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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욜로 좋아하다 골로 간다고? 저임금에 월세 내다 골로 갈 판

등록 :2017-07-29 10:54수정 :2017-07-29 11:13

‘욜로족’ 마케팅 한바탕 휩쓸더니
‘대책 없고 철없는 20대’ 손가락질
스트레스로 홧김에 돈 쓰는 걸
욜로 라이프라 착각한 건 아닌지

월급 반 적금, 남은 돈 반은 월세
가끔은 가장 싼 메뉴 피해도 보고
읽고 싶은 책 더러 살 때도 있지만
N포세대의 세련된 버전일 뿐
설령 일자리를 구했다 한들 내 인생은 얼마나 욜로다워졌을까? 식당에서 가끔은 가장 싼 메뉴를 피하고 걸어갈 길을 열 받아 택시를 탈 때도 있지만, 언론과 어른들이 손가락질하는 ‘개념 없고 철없는, 거창한 소비 중심의 라이프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사진은 티브이엔(tvN) <혼술남녀>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설령 일자리를 구했다 한들 내 인생은 얼마나 욜로다워졌을까? 식당에서 가끔은 가장 싼 메뉴를 피하고 걸어갈 길을 열 받아 택시를 탈 때도 있지만, 언론과 어른들이 손가락질하는 ‘개념 없고 철없는, 거창한 소비 중심의 라이프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사진은 티브이엔(tvN) <혼술남녀>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토요판] 이런 홀로!?

아재욜로족에게 고함

드레이크의 ‘모토’를 우연히 처음 듣게 됐을 때만 해도 욜로가 한국에서 이토록 핫한 키워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로요. 노래 내내 드레이크는 자기 자랑만 합니다. 여느 힙합 음악이 그렇듯 자랑을 위한 노래입니다. 돈 자랑, 여자로부터의 인기 자랑. 돈 많고 한 번뿐인 인생, 그게 내 좌우명이라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신조어를 한 번쯤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니 인생 한 번이야’ 따위로 해석되는 짧은 문장 하나에 수십 가지의 해석이 일고 마케팅이 이뤄지고 논쟁이 오가게 됐습니다.

한참 욜로가 한국을 강타한 후 이곳저곳에서 일명 ‘욜로족’을 잡겠다며 마케팅에 혈안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언론에서도 욜로와 욜로족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욜로라는 신조어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욜로도 결국 트렌드 키워드(유행어)이고 일종의 프레임이므로, 이쯤 되면 비판적인 시선이 슬금슬금 나올 때가 된 겁니다. 그도 그럴 게 앞에서 이야기했듯 처음 욜로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불리기 시작한 건 드레이크를 비롯한 돈 많은 래퍼들 사이에서입니다. 적당히 돈이 있는 사람들이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남 눈치 보지 않고 즐길 것 다 즐기며 살다 가겠다는 말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욜로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수입되긴 했지만, 결국 돈이 전제돼야 한다는 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욜로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욜로인 겁니다. 당장 편의점에서 800원짜리 삼각김밥을 먹다 알바비가 들어와 3500원짜리 돈코쓰라멘을 먹는 게 욜로겠습니까.

가끔은 열 받아 택시도 탑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20대들 사이에서 조금씩 퍼지고 있던 차에, 이상하게도 이 욜로족이 여느 언론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마치 욜로족이란 미래 따윈 괘념치 않는, 대책 없고 철없는, 소비에만 빠진 20대들의 이야기인 것처럼요. ‘한국형 욜로, 지나치게 거창하다’, ‘요란한 해외여행’, ‘욜로 좇다 골로 간다’, ‘병든 욜로’,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소비 중심 추구가 문제’ 등등 욜로족 마케팅 기사들 사이에서 이런 비판 기사들을 꽤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체 20대의 어떤 행동들이 이들의 심기를 거스른 걸까요.

20대 당사자로선 사실 욜로가 조금은 유니콘 같은 단어였습니다. 기표는 있는데 기의는 없는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분명 나도 20대고 너도 20대고 내 주변에도 20대인데, 대체 왜 욜로족을 찾아보기 어려운 건지. 이들은 생각과 달리 월급의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있었고, 월세와 통신비를 꼬박꼬박 내느라 남는 돈이 그다지 없는 평범한 사회초년생들이었습니다. 사고 싶은 비싼 물건이 있다면 조금씩 몇 달 모아 구매하는 그런 친구들인 겁니다. 가끔 그 친구들은 눈치 보며 휴가를 며칠 내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들이 역시 요란하게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마는, 요란하게 여행할 돈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학생 시절보다는 조금 더 넉넉한 돈으로 여전히 계획을 짜고 아낄 건 아끼며 그렇게 여행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엔 한참은 일상이 궁핍해지기도 하고요. 어떤 친구들은 가끔 일년마다 돌아오는 페스티벌에 가더라고요. 남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말고요, 자라섬에서 하는 그런 페스티벌을요.

