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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쇠틀에 갇혀 똥더미에 묻혀 살다 식탁 오르는 돼지

등록 :2018-09-17 15:49수정 :2018-09-17 16:30

[한겨레21] 더럽고 비좁은 ‘똥 천지’ 축사…
새끼돼지 건강 해치고 악취·하수 오염 일으켜
사진 속 돼지가 참 예쁘죠. 농장 직원이 일하다 찍었습입니다. 귀엽게 혀를 내밀고 있지만, 실은 인공수정을 하는 교배방의 스톨(돼지 1마리가 들어가는 쇠칸막이 우리)에 갇힌 모습입니다. 아마 지금쯤은 임신방의 더 좁은 스톨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녀석은 100일 이상 그 안에서 눕거나 앉아 지내다가 새끼를 낳는 분만방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지난 8월24일 전남 화순군 능주면 종방양돈단지. 널따란 논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니, 악취가 온몸으로 파고든다. 코를 쥐어보았다가, 최대한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기를 반복했다. 집 앞 하우스 농사를 살피던 70대 주민이 넋두리했다. “고약해도 어쩌겠나. 수십 년 이러고 살았어. 이제 축사를 옮긴다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려나, 기다려봐야지.”

큰길 건너 능주119안전센터의 옥상에 오르니, 12개 돼지공장이 모여 있는 악명 높은 양돈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는 주민들의 아우성을 외면하는 듯, 낡은 축사마다 악취 내뿜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돼지가 찜통더위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역도 청결도 없는 ‘똥 천지’

전남 화순 능주면 종방양돈단지 안의 한 축사 모습. 똥더미에서 뒹굴던 돼지가 시커먼 똥돼지로 변했다
전남 화순 능주면 종방양돈단지 안의 한 축사 모습. 똥더미에서 뒹굴던 돼지가 시커먼 똥돼지로 변했다

농로를 따라 보이는 축사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솟아올랐다. 시커먼 몸뚱이에 눈만 댕그런 녀석이 나를 빤히 보는 게 아닌가. 가만히 보니, 온몸이 말라붙은 오물 범벅이었다. 더럽다 못해 섬뜩했다. 배설물이 덕지덕지한 축사 바닥에 여러 녀석이 미동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축사에서 흘러나온 똥물을 한곳에 모아두는 집수조를 찾았다. 천장과 일부 벽을 함석으로 둘러쌌으나, 마을로 통하는 공기 통로는 무방비로 열어둔 채였다. 덩치 큰 폐사체(죽은 돼지) 서너 마리가 똥물 주변에 마구 버려져 있는 끔찍한 ‘불법’ 현장도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똥물을 방치했을까. 방역도 없고 청결도 없는, ‘똥 천지’였다.

화순군은 1만8천여 마리 돼지의 똥오줌을 쏟아내는 이곳 12개 양돈장을 올해 말까지 모두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보상금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9월3일, 60개 돼지공장이 모여 있는 제주도 제주 한림읍 금악리 양돈단지. 2017년 7월, 근처 4개 돼지농장에서 5년 동안 1만7천여t의 돼지 분뇨를 쏟아낸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던 곳이다. 돼지를 워낙 많이 사육하다보니, 버스정류장 이름조차 양돈단지였다. 고약한 냄새가 짙게 밴 한라산 중산간 숲길을 따라 올라가자, 허름한 축사가 잇따라 나타났다. 축사 뒤쪽 밭을 가로질러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임신한 돼지들을 몰아넣은 방이었다. 폭 60㎝ 남짓한 쇠틀(스톨)이 두 줄로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쇠틀 하나하나에 돼지가 한 마리씩 빽빽하게 ‘갇혀’ 있었다. 악취 가득하고 지저분한 똥바닥에 불러오는 배를 맥없이 깔고 돼지들이 늘어져 있었다.

한림 등지에 흩어져 있는 돼지농장은 제주섬에만 296개, 거기에서 극단적으로 밀집 사육하는 돼지가 55만8천 마리에 이른다. 제주 인구가 60만 명 후반대이니, 사람 1명당 거의 돼지 1마리꼴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돼지 사육은 1100만 마리로 인구 5100만 명의 5분의 1에 가깝다. 돼지가 넘친다는 우리나라 전체와 비교해도 제주의 돼지는 많아도 너무 많다.

