7959 이메일 : hotline@cyber-lion.com

특별취재팀 hankyoreh1113@proto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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