저도 제 욜로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해봤습니다. 올해부터 제대로 된 직장에서 20대들이 받는 평균 임금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제 인생은 얼마나 욜로다워졌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막상 돈을 욜로답게 쓰는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언론과 어른들의 기대에 충족하려면 요란하고 거창한 소비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어야 하는데! 월급의 절반을 적금에 넣고 남은 돈의 절반은 월세로 나갑니다. 나머지 생활비에서 조금씩 빼놓은 돈으로 가끔 여행을 갑니다. 요란하고 거창한 해외여행도 있겠지만, 가끔 근교에 나가 1박2일로 텐트를 치고 누워 빈둥대며 책을 읽어도 여행입니다. 택시를 잘 안 타는 편이지만 가끔 억수 같은 비에 우산이 없을 때, 예전 같으면 집에 이미 백 개 있을 일회용 우산을 사기 아까워 고민하거나 비를 맞으며 갔겠지만 이제는 택시를 탑니다. 물론 거리를 따져보고 탑니다. 아플 때도 이젠 택시를 타고요. 학생 때는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사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야만 했습니다. 아니면 서점에서 읽고요. 이제는 읽고 싶은 책을 언제든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엄청 많이 사진 않습니다. 예전엔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언제나 가장 싼 메뉴 언저리의 음식들을 시켰습니다. 가끔은 시키기 전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통장 잔고를 조회해 잔액이 있는지 확인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가장 싼 메뉴를 덜 시킵니다. 안 시키는 건 아니고요, 가끔은 싼 메뉴에서 조금 떨어진 메뉴들도 시킵니다. 아 참, 제 가치관을 드러내는 물건을 사기 위해 가끔 텀블벅에서 후원도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요란하고 거창한 욜로가 아닌 것 같아 주변의 다양한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오히려 그들은 어르신들이 시발비용(스트레스로 인해 쓰지 않을 돈을 홧김에 쓴다는 말) 혹은 탕진잼(사고 싶은 물건을 자신의 경제 한도 내에서 마음껏 쓰는 것)을 욜로 라이프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가끔 걸어갈 걸 열 받아 택시비를 쓰고 좀 참을 걸 디저트를 사고, 크게 필요도 없는 다이소 천 원짜리 물건을 여러 개 사고 카누로 타 먹는 것 대신 사먹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두고 요란한 소비 중심 인생이라 하는 거 아니냐며 조소했습니다. 저도 같이 낄낄거렸습니다.

어떤 친구는 욜로 할 돈도 없다고 냉소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욜로 좇다 골로 가기 전에 저임금에 중노동 하다 골로 가게 된다고 친구는 말했습니다. 욜로라는 단어의 한계가 보인다는 것도 결국 이런 이야기입니다. 20대를 두고 말하는 욜로의 라이프스타일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은 N포 세대의 조금 세련된 버전입니다. N포 세대에서 욜로로의 변화가 포기에서 선택으로 간 것이라는 한 언론의 표현은 기만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월급의 절반을 저축한다 해도 어느 세월에 전셋집 하나 마련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장 결혼 자금이 부담스러워 결혼을 꿈꾸지도 못하는, 자기 하나 건사하지 못할 것 같아 아이는 생각도 못 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겠습니까. 최저주거조건 기준에도 미달하는 집에 살면서 길거리에 내쫓길 순 없어 월급의 4분의 1을 월세로 넣는 사람들이 저뿐일까요. 그런 N포 세대라 불리는 20대들이 한 번 사는 자신의 삶을 위해 미래보단 당장 하고 싶은 거 하겠다는 게 어느덧 대책 없는 욜로족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아재파탈의 글 읽고 현타에 빠졌어요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솔직히 말하자면 삐딱함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날이 많이 습해져 제습기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하나에 15만 원 정도 하는 걸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고민하고 있고요. 그러다 우연히 한 아재파탈님의 ‘브라보 욜로, 브라보 아재’라는 글을 읽게 됐습니다. ‘낀 세대로 고통받고 억울하게 꼰대와 개저씨로 비웃음 당하’는 아재들의 존재감을 입증하기 위해 ‘아재욜로’로 서로를 북돋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식당 직원이 여자이거나 어려 보이면 반말을 하고 술 마시고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모르는 여자를 예쁘다는 이유로 쳐다보고 틀려도 맞다고 우긴다고 하시는 그분은 많이 억울해 보였습니다. 이어 그분은 장난감, 패션, 미용, 여행 등에서 아재욜로족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 1억5천만 원짜리 여행 패키지가 모두 동났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재욜로들의 파워가 엄청나니 세상 모든 아재들이여 기죽지 마시고 어깨 펴시라고 말합니다. 이 글을 보고서 저는 몹시 현타(현실 타격 또는 현실자각 타임. 충격을 받았다는 말)에 빠졌습니다. N포 세대라 불리는 20대들은 욜로에 쓸 돈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어느새 대책 없는 욜로족이 돼 일종의 부정적인 사회 현상으로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한편 이 사회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고 계시는 분들은 어린 세대들의 눈치와 개저씨·꼰대라 불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당당히 아재슈머, 아재욜로를 외치고 있습니다. 씁쓸합니다. 20대의 욜로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제습기의 가격은 어느 정도의 무게일까요. 아무래도 저는 올해도 제습기를 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혜화붙박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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