그 많은 돼지가 날마다 쏟아내는 분뇨량은 2846t. 돼지 한 마리가 하루 평균 5.1㎏씩 쏟아낸다. 제주도는 그중 하루 2593t를 정화해서 바다로 방류하거나 퇴비·액비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남은 253t의 똥물은 제주의 들판이나 지하수로 무단 방류된다는 증거다. 1년이면 9만2천여t이다. 경찰 수사에서도, 비가 올 때 빗물관으로 똥물을 방류하거나, 화물차로 한라산 자락의 마을 뒷산에 갖다버리고, 똥물 꽉 찬 집수조 탱크가 넘치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불법 사례들이 확인됐다. 돼지 똥물은 지하수 통로인 ‘숨골’이나 지하 동굴로 흘러 들어갔다. 돼지똥은 ‘청정 제주’의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제주서만 하루 분뇨량 2846t

제주 한림읍 금악리 양돈단지 들판에 자리잡은 ‘돼지공장’ 모습.
제주 한림읍 금악리 양돈단지 들판에 자리잡은 ‘돼지공장’ 모습.

외부 시설을 이용해 하루 2593t의 분뇨를 처리한다는 통계도 수상한 구석이 많다. 한 업체는 하루 100t의 시설 용량으로 무려 280t을 처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떻게 가능한가? 수거해온 똥오줌을 충분히 썩히지(부숙하지) 않은 채 서둘러 퇴비나 액비를 반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충남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관리센터의 권병양 장장은 “돼지 분뇨는 충분히 오래 부숙해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들판에 뿌린 퇴비나 액비에서 악취가 풍겼다면, 그건 그냥 똥물을 부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제주의 들판까지 돼지 똥물로 오염되고 있다.

‘돼지공장’이 악취와 하수 오염을 일으키는 농촌 마을의 애물단지가 됐다. 화순과 제주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돼지똥’ 몰아내기 움직임이 일어난다. <한겨레21> 독자인 박서진씨는 “시골의 부모님 댁 근처에 돼지농장이 있는데 분뇨 악취가 정말 심해 비 오는 날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이 농장에 항의도 하고 민원도 넣는데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 돼지똥 축출 움직임

전국 통계로 넓혀보면, 지난해 1천만 돼지가 쏟아낸 분뇨량은 무려 4846만t, 소와 닭을 포함한 전체 가축 분뇨 발생량 중에서 가장 많은 39.5%를 차지했다. 한 해 사이 돼지 사육이 또 많이 늘어나 올해는 이보다 10% 가까이 분뇨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공동자원화시설에서 퇴비와 액비로 처리하는 비중은 전체 분뇨량의 35%에 지나지 않는다. 하수처럼 정화 처리해 강과 바다로 방류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통계는 전체 똥오줌의 절반 이상을 농장에서 자체 처리하는 것으로 잡는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허수로 본다. 절대량이 무분별하게 버려짐을 걱정한다.

2017년 5월, 돼지농장의 이주노동자들이 축사 아래 똥더미의 황화가스에 질식해 숨진 판박이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한겨레21> 제1165호는 ‘개돼지만도 못한 죽음’이란 거친 제목으로 그 일을 보도했다. 5월12일 타이에서 온 우띠끄라이 마이따띠왓과 중국인 타이 융난이 경기도 여주에서 숨졌고, 25일엔 네팔에서 온 20대 청년 테즈 바하두르 구룽과 차비 랄 차우다리가 경북 군위에서 숨을 거뒀다. 한 명이 축사 바닥 아래 똥물이 흘러나가는 구멍을 뚫으러 내려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다른 한 명이 구하러 내려갔다가 함께 비극을 맞은 사건이었다. 한 달 이상 빼내지 않고 묵혀둔 돼지똥이 사람(이주노동자) 잡는 살인 가스가 된 것이다. 전국 4천여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이의 80% 이상이 이주노동자로 추정된다.

구룽과 차우다리의 주검은 고향 마을에서 태워졌지만, 불법 이주노동자인 마이따띠왓과 융난은 아무도 찾지 않는 비참한 ‘죽음 이후’를 맞았다. 그 뒤 두 사람의 주검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농장주들은 상응한 처벌을 받았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한겨레21>도 끝까지 관심을 갖고 취재하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고백한다.

