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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박근혜 비판 기사’ 강의자료 배포, 선거법 위반 아니다”

등록 :2018-07-13 06:00수정 :2018-07-13 10:40

대법, “정당한 ‘교수 행위’, 최대한 보장돼야”
18대 대선 직전 기소된 영남대 강사, ‘무죄’
“역사적 사건·인물·현안에 대한 탐구와 비판,
교수의 자유로 통제 없이 폭넓게 보장돼야”
영남대 사회학과 강사였던 유소희씨는 2012년 2학기 교양과목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에서 〈한겨레〉와 〈한겨레21〉 등의 기사와 칼럼을 수업 보조자료로 나눠줬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영남대 사회학과 강사였던 유소희씨는 2012년 2학기 교양과목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에서 〈한겨레〉와 〈한겨레21〉 등의 기사와 칼럼을 수업 보조자료로 나눠줬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대학 강사가 강의시간에 대통령 후보에 비판적인 기사를 강의 보조자료로 배포해 강의에 활용한 것은 정당한 ‘교수 행위’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2일 대학 강의시간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예비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 10건을 배포한 뒤 강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지수(51·개명 전 유소희)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씨는 18대 대선 전인 2012월 9~10월께 영남대 사회학과의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 과목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박근혜 후보에게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한겨레>와 <한겨레21> 등의 기사와 칼럼을 복사·배부했다는 이유로,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및 사전선거운동, 선거 관련 기사의 통상방법 이외의 배부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특정인이 선거에 출마했다고 해서 그와 관련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한 평가나 비판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교수하는 행위를 모두 선거운동으로 보면, 선거운동 금지 기간에는 그런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관한 학문 연구와 교수 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결과가 되어 학문적 연구와 교수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배부된 강의자료 중 일부에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런 교수 행위가 박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학문의 자유’의 근간인 ‘교수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법리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재판부는 “정신적 자유의 핵심인 학문의 자유는 기존의 인식과 방법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을 가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을 얻기 위한 활동을 보장하는 데 본질이 있다. 교수의 자유는 이런 학문의 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교수 및 연구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와 성과에 따라 가르치고 강의를 하는 등 교수의 내용과 방법 등에서 어떤 지시나 간섭·통제도 받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헌법 취지에 비춰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어느 교수 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해서는 안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학의 교수나 연구자가 특정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사회적 현안이나 문화현상 등에 관하여 탐구하고 비판하며 교수하는 활동도 교수의 자유로서 널리 보장되어야 한다”며, 특히 “교수의 내용과 방법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려면, 선거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볼 수 없고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행위라고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 사회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대중문화라는 주제를 연구하려면 시대적 배경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유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언론기사를 강의자료로 활용한 것이 강좌의 개설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또 연구자가 이런 주제들에 대해 학문적 측면에서 자유롭게 비판적으로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전달할 때는 그 내용이 특정 정치집단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반대될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불가피한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을 근거로 “유씨의 교수 행위가 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는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교수 행위의 일환으로 신문기사를 강의자료로 나눠준 행위를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신문 등의 통상방법 외의 방법에 의한 배부’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유씨는 이전의 강의에서도 신문기사를 복사해 강의자료로 활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뒤 1·2심에서 모두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4년 3월 판결에서 유씨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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