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어린이집.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어린이집.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 2015년 12월 육아휴직을 마친 금아무개씨는 휴직급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출산 전후 휴가까지 합하면 받지 못한 돈이 1600여만원에 달했다. 2017년 2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후지급 신청을 했지만, 노동청은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는 고용보험법 제70조를 근거로 지급을 거부했다. 금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0월 받아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미지급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라”며 손아무개씨가 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육아휴직 급여 신청권리 소멸시효를 3년으로 정한 고용보험법 제107조를 들어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손씨의 육아휴직 종료 시점은 금씨와 비슷했지만, 재판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권리는 고용보험법이 정한 3년의 소멸시효 제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이 끝나고 12개월이 지나 신청한 휴직급여는 지급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소송을 내더라도 법원은 ‘같은 법 다른 조항’을 근거로 저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 관련 제도에 대한 고용노동부 안내가 부족한 상황 등을 들어 신청자들은 신청기간 ‘3년 통일’을 요구하고 있다. 금씨는 9일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 급여 신청기간에 대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오는 시대에 육아휴직 수급권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고지받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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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심에 불복해 항소한 금씨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은 “제70조의 ‘12개월 이내 신청’은 조기 신청을 독려하는 훈시규정이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행규정이 아니다”라며, 제107조의 3년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금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이번엔 노동청에서 상고를 했다.

금씨처럼 육아전쟁을 치른 뒤 다시 법적 다툼을 이어가야 하는 부모들은 이제 대법원이 엇갈린 하급심 판단을 정리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들은 경력단절을 막고, 출산을 이유로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을 막으려는 육아휴직 급여제도의 취지를 살린 법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고용보험법 제70조의 ‘12개월’을 제107조에 맞춰 ‘3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적 일관성을 높이고 육아휴직 급여 수급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