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양파
양파

“이유식 할 때 불 앞에 서서 쌀 익을 때까지 계속 젓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 밥솥으로 이유식 만들어 먹인다는 거예요. 저도 시도해봤죠. 완전 신세계인 거예요. 왜 진작 이것을 몰랐을까 했지요. 너무 편하고, 맛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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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는 냄비로 끓였다

뜨거운 불 앞에서 휘후 저으며 땀 뻘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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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 익지 않거나 눌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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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작 이 편한 걸 몰랐을까

친구 말 듣고 해봤는데 신세계였다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권오경(31·충북 청주시)씨는 아이가 6개월이 될 무렵(중기)부터 밥솥으로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그 전까지는 이유식 3일치를 냄비로 한꺼번에 만들었는데, 재료가 푹 익지 않거나 이유식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어 고생을 하곤 했다. 권씨는 처음에는 만능찜 기능으로 30~40분 정도 걸려 이유식을 만들었는데 밥솥 바닥에 내용물이 약간 눌어붙었다. 그래서 영양죽 모드로 85분 정도를 해보니 아이 먹기에 딱 좋았다. 권씨는 “밥솥마다 약간 기능이 다르니 만능찜이나 영양죽 모드로 시도해보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다”며 “냄비 앞에 서 있을 시간에 차라리 아이랑 함께 놀아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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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생아를 키우는 30~40대 부모들에게 ‘밥솥 이유식’이 대세다.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 이유식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매번 냄비로 이유식을 만들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집에 있는 밥솥으로 한꺼번에 2~5일치 분량의 이유식을 만들어 냉동했다가 해동해서 먹이면 편하므로 이런 방식으로 이유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밥솥으로 만드는 이유식은 ‘냄비 이유식’보다 만드는 과정이 간편하다. 재료를 좀 크게 썰어도 재료가 푹 잘 익기 때문에 칼질이 서투른 사람에게 부담을 덜어준다. 밥솥은 어느 집이나 있기 때문에 이유식 마스터기와 같은 새로운 기계를 굳이 사지 않아도 돼 경제적이다. 냄비로 이유식을 만들면 계속 저어야 해서 ‘독박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경우 아이가 잠든 시간에 쉬지 못하고 이유식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밥솥 이유식은 재료를 넣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독박 육아를 하는 엄마나 아이와 함께 눈맞춤하고 스킨십을 할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에게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신세대 부모들은 이런 장점을 토대로 밥솥 이유식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밥솥 이유식이라는 말로 해시태그(#)를 단 전체공개 글이 1만2000여개에 이른다.

재료 한꺼번에 넣어 뚜껑 닫고 ’꾹’

다 될 때까지 아이와 놀거나 다른 일

독박육아 엄마도 워킹맘도 환호

미리 고기는 조금씩 나눠 얼려놓고

다 될 때까지 데치고 다져 아이스큐브에

밥솥칸막이로 한 번에 다른 죽도

아예 밥솥 이유식만 연구해 이유식 책을 낸 요리연구가도 있다. 4살 쌍둥이를 키우며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안세경 요리연구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밥솥 이유식>이라는 책을 냈다. 요리를 잘하는 요리연구가조차도 밥솥으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다고 하니 일반 부모들은 안도감도 느끼고 위안도 받는다. 요리 전문가인 그에게 밥솥으로 이유식을 만들 때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물었다.

안씨는 “요리연구가인 나조차도 처음에 이유식 만들려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가 밥솥 추가 터지기도 했다”며 “찜 버튼이나 죽 버튼을 사용해보지 않았는데 몇 번 해보니 찜 기능이 이유식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찜 기능은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게 가능하고, 물의 양이 많더라도 찜처럼 익어 이유식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가지
가지

밥솥 이유식을 할 때는 고기와 채소 재료만 잘 다루면 된다. 닭고기는 작게 나눠 얼리고, 쇠고기는 핏물을 뺀 뒤 초·중기(4~9개월)까지는 다져서 익힌 뒤 얼린다. 후기(10~12개월)에는 핏물을 뺀 뒤 만드는 중량만큼 덩어리로 잘라서 만들 때마다 적당히 해동한 뒤 잘라 밥솥에 넣으면 된다. 살짝 언 고기가 더 잘 썰린다.

시금치, 청경채, 비타민, 브로콜리와 같은 녹색 채소의 경우 밥솥에 넣어 조리하면 누렇게 된다. 따라서 이런 녹색 채소는 데친 뒤 다져서 아이스큐브에 얼렸다가 죽을 데울 때 해동한 뒤 섞어주면 색도 곱고 맛도 신선하다. 당근 등 뿌리채소는 크게 삶은 뒤 다져 큐브통에 담아 냉동했다가 이유식 만들 때 밥솥에 넣기만 하면 편리하다.

밥솥 이유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자 밥솥에 칸막이를 설치해서 서로 다른 죽을 만들 수 있는 제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년 전부터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밥솥 칸막이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팔고 있는 한 업체는 이유식을 만드는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서 구입 문의가 늘었다. 애초 이 제품은 이 업체 대표의 아내 옥선옥(60)씨가 92살 시어머니의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진밥을 매번 따로 하다가, 한 솥에서 진밥과 된밥을 동시에 하기 위해 남편에게 아이디어를 내어 제품화됐다. 옥씨는 “개인적으로 쓰다가 지인들에게 선물해주니 반응이 너무 좋아 상품화하게 됐다”며 “노인용으로 생각했는데 아가들 이유식용으로 쓰면서 활용도가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바쁜 워킹맘들을 위해 아예 친환경 이유식 재료를 작게 나눠 파는 곳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업체는 단계별 이유식 레시피와 함께 이유식 재료를 정량 소포장을 해서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묶음으로 파는데, 이런 곳들의 재료를 사서 밥솥에 넣고 이유식을 만드는 부모들도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밥솥 레시피]
쇠고기새송이가지죽 레시피(생후 9개월)

재료(4끼 분량, 괄호 안은 밥숟가락으로 계량한 수치)
불린 쌀 80g(8)
쇠고기 60g(익혀 다진 것 4)
양파 30g(다진 것 3)
새송이버섯 20g(1/4개)
가지 40g(1/3개)
육수 200㎖(쇠고기 양지 또는 사태를 물과 양파를 넣어 끊여 만든 육수)
물 1/4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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