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개각 발표가 시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대학생 이아무개(27)씨는 “시민들이 원하는 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인데, 대통령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허수아비 총리를 앉혀놓으려는 정치공학적 고려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최아무개(58)씨도 “거국내각 수립한다고 하면, 최소한 야당 쪽과 논의는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국회와 어떤 협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총리를 세우는 걸 보니 그동안 해왔던 ‘불통 행보’를 또다시 답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총리가 노무현 정부 사람이든 아니든, 그 과정부터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단단한 지지층인 대구·경북에서도 경북대와 계명대 등 8개 대학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하야를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의 돌발적 개각은 국민의 마지막 희망을 저버리는 것이다. 더 국민을 외면하면 감당 못 할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fzb***)고 적었다. 시민 정아무개씨도 페이스북에 “원래 소통 자체가 없고 정무적 기능도 없는 박근혜의 속성상 나온 일방통행식 개각이다. 김병준 (내정자를) 제물로 삼아 마치 파업 유도하듯이 야당의 청문회와 인준 거부를 유도하여, 국정을 파탄시킨다는 여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역풍을 만들어보려는 심보다”라고 글을 올렸다.
국정을 집행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분노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박진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번처럼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을 받아 주무 부처의 우위에 서서 자신과 측근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 및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주요 정책에 접근하며, 한 사람을 위해 입시 제도를 바꾸고 학사 평가에 대한 부당한 혜택을 받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격문을 올렸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의 간부도 “최순실씨 사태의 전말과 대통령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실망감이 너무 커졌다. 나는 공무원이지만 일하지 않는 날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싶다. 지난 주말에 아내와 아이들에게 집회에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허상수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 소장은 “김 교수는 지난날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총리로 인선됐으나 표절 논란으로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여당이 끌어내린 사람을 다시 총리로 임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진정시키려는 얼치기 해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고한솔 김일우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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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불통행보 또다시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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