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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김경수 항소심 재판부 첫마디 “재판 예단은 사법부 모욕”

등록 :2019-03-19 12:06수정 :2019-03-19 20:41

차문호 부장판사 “벌써부터 재판부 비난, 문명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러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러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김경수 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본격화된 가운데,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재판부 이력 등을 이유로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일각의 의견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과를 예단하고 불복하겠다는 태도는 문명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불공정이 우려된다면 차라리 기피 신청을 하라”고 밝혔다.

19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심리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경수(52)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김 지사는 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1심 실형 선고 뒤 49일 만이다.

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사건은 온 나라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고 우려가 많다고 들었다. 재판의 본질과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차 부장판사는 재판부 이력을 들어 그 결과를 예단하고 정당성을 폄하하려는 일각의 의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차 부장판사는 “저희 재판부를 비난하고 벌써부터 (재판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간 재판을 해오면서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다. 문명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은 경기장, 검사와 피고인은 운동선수, 법관은 심판에 불과하다.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행동은 마치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이 골대에 들어가는지 여부를 보기 전에 심판을 핑계 삼아 경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 부장판사는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피고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자기가 원하는 결론만을 원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진실을 정정당당하게 밝히겠다는 피고인의 입장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것이다. 우리 재판부 판사들을 모욕하고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것이다. 사법제도와 자랑스런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차 차 부장판사는 김 지사측과 특검 양측에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면 기피 신청을 하라고 당부했다. 차 부장판사는 “이 재판의 논란은 재판부 경력에서 비롯됐다.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과 사법신뢰를 위해 이 재판을 맡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재판부는 검사나 피고인과 아무런 연고가 없다. 피고인과 옷깃도 스치지 않았다. 이해관계도 관련도 없다. 그래서 이 사건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 생각한다면 이 재판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재판부와 연고관계 있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저는 그렇게 해주길 바랐지만 (피고인은) 오늘까지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 아래 공정한 재판을 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러한 피고인 믿음과 어긋나지 않게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말했다.

차 부장판사는 “지금이라도 기피 신청하실 분 있으십니까” 양측에 물었지만, 검찰과 변호인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차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는 법정 밖이 아니라, 이 법정 안에서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결론이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법정 밖의 증거나 주장, 논의는 전혀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 이 점은 널리 이해해주고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마쳤다.

김 지사측 변호인은 “재판장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저희 변호인들도 적극 공감한다. 특히 피고인도 이 사건에 대해 여러가지 논란이 벌어지는 점에 대해서 부적절하다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 적극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차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지사측 지지자와 더불어 민주당 등은 재판 공정성에 거듭 의문을 제기해왔다.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의 경우, 성 부장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사법농단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이유로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보석 심문도 진행됐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구속 37일 만에 법원에 ‘도정 공백 우려’ 등을 이유로 한 보석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김 지사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적인 인물인 만큼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안다. 구속상태에서는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을 고려해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특검측은 “1심 선고 이후 현재까지 어떤 사정 변경도 없었다. 도정 업무 수행은 법적 지침에 따라 정해져있다. 도지사임을 이유로 석방을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특혜를 달라는 요청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인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된 재판 내용을 검토해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허익범 특검이 김 지사에 적용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는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4명을 추가 선임하는 등 7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새로 꾸렸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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