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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또 ‘인재’…목동 빗물펌프장 수문 개방 책임 공방

등록 :2019-07-31 22:59수정 :2019-07-31 23:40

호우 충분히 예상 가능했는데 점검 강행
현대건설 쪽은 제어실 비밀번호도 몰라
현대건설 “우리에겐 수문개페 권한 없다”
양천구청 “현대건설에도 권한이 있다”
“사고 뒤 메뉴얼 만드나?” 실종자 가족 울분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노동자들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노동자들이 고립돼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대건설은) 수문개폐 권한이 없다고 하고, (권한이 있는) 양천구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하고. 그럼 판단은 누가하는 것이냐” (실종자 가족)

31일 폭우로 서울 목동 신월 빗물펌프장 안 배수터널에서 일하던 노동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벌어진 가운데,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시공사 현대건설과 빗물펌프장 관리 책임을 진 양천구청 쪽에 울분을 토했다.

신월 빗물펌프장은 2013년 5월 공사가 시작돼 현재 시범운영 중이다. 이 빗물펌프장은 비가 내려 지상 저류소의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빗물을 지하 저류시설로 흘려보낸 뒤 안양천으로 빼내 침수를 막는 시설이다. 원래 수문개방 수위는 70%로 설정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시범운영 중이라 50~60%로 낮춰놓은 상태다. 숨진 협력업체 직원 구아무개(65)씨와 실종된 미얀마 출신의 20대 노동자는 이날 오전 7시10분 지하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수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이 수로에 들어간 지 20분 뒤인 오전 7시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양천구청은 오전 7시38분께 현대건설 쪽에 위험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수문이 개방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분 뒤다. 오전 7시40분 저지1수직구, 4분 뒤인 오전 7시44분 고지수직구의 수문이 열렸다. 지하 저류소에는 전파가 닿지 않아 전화 등이 불가능해 현대건설 직원인 안아무개(30)씨가 오전 7시50분께 작업자 2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직접 수로로 내려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수로에 작업자가 있었는데도 수문을 닫지 않은 것에 대해 현대건설 쪽은 “수문개폐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현대건설 관계자는 “오전 7시38분 양천구청 담당자의 전화를 받아 제어실로 이동했지만 (제어실에)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 그래서 전화로 (양천구청 쪽에) 패스워드가 뭐냐고 확인하고 그랬다. 우리는 작동도 할 줄 모르고 권한도 없는 상황에서 패스워드를 물어서 들어가 보니 이미 수문이 개방된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위험 상황에서 현대건설 직원 안씨가 직접 현장으로 간 이유에 대해서 현대건설 쪽은 “보통 수문을 열고 종점까지 물이 도달하는 시간이 40분 정도다. 그래서 현장으로 간 직원이 그 시간에 내려가도 충분히 작업자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유입수가 23분 만에 도달해서 고립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이 직접 가지 않고는)수로 안에 들어간 직원들과 연락할 방법이 기술적으로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천구청 쪽은 수문 조작 권한은 현대건설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구청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 시설 운영은 양천구, 서울시, 현대건설이 합동으로 하게 되어 있다”며 “(현대건설 직원이) 수문 조작 권한이 없다는 건 잘못된 말이라서 수정한다”라고 밝혔다. 또 “(빗물펌프장) 운영 관계가 정확히 안 되고 있어서 이런 문제점을 계속 보강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양쪽의 설명을 보다 못한 한 실종자 가족은 “지금 사망사고 났는데, 그 시행착오 거쳐서 매뉴얼 만들겠다는 거냐”라고 항의했다.

이날 비가 내린다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오전 7시에는 인천, 경기, 김포, 동두천 등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오전 7시30분에는 서울과 경기 광명·시흥 등에 호우주의보가 추가로 발효됐다. 그런데도 작업을 시작할 당시 비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검 활동이 이뤄진 것이다. 더불어 현대건설 쪽은 수문을 개폐할 수 있는 제어실 비밀번호도 몰랐고, 양천구청은 현장에 노동자가 있는 지도 모른 채 위험 통보를 늦게 했다. 심지어 시범운영 기간에 적용할 안전 매뉴얼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장 브리핑에서는 서로 책임 소재를 가리기 바쁜 상황이었다. 이같은 모습을 지켜본 한 실종자 가족은 “서울시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대한민국의 큰 재난”이라며 망연자실해 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저녁 7시50분께 “현재 수위는 3m 정도다. 배수시설 내에 수중펌프 설치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수중펌프가 가동되는 동안은 안전문제 때문에 구조대원이 물에 들어가기 어렵다. 수위가 1m 정도까지 떨어지면 펌프를 멈추고 구조대원을 투입해 수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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