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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유레카] ‘소리 없는 아우성’ / 이창곤

등록 :2019-06-03 17:59수정 :2019-06-03 18:42

사회관계에서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식은? 또는 어떤 조직이나 회사가 내리막길로 추락할 때 조직원들의 선택은?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의 저자인 앨버트 허시먼의 개념을 원용하면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이탈(Exit), 항의(Voice), 순종(Loyalty)이다. 이탈은 문제로부터 아예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 과감히 떠나버리는 탈출이다.

순종은 그냥 참고 견디는 것이다. 불만이 있더라도 포기하거나, 문제에 둔감해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모습을 띤다. 항의는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 내기다. 일종의 저항이다. 때로는 여럿이 힘을 모아 아우성을 쳐 문제를 고치거나 조직의 추락을 막는 성과를 거둔다. 반대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있다.

한 사회나 조직의 건강성은 항의, 특히 ‘결정의 힘을 갖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수용되느냐와 직결된다. 사회나 조직의 변화는 때로는 이런 아우성에 힘입어 이뤄졌다. 따지고 보면, 목소리(내기)는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보이스(여론)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삶의 고통이 크지만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목청 돋워 온 힘을 다해 외치지만 반향을 얻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이른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예순아홉의 아내를 간병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동반자살을 선택한 노인, 등록금이 없어 사채업자에게 빌린 200만원이 2천만원으로 불어 접대부 생활을 강요받자 자살을 선택한 여대생, 44살의 정신장애 동생을 28년간 돌보다 동생을 살해하고 죽음을 선택한 형,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노동자들…. 왜 우리는 생전에 이들의 절박한 신음에 응답하지 못했나?

“우리는 죽은 사람 100명의 신음을 듣고 있으나, 살아 있는 500명의 신음은 그들이 거의 죽을 때까지 듣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초, 영국의 사회개혁가 비어트리스 웹의 말이다. 비정상적 죽음을 직면하고서야 부산을 떠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산 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 기울이는 체제일 때 포용국가도, 의회민주주의도, 그리고 사회정의도 진정 그 본래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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