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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2020년 말까지 법 개정하라”

등록 :2019-04-11 14:54수정 :2019-04-1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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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4명 ‘헌법불합치’·3명 ‘단순위헌’·2명 ‘합헌’ 의견
7년 전 합헌 판정 뒤집어…높아진 여권 의식 반영된 듯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가 낙태하는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국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조항 (제269조 1항, 270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산부인과 의사가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4명(헌법불합치), 3명(단순위헌), 2명(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까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했다. 현재의 법은 개정 이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헌법불합치는 헌재가 심판대상 법률이 위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법률의 공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말한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의견(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으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며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며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낙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짚었다.

단순위헌 의견(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보다 “임신 제1삼분기(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합헌 의견으로 “태아 생명 보호는 매우 중대하고 절실한 공익”이라며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사라지게 될 형법 조항은 낙태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69조(자기낙태죄)와 낙태를 도운 의사 등에게 징역 2년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70조(동의낙태죄)다. 앞서 산부인과 의사 정아무개씨는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낙태 시술을 69차례 했다가 기소됐다. 법원에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내달라고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2017년 2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후 낙태죄 심리에 2년2개월 공을 들였다.

낙태죄를 둘러싼 논쟁은 1953년 법이 제정된 이래 66년 동안 이어져 왔다. 낙태죄 찬반 기준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과 출산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쪽을 우선하느냐는 것이었다.

법무부와 종교계 등 낙태죄 존치를 요구하는 쪽은 태아의 독자적인 생명권을 주장했다. 또 유전학적 문제, 성폭행, 임신부의 건강 등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을 들어 “낙태 처벌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했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계 등은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침해한다고 맞섰다. 원치 않는 임신 유지와 출산을 강제할 경우 여성의 생물학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하며 여성에게만 죄를 묻는 낙태죄가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낙태죄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들어 낙태죄가 유지된다고 해서 태아나 여성의 생명이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2년 헌재는 재판관 8명(공석 1명)이 참여한 낙태죄에 대한 선고에서 4대4 의견으로 합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 판정이었다. 그러나 7년 동안 여성 인권을 향한 사회의식이 높아지면서 헌재도 낙태죄에 대해 사실상 위헌 판정을 했다.

최우리 고한솔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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