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 담당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이 삼성 합병 찬성은 국민연금기금에 불리한 결정이며 손해를 초래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8일 국민연금공단 담당자들에 삼성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문 전 장관에게 “연금분야의 전문가이면서 기금 운영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국민연금기금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손해를 초래해 비난 가능성과 불법성이 크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에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투자위원회의 찬성을 의결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본부장도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홍 전 본부장이 “기금 자산의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하는 책무가 있음에도 기금에 불리한 합병 안건에 투자위원회의 찬성을 이끌어 냈다”며 “국민연금공단은 장래 재산상 이익을 상실했고 반대로 이재용 삼성그룹 대주주는 이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삼성물산의 주식 11.21% 보유한 최대 주주로 삼성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당시 삼성이 밝힌 제일모직 주식 1대 삼성물산 주식 0.35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 합병 찬성 여부를 의결하게 했고, 2015년 7월10일 투자위는 삼성 합병 찬성 결론을 내렸다.
삼성 합병이 국민연금공단에 불리한 결정이라는 점을 확인한 이번 판결은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주면서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