돼지 분뇨는 양돈산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이기도 하다. 돼지농장의 생산성은 MSY(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 동안 낳은 돼지 중 시장에 출하하는 숫자·Marketted-pigs per Sow per Year) 지표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돼지농장의 평균 MSY는 10년 이상 17마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양돈 선진국의 반타작 수준이다. 덴마크나 네덜란드는 30마리에 육박한다. 가장 큰 차이가 축사 환경이다. 더럽고 비좁은 축사가 새끼돼지의 건강을 해치고 구제역 같은 전염병을 키우는 질병의 온상이다.

생산성 깎아먹는 축사 환경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원래 돼지는 똥 누는 곳에 몸을 눕히지 않는 깨끗한 동물인데, 돼지농장 간판을 걸고 돼지를 학대하는 쓰레기장이 널려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직접 돼지농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공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직접 본 사람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할 것”이라 했다. 버크셔K라는 고급 브랜드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전북 남원의 박화춘 다산육종 대표는 “지금은 시장이 좋아서 생산성 낮은 농장도 유지되지만, 앞으로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면 많은 농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을에 폐를 끼치고 환경을 더럽히고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기고 ‘똥돼지’를 학대하면서도, 돼지농장은 꾸준히 돈을 벌었다. 그사이 ‘돼지공장’이 됐다. 국내 돼지 사육 통계를 보면, 2011년 810만 마리에서 2016년 1036만 마리로 늘었다. 지금은 1120만 마리로 추정된다. 거꾸로 양돈 농가 수는 2011년 6347곳에서 2016년 4574곳으로 줄었다. 2011년엔 ‘돼지농장’ 1곳에서 평균 1287마리를 길렀는데, 2016년 ‘돼지공장’에선 2266마리를 생산하고 있다.

농민이던 농장주는 기업인이 됐다. 사육 두수 1만 마리면 연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그런데도 영세 농민일 때 누리는 세금 혜택을 거의 그대로 누리고 있다. 부가세를 내지 않고, 법인세를 50% 이상 감면받고, 배당소득도 5%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정부 안에서도 “이미 자산가인데 지원해줄 필요가 있는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돼지공장 주인만 ‘돈방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국 관계자는 “그동안 양돈 농가가 돈을 많이 벌었는데,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다산육종의 박 대표는 “이제 깨끗한 환경을 꾸리는 것은 당연하고, 마을과 함께 나누는 농장을 꾸려가야 할 것”이라면서 “이주노동자도 외국인이라 생각하면 안 되고 동료로 대해야 한다”고 했다. 다산육종에서는 이주노동자에게 급여 외에 월 50만~1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2년에 한 번씩 각자 고향으로 보내준다.

화순·제주·남원=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10월2일은 세계 농장동물의 날
공장 대신 농장을!

10월2일은 세계 농장동물의 날(www.dayforanimals.com)이다.

‘농장동물권리운동’(FARM·Farm Animal Rights Movement)이라는 국제시민단체에서 1983년부터 마하트마 간디의 생일에 맞춰 12시간 단식 운동을 이어왔다.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농장동물들은 내장을 비우기 위해 도축장으로 가기 전 12시간가량 강제 금식을 당한다.

단식이 어려운 사람은 채식하면서, 농장동물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국내에서는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지난해 850여 시민이 동참했다. 한 해 전세계에서 사람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축되는 동물은 700억 마리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10억 마리 정도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15년부터 ‘공장 대신 농장을!’(stopfactoryfarming.kr)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산란계(달걀 낳는 닭)를 가두는 ‘배터리 케이지’와 어미돼지를 가두는 ‘스톨’ 폐지를 목표로 한다. 100만 명이 모이면 입법 청원을 할 계획이다. 배터리 케이지는 산란계 닭장이 흡사 배터리를 쌓아놓은 모습과 비슷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스톨은 돼지 1마리가 겨우 들어가는 쇠틀 공간으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배터리 케이지와 스톨을 ‘감금틀’이라고 비난한다.

유럽연합(EU)은 1999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제한해, 2012년부터는 28개국에서 전면 사용 금지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3년부터는 돼지의 임신 스톨에 대해서도 첫 4주 이후엔 쓰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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