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테이저건 착용 모습과 서울 동작경찰서 상도지구대 모습.
경찰의 테이저건 착용 모습과 서울 동작경찰서 상도지구대 모습.

지구대 경찰이 술에 취해 거리에서 자고 있던 시민을 제압하기 위해 무리하게 테이저건을 사용하고 테이저건 사용 경위에 대해 거짓 해명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5일 서울 동작경찰서의 설명과 사건 당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등을 종합하면, 서울 동작경찰서 상도지구대 소속 최아무개 경장과 김아무개 경위는 지난달 24일 새벽 5시30분께 “사람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상도동의 한 호프집 앞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최 경장과 김 경위는 술에 취한 배달노동자 신아무개(37)씨가 자신의 오토바이 위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잠을 깨웠다. 잠에서 깬 신씨는 그냥 자리를 떠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최 경장과 김 경위는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신씨를 제지했다. 그러자 신씨는 손으로 밀치며 항의했다. 이후 신씨가 방향을 반대쪽으로 틀어 이동하려 하자 최 경장과 김 경위는 갑자기 신씨를 넘어뜨리고 테이저건까지 사용해 신씨를 제압했다. 신씨는 그 자리에서 공무집행방해와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형사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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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지구대 쪽은 신씨를 제압한 경위에 대해 “오토바이 손괴를 의심해 신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했으나 신씨가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경찰관의 신변에 위협을 가해 테이저건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동작경찰서에서 작성한 사건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보니, 상도지구대 쪽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해당 사건을 다룬 동작경찰서 사건 보고서에는 ‘오토바이는 피의자가 사용하는 ‘ㅂ 업체’ 소유 차량으로 확인되었고 (신씨가) 경찰관을 폭행하였다고 볼 증거자료가 없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 송치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동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번 일이 과잉진압이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 신씨 역시 경찰 사건 보고서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신씨는 “오토바이와 당시 입고 있던 유니폼을 보면 같은 업체 소속임을 알 수 있었는데 오토바이 손괴를 의심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현장에서는 물론 지구대에서도 경찰이 오토바이가 누구 것인지 묻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신씨는 경찰이 왼쪽 가슴과 등에 모두 12차례 이상 테이저건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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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으로 신씨의 몸에 상처가 났다. 신아무개씨 제공
경찰의 테이저건 사용으로 신씨의 몸에 상처가 났다. 신아무개씨 제공

이 때문에 경찰이 무리하게 테이저건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의 ‘전자충격기(테이저건) 사용 지침’을 보면, 테이저건은 “자기 방호와 범인 검거·제압 등 정당한 공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법률사무소 새날 최종연 변호사는 “주취자 쪽에서 멱살을 잡았다 하더라도 그 이후 폭행 등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는 이미 종료되었다고 보인다”며 “그렇다면 테이저건 사용은 경찰관 직무직행법을 위반한 공무집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경찰관 2명이 주취자 1명을 대상으로 경찰 장구 없이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해 보이고 경찰봉같이 위해가 가벼운 장구도 사용할 수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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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무리한 테이저건 사용이 문제가 된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22일에는 대전고법 제1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에서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경찰의 목을 조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ㄱ씨와 친구 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초 ㄴ씨를 제압할 당시 경찰관이 위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지침을 어기고 경고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테이저건을 쐈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출동한 경찰이 함께 ㄴ씨의 저항을 제압하면 충분히 체포할 수 있었다”며 “전자충격기와 같은 위해성 경찰 장구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씨는 최 경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