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하는 ‘자기관리’는 결국 외모 관리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관리’는 결국 외모 관리

“어머 너 왜 이렇게 살이 쪘어? 너 피부 관리는 하니? 피부는 왜 이렇게 까칠해? 화장도 좀 하고 다니고. 나야 애 낳아서 그렇다지만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은 애가 자기관리가 너무 부족한 거 아니야? 관리 좀 해. 야 너 눈썹도 좀 다듬어야겠다. 화장하기 힘들면 눈썹 문신이라도 하든가. 신경 좀 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오랫동안 못 보다 간만에 시간이 나 만난 아는 언니가 얼굴을 보자마자 말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절 걱정해서 한 말이겠죠. 전날 이런저런 밀린 일 처리를 하느라 좀 늦게 잤더니 피부가 까칠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이 언니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살도 좀 붙었죠. 원래 화장은 잘 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물려주신 제 눈썹이 남들 보기에는 좀 다듬어야 할 수준이었나 봅니다. 그랬더니 전 자기관리가 부족한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아 이놈의 자기관리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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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는 몸매 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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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른다섯 살입니다. 아직 결혼은 안 했죠. 네 맞습니다. 저는 서른다섯 결혼하지 않은, ‘요즘 살이 찌고 있고 피부는 까칠해져서 자기관리가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은’ 여자 사람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싱글의 자기관리는 날씬한 몸매와 매끈한 피부, 잘 먹은 화장이 되어버린 것이. 비단 이 언니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스마트폰을 열고 녹색창 포털에 ‘자기관리’라고 검색어를 넣어봤습니다. “살찐 사람은 자기관리가 부족한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보이네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도 “자기관리가 안 돼서 고민”이라며 “자기관리를 시작해야겠다”로 시작하는 글은 살을 빼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자기관리 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단 콘텐츠는 결국 ‘몸매와 외모 관리법’을 담고 있죠. 대부분 ‘자기관리’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글들은 연예인들의 자기관리 비법들을 설명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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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자기관리가 부족한 사람이 된 속상한 마음을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톡창을 열었습니다. “왜 내가 얼마나 자기관리를 잘하고 있는가의 평가는 외모로만 평가받는 것이냐,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나는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소심하게 덧붙였습니다. “근데 나 자기관리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요즘 내가 그렇게 나태해 보이나. 나 그렇게 살이 많이 쪘어?”

‘까톡’ 소리와 함께 단번에 답이 왔습니다.

“자기관리는 외모가 다지. 아니 정확하게는 몸매가 다야. 날씬하면 자기관리 잘하는 거고, 살찌면 자기관리 못하는 거래.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내가 내 목표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 그냥 외모 관리 잘돼 있으면 자기관리 잘하고 있는 사람, 별로면 자기관리 부족한 사람, 그렇더라.”

이 친구는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패스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꿈을 이루려 하루 서너시간씩 자며 깨어 있는 시간은 공부를 했다던 친구. 지금도 일찍이 전문 분야를 정해 자기 분야 안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다 계획하고 목표했던 것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걸 보면서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던 터라 자기관리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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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담한 의뢰인이 있었는데 사건이 길어져서 꽤 오래 알고 지내면서 친해졌거든. 같이 식사를 하게 됐는데 역시나 결혼 얘기가 나온 거야. 결혼은 왜 안 하냐, 연애는 하고 있느냐는 얘기를 하다가 살을 빼야 남자를 만날 거래. 아무리 변호사라도 잘 꾸미고 다니고 자기관리 안 하면 남자 못 만난다고. 일하는 틈틈이 운동도 하고 건강관리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넘기려는데 그게 아니라네. 내가 무슨 연예인이냐.”

대기업에서 일하는 언니가 말을 보탭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사해 남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맡은 일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자기관리’ 영역에서는 또다른 평가를 받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 얼마 전에 거금을 들여서 퍼스널 트레이닝(PT)을 시작했다. 살 빼려고. 원래 운동은 했었는데 하도 살 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더니 스트레스 받아서 한번 빼보려고, 살. 같이 일하는 후배는 예쁘게 하고 다니거든. 매번 얘랑 비교하면서 ‘이 차장이 일은 잘하는데 자기관리는 좀 부족한 것 같다’는 말 정말 지겹다. 나 표준체중이거든? 아니 근데 무슨 놈의 자기관리는 매번 옷은 잘 입고 다니는지, 화장은 잘 하고 다니는지, 몸매는 좋은지로 평가하냐. 내가 뭐 대단히 예쁜 건 아니지만 딱히 내 외모에 불만도 없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매번 자기관리, 자기관리 얘기를 하도 많이 들었더니 이제는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 꼭. 그렇게 자기관리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평소에 책이라도 한 글자 읽는지 궁금하다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 거 보면 어떤 소양을 쌓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런 게 자기관리 아닌가.”

잡지사에 다니는 친구는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좋은 남자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이게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싱글이면 몸매 관리도 하고 화장도 하고 꾸미고 자기관리를 해야 남자가 붙는다면서 진지하게 조언해주는 선배도 있었어.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남자 잘 만나기 위해서래. 같이 일하니까 서로 뻔히 알잖아. 마감 맞추고 꼬박꼬박 책 만들어내느라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고. 난 이렇게 고생을 해도 책이 만들어져서 나오면 보람 있고 뿌듯하거든. 난 이 일이 좋아. 잘하고 싶고. 그러니까 매번 밤새우면서 이 일을 하지.

그런데 이렇게 일하면서 연예인들처럼 외모 관리를 어떻게 해. 그런데 연예인이랑 비교하면서 이 나이에도 이 몸매 유지하는 거 봐라 이런 게 다 자기관리다, 일 힘들다고 그렇게 대충하고 다니면 어떻게 남자를 만나겠냐고 그러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치워두고 야근하고 새벽에 들어가서도 출근할 때는 화장하고 옷 차려입고 나오는 게 자기관리 잘하는 거라는 거야. 물론 나처럼 일하면서 잘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런데 그건 본인이 선택할 일 아닌가. 그게 좋은 사람도 있고, 나처럼 꾸미고 다니는 데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잖아. 내 외모를 보고 만나는 남자가 좋은 남자인지도 의문이다. 내가 만나고 싶은 남자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외모 그 이상을 볼 수 있도록

교육심리학에서 자기관리라는 용어는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행동적 학습원리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관리하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것이 자기관리의 핵심이고 목표 설정은 자기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차원이다. 자기관리의 마지막 단계는 자기강화다’라고 교육심리학 용어사전에 나와 있다고 하네요.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것, 사회적 배려나 예의를 지키면서 사람 간의 관계를 올바르게 맺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 자신의 업무를 정확하고 바르게 처리하는 것 등을 뜻하기도 한다고 하고요.

외모를 가꾸는 것이 자기관리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일 겁니다. “외모도 스펙”이고 “외모가 예쁜 사람이 자기관리를 잘한다는 것”이라는 말이 꽤 많은 공감을 얻는 세상이라지만 그렇다고 외모가 누군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리라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조금만 더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삶의 목표는 무엇이고 목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건강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알면 또다른 자기관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요.

이런, 